#에이피알케미 #홍콩 #캐세이퍼시픽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브랜드와 만나게 된다.
나 역시 일상에서 여러 브랜드를 알게 되고 사용하지만, 기록하고 정리하지 않으니 그것에 대한 경험을 쉽게 잊어버렸다. 물론 브랜드에 대한 호불호는 남아있으나,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주제로 글 쓰는 루틴화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게 되었으며, 이번 주는 어떠한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재미난 기사를 발견했다.
“우리 돈 안 받아요. 그냥 여러분들 놀러 오세요.”
2023년 6월 3일에 진행하는 어느 한 콘서트가 있다. 5천 석 규모의 큰 장소를 대관했고, 공연을 2주 앞두고 약 800명 가까이 티켓을 구매한 상황이다. 대표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1석당 약 10만 원이나 하는 공연을 무료로 전환하고, 이미 구매한 사람의 비용은 환불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시도한 사례가 있다. 최근 홍콩은 한국인 방문자 수를 예전처럼 다시금 증대하기 위해 2만 4천장의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했다.
이 두 사례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무료로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한 것"이다. 브랜드 관점에서 왜 이러한 다소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감행했는지 궁금해서 알아보았고, 2가지 정도의 키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다.
1. 명확한 브랜드 철학으로 시도한 도전
에이피알케미란 브랜드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익숙하셨다면 힙합 좀 들으시는 분일 것이고, 생소하다고 하면 당연한 것이다. 이 브랜드가 생긴 것은 2023년 2월 17일이기 때문이다. 에이피알케미는 스윙스가 설립한 레이블이다. 저스트 뮤직과 인디고 뮤직, 위더플럭 레코즈, 마인드 필드, 슈가비츠가 하나의 홀딩스, 지주회사 형태로 합병되면서 생긴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아무래도 힙합이란 특성상 리더의 색깔이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것을 에이피알케미만의 브랜드 철학으로 해석했고, 창립자인 스윙스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해당 브랜드를 만들었는지 힙합엘이의 스윙스 인터뷰 영상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출처: 힙합엘이의 스윙스 인터뷰 영상
"전례 없고 유례없는 것을 좋아한다."고 인터뷰한 창립자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방식에서 답을 찾았다. 에이피알케미는 개성 강한 레퍼들이 모인 집단이다. 같은 플레이어로 그들을 리딩 하기엔 한계가 존재했다. 그 문제의 해결책을 지주회사 형태로 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하고 싶은 음악을 멋있게 보여주며 수익을 내겠다"라는 뚜렷한 목적 하에 50명을 하나의 조직으로 뭉치게 한 것이다.
신선함과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의 특정 인물(프로듀서)이 과도한 책임을 지고 음악을 작업하는 방식이 아닌 OB와 YB를 섞어 조를 편성하고, 6개월 후 음감회를 하면서 자신들만의 평가회를 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어떻게든 곡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결과 이전보다 양과 질이 나아진 26곡을 만들게 된다.
많은 곡을 작업했으니 이제 보여줄 무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에이피알케미는 5천 석 규모의 큰 장소를 대관했고 자신 있게 준비한 곡들을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나 공연을 2주 앞두고 약 800명 가까이 티켓을 구매한 실패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이 위기에서 에이피알케미는 전석 무료 공연이라는 승부수를 띄우게 되고, 1차 오픈 3천 석이 4~5분 만에 매진되는 놀라운 관심을 받게 된다.
“색깔이 뚜렷한 브랜드 뒤에는 결국 철학과 고집이 확고한 창립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 출처 : 글쓰기의 쓸모
에이피알케미가 단순히 무료 공연이란 프로모션만으로 승부를 보았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철학과 고집을 가진 스윙스란 한 창립자가 이야기한 내용에 사람들이 공감했고, 5천 석을 무료로 제공할 정도로 자신의 음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생각한다.
2.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한 도전
2019년 8월 초 홍콩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홍콩은 시위로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여행 중 지하철 시위로 대중교통을 바꿔야 했으며, 오후 3시인데도 식사하러 백화점으로 찾아갔으나, 매장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당시 점원이 "나라의 중요한 사건이 있기에 일찍 마감을 해야 한다. 양해 부탁한다"라는 말을 하기에 일행과 난 맥도날드에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여행 전부터 고대하던 재즈 바도 시위로 인해 문을 닫으면서 시위의 여파를 새삼 체감했다.
뉴스원 기사에 따르면, 홍콩관광청이 집계한 2018년 홍콩에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142만 명으로 중국, 대만에 이은 세 번째로 홍콩을 많이 찾는 국가였다. 그러나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로 인해 그해 한국인 관광객이 104만 명으로 급감했고, 2020년 코로나19로 각국에서 고강도의 방역조치를 실시하며 한국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하늘길도 닫혔다. 이렇게 홍콩이란 여행지가 한국인의 기억에서 지워지게 된다.
월드 오브 위너스는 홍콩 관광산업 부흥을 위해 홍콩국제공항이 후원하고 홍콩관광청이 주관하는 헬로 홍콩 캠페인의 일환이다. 그 중 홍콩 대표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을 통해 한국에 배정된 항공권은 총 10,602장으로 행사는 5월 16일 낮 12시에 이벤트 웹페이지를 통해 참여 가능하다. 항공권은 무료이지만 세금 등 일부 비용은 부담해야 한다.
캐세이퍼시픽은 타사에 비해 한국인이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용이하다. 캐세이퍼시픽은 한국어로 된 홈페이지(누리집)를 운영하고 있어 편의성이 좋으며,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브랜드이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대국민 홍콩 티켓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신청 30분 전부터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으며, 12만 명이 넘는 접속자가 동시에 몰려 로그인에만 1시간씩 소요됐고, 항공권 신청도 1시간 이상 걸렸다고 한다. 그 결과, 해당 행사는 조기 마감으로 끝나게 되었다.
출처: unsplash
사실 홍콩이란 여행지는 국내에서 선호 받는 곳이었다. 시위와 코로나로 인해 소비자의 기억 속에 사라졌을 뿐 그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었다. 잊어지고 망설여지는 브랜드 이미지를 종식시키기 위해 캐세이퍼시픽뿐만 아니라 홍콩은 월드 오브 위너스란 국가 캠페인을 기획했고,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큰 긍정적인 시그널을 확인하게 된다.
브랜드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어지는 것이다.
시위로 코로나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홍콩이란 여행지가 꺼려진다면 나중에는 지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 여행 재개가 되자 그 현실은 명확하게 보였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우리는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지"란 인식을 다시 환기하기 위해서 대규모 무료 프로모션의 형태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야기를 전했고, 앞으로의 홍콩의 이야기가 중요한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돈으로 관심을 사더라도 관심이 있어야 브랜드는 생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브랜드 관점에서 왜 이러한 다소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감행했는지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서 두 브랜드는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거나 잊힐 수 있는 위기를 만나게 되었다. 에이피알케미는 창립자의 뚜렷한 철학과 고집을 가지고 위기를 극복했고, 홍콩과 캐세이퍼시픽은 잊히지 않기 위해서 무료 프로모션을 통해 그 위기를 극복했다.
이처럼 브랜드는 사람들의 관심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관심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크게 만들어주며, 장기적으론 브랜드 애착이 형성되어서 해당 브랜드의 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애플을 사랑하고, 캐논 제품을 애용하고 있는 것처럼. 에이피알케미의 대표 스윙스는 이와 같은 인터뷰를 남겼다.
“올해 내가 생각했던 우리의 가치와 현실의 간극을 경험했다. 자존심이 상했고, 내년엔 우리의 가치를 그만큼 끌어 올릴 것이다. 내년에 우리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유료로 똑같은 자리에서 공연할 것이다. 그때는 꼭 와주세요.”
출처: 스윙스 인스타그램 영상 인터뷰 발취
이 메시지는 브랜드가 생존하기 위해서 분명한 목적과 비전을 선포한 매력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땅에 수많은 브랜드가 사람들 머릿속에 매력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에이피알케미와 홍콩, 캐세이퍼시픽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