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미의 매거진

블루보틀 커피, 그 단순함에 대하여

최연미

2018.10.17 19:31 조회수 4641
  • 3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0
  • 나만의 큐레이션함 '서랍'에 영감이 추가되었습니다. 성장 +1 되었어요!

블루보틀 커피, 그 단순함에 대하여

  • 3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0
  • 나만의 큐레이션함 '서랍'에 영감이 추가되었습니다. 성장 +1 되었어요!

제3의 파도라 불리는 커피 브랜드 중에서 유독 블루보틀을 많이 기억하고 말한다.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블루보틀은 2016년에 네슬레가 블루보틀 지분 68%를 4,800억 원에 사면서 또 한 번 회자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8월 도쿄 메구로에 열번째 블루보틀 커피 매장을 오픈했다고 한다.

 

스타벅스가 커피계의 마이크로소프트라면 블루보틀은 커피계의 애플로 불린다. 사실 블루보틀은 애플과도 디자인 측면에서 여러 인연이 깊다. 외식업계 마케팅을 몇 년간 진행한 경험과 더불어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으로 블루보틀 커피를 지난 몇 년간 지켜봐 왔다. 오늘은 블루보틀의 디자인과 브랜드 스토리 차별화에 따른 마케팅 성공 요인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애플스토어와 블루보틀 매장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애플을 벤치마킹하였다고 한다. 애플 스토어의 나무 테이블에서 매장 인테리어 설계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여러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애플은 원목으로 된 심플하고 낮은 테이블 위에 디바이스를 배치함으로써 유저들이 쉽게 제품에 다가가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따뜻하고 깔끔하며 낮은 나무 테이블 안에 복잡한 기술을 숨겨 놓아 기술과 사람의 경계를 낮춘 셈이다.

커피숍 인테리어와 고객 경험을 생각해보면 높은 바 테이블이나 쇼윈도 건너편으로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것을 보게 되는데 제임스 프리먼은 그 간극을 좁히고 싶었다고 한다. 애플스토어처럼 고객과 브랜드 경험 사이의 경계를 최소화하는 것이 지금의 간결한 블루보틀 매장 인테리어의 핵심이다. 

 

애플 또한 욕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인 조나단 아이브를 디자이너로 영입했었다. 4년만에 수석디자이너가 된 그의  손을 거쳐 맥북, 아이팟, 아이폰등의 디자인이 나왔다고한다. 미끄러지지 않고 한손에 잡히는 아이폰의 그립감과 욕실 용품 디자인의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가?  욕실에서 스마트폰, 스마트폰에서 커피숍으로의 연결고리는 훌륭한 디자인이란 일상의 관찰에서 시작되는것을 반증하는 것 같다.

 

블루보틀 커피의 카운터, 메뉴 보드, 테이블, VMD(버추얼 머천다이징) 요소에도 밝은 톤의 원목이 최대한 자연 상태에 가깝에 많이 쓰이고 있다. 두 번 정도 방문했을 때 개인적인 경험은 굉장히 무심한듯한 매장 인테리어였는데 뭔가 묘한 끌림이 있었다.

실제로 유리로 된 애플 스토어를 건축한 Bohlin Cywinski Jakson(보린 크윈스키 잭슨 건축사무소)에서 블루보틀의 의뢰를 받아 미드 타운 이스트, 그랜드 센트럴, 월드 트레이드 센터, 윌리엄스버그, 샌프란시스코 등의 매장을 설계하였다.

 

 

 

 블루보틀 창업자 제임스프리먼이 언급한 애플 스토어의 나무 테이블

 

 


 

 1920년대에 지어진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건물에 들어선 블루보틀커피

 

 

 BCJ 건축사무소가 설계한 애플스토어

 

덜어 내고, 또 덜어낼 것.

극강의 단순함에서, 

고급스러움이 남는다.

블루보틀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와 고유한 브랜드 경험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에서 시작됐다. 파란색병 로고만으로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 컵과 다양한 패키지, 커피 관련 판매 제품을 디자인했다. 애플의 한입 베어 물은 사과 BI (로고)처럼 블루보틀의 심플한 로고는 심지어 브랜드명도 없다. 오직 파란색병 모양만 있을 뿐이다. 블루보틀의 인스타그램을 유심히 보면 항상 사진 한편에 파란색병 모양의 로고가 보인 다. 파란색병 로고만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매장 인테리어, VMD, 패키지 디자인, 컵 디자인, 소셜 미디어 포스팅, 직원들의 유니폼까지 한결같이 비슷한 화이트, 터키쉬 블루, 내추럴, 인더스트리얼 톤을 유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면 색감이 전체적으로 극도로 제한되고 여백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브랜드 여운을 남겨주고 여유로운 감성을 전해준다. 직접 SNS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면 개인 SNS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한결같은 톤 앤 매너와 여백미를 만드는 것이 제일 어렵다. 최대한 심심하게 사진을 찍고 브랜드 정서를 고스란히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렇게 하려면 정확하고 확실한 Do and Don't 가이드라인이 있고 이를 꿋꿋이 지켜가야 한다. 과감하게 버리고 브랜드 정서에 맞는 것만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야 이 톤 앤 매너가 브랜드 아카이브처럼 남기 때문이다. 

  

70년대 이전 인스턴트커피가 커피계의 제 1의 물결이다.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프리미엄 커피 문화가 제2의 물결이고 최근 10년간 로스팅 커피 문화인 제3의 커피 물결이 일고 있다. 제3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 스텀프 타운, 블루보틀 중에서도 블루보틀 커피는 가장 빠른 성공세를 보이기도 했고, 많이 기억해 주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커피 브랜드인데 왜 '파란색병'이라는 브랜드 이름과 로고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브랜드 이름은 1960대 동유럽, 서유럽을 휩쓴 터키군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콜쉬츠키라는 비엔나 병사가  당시 정복 군인 터키군 군복을 몰래 입고 폴란드에 구조 요청을 하게 된다. 터키어와 아랍어를 동시에 할 줄 알기에, 비엔나를 터키군으로부터 살리기 위해 스파이가 된 셈이다. 덕분에 폴란드군에서 비엔나를 도와주기 위해 비엔나에 오게 되면서 그 소식을 들은 터키군이 모든 것을 남겨두고 황급히 떠나게 되었다. 터키군이 남겨 둔 물건 중에서 어떤 자루에 이상한 콩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커피콩이었다. 콜쉬츠키의 업적을 기리며 비엔나에서 처음 열린 커피하우스 '블루 보틀 The Blue Bottle'의 이름을 따 블루보틀 커피라는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단순한 핵심 가치, 

참 쉽고 어려운 말.

압축적인 하나의 가치로 

좁혀야 한다.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 블루보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공세를 보이기도 했고 많이 기억해 주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로고와 함께 블루보틀이 내세우는 한 가지 핵심가치는 48시간 이내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만을 쓴다는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원두의 재배, 수확, 가공, 로스팅, 추출 과정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최상의 커피를 일컫는다. 커피 산지별로 고유한 맛과 향을 내고 비교적 신선하게 로스팅하는 특징이 있다. 원두 생산부터 추출 과정까지 소비자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었겠지만 블루보틀은 “48시간 이내에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로 좁혔다. 

  

때로는 단순함이 가장 어렵다. 힘들게 노력해서 자랑하고 싶은 수많은 요소들 중에서 핵심 가치를 한 가지만 뽑고 핵심 이미지를 한 가지에 집중하는 작업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장점을 늘어놓을수록 말은 길어지고 핵심은 흩어진다. 가장 심플하게 표현될 때 브랜드가 돋보인다.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이다. 다른 가치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압축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많은 것들을 고루 보여주기보다 핵심 가치 한두 가지에 집중하여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고 브랜드 이미지와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장 먼저 브랜 드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집중하고 싶은 팩트와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단단하게 쌓이지 않은 프리미엄 가치는 금세 무너지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앞세우는 말이 많아질수록 포인트는 흩어지고 고객은 기억할 수 없다. 아무 회사의 웹사이트를 아무거나 한번 들어가 보면서 굉장히 좋은 기업 철학을 소개하고 있고 의외로 꽤 많은 사회 공헌 활동들을 소리 소문 없이 하고 있다. 혹은 브랜드 소개 자료나 제품 상세 페이지를 관심 있게 읽어 보면 좋은 자랑거리와 이야기들이 많다. 문제는 너무 많고 핵심이 흩어진다는 것이다. 할 말이 많을수록 덜어내고 또 덜어내자. 딱 한 가지 이야기를 남겨야 한다. 듣는 사람은 딱 한 가지의 핵심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브랜드 이름 

블루보틀, 블루바틀, 블루바를. 어떻게 발음하든 많은 세계인들이 좋아하게 된 '블루보틀 커피' 이름의 공식은 '부르기 싶다',' 기억하기 쉽다', '로고 스펠링이 단순하다' 그리고 '이미지 연상이 쉽다'는 점이다. 블루보틀이 3대 스페셜티 커피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 블루보틀 중에서 제일 잘 되고 있는 것도 이미지 연상과 발음이 쉬운 브랜드 이름 덕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훈훈한 창업 스토리도, 

브랜드 스토리가 된다.

블루 보틀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차고에서 창업한 브랜드라고 한다. 그 흔한(?) 차고 창업스토리인가 했었는데 좀 더 이색적인 이야기가 있다. 제임스 프리먼은 원래 교향악단의 클라리넷 연주자였는데 직업의 특성상 외국 출장이 많고 길었다. 커피 애호가인지라 직접 핸드 드리퍼 등을 챙겨 기내에서도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를 내려 마실 정도였다고 한다. 단원들에게 커피를 내려주며, 좋아하는 커피로 창업하게 되었다. 

 

참 쉽고 재미있는 창업 스토리이다. 누군가의 단순한 열정으로 시작된 창업 스토리는 꽤 잘 팔리는 브랜드 이야기가 된다. 창업자의 순수한 열정이 브랜드에 대한 진정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는 또 한 번 브랜드 마케팅에 있어서 좋은 이야기 소재가 된다. 이렇게 제임스 프리먼의 커피 사랑 이야기와 그의 원래 직업아 음악 이야기를 알게 되면 다시 한번 비엔나, 커피 그리고 '블루 보틀'이라는 이름과 유래에 대해서 연결점을 찍게 된다.

 

  • #블루보틀
  • #콘텐트마케팅
  • #탐나는프리미엄마케팅
  • #최연미

유사 카테고리의 인기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