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미의 매거진

추천의 기술, 넷플릭스

최연미

2019.04.24 19:31 조회수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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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기술,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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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는 수학과 알고리즘이 정교하게 깔려있다. '마크 랜돌프'와 함께 넷플릭스를 1997년에 창립한 '리드 헤이스팅'은 수학과 인공지능을 전공한 수학 교사 출신이다. 그는 기존에 운영하던 프로그램 오류 체크 사업 '퓨어 소프트'를 접고, 오프라인 체인점 없이 오직 웹사이트를 통해 DVD를 대여해 주는 온라인 홈무비 렌털 사업을 처음 시작하였다.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진 나의 친구 소냐

소냐라는 미국인 친구가 오랜만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요즘 넷플릭스를 보면서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있는데 한국인 친구였던 내가 많이 생각난다며 안부를 물었다. 소냐는 내가 2007년 에서 2009년 사이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Darden MBA(다든) 유학 중에 같은 스터디 그룹이었던 친구였다. 6명으로 구성된 스터디 그룹은 학교에서 여러 환경을 고려하여 짜 주었는데 한번 스터디 그룹이 되면 1학년 내내 저녁에 만나 다음날 수업 내용을 미리 같이 모여 토론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우리 팀은 미국인 남자 3명, 여자 1명, 일본인 남자 1명, 그리고 나 한국인 여자 1명으로 구성되었다. 그 구성에서 소냐와 나와 공통점을 찾자면 6명 중 우리 둘만 여자였다는 정도와 다른 남자 멤버들에 비해 투자 은행 커리어보다는 브랜드 전략이나 마케팅 관련 일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오래간만에 메일 받고 추억을 회상했다. 소냐는 특히 정이 많고 푸근한 친구였다. 나 보다 몇 살 더 어리긴 했지만 우리 여섯 명 중에서 경쟁심이나 효율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늘 푸근하게 반겨주는 엄마 같은 역할이었다. 이메일 답장에 안부를 전하며 따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소냐가 한국 드라마 중 어떤 것을 특히 더 좋아했을까' 한 번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러브스토리, 가족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 시리즈일 것이다. 평소 가족, 친구, 지인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한국식 정서가 멀리 있는 그 친구에게도 먹혔을 것이다. 내 친구 소냐는 수많은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서 어떻게 처음 한국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을까?

 

 

넷플릭스 태거라는 직업

넷플릭스는 태거(Tagger)라는 전문가 집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직업은 하루 종일 넷플릭스 콘텐츠를 감상하고 키워드, 즉 핵심 키워드인 태그(Tag)를 남기는 역할이다. 밝혀진 바로는 최소 30여 명 이상 태거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중 한국인 태거가 세명이다. 아마 지금은 더 콘텐츠가 많아졌으니 한국인 태거들이 더 많을 것이다. 모든 콘텐츠에 그 나라별 정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번역/통역이 아닌 네이티브 수준으로 그 언어를 구사하는 철저하게 현지화된 태거들이 여러 문화와 언어에 따라 태그를 엑셀 파일에 남긴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많이 남긴다.

 

넷플릭스는 가입 후 한 달 무료라는 치명적인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가입할까 말까 사이에서 나는 '나 스스로 달콤한 유혹에서 나를 통제할 수 있는가?', '그만큼의 유료 가치가 현재 내게 있는가'를 두고 계속 고민했다. 한 달 뒤 넷플릭스 콘텐츠에 허우적 대며 다시 미드 폐인으로 남아 유료 회원으로 넘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몇 달 미뤘던 결정이었다. 하지만 직접 모든 것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일단 가입해 버렸다. 한 달 무료 서비스 이전에 알림 메일을 준다고 하니 유료 결재로 자동 전환되기 전에 생각할 시간은 있으니까. 

가입은 정말 간단했다. 아래와 같이 요금을 결정하고, 아이디/비밀번호를 넣고 신용카드 정보를 넣으면 끝이다. 생각보다 빨라서 중간에 다른 고민 없이 가입이 되어 버렸다.

 


모바일 회원 등록 3단계

 

 

우선 재미있게 보았던 콘텐츠를 3개 고르는 것에서부터 태그와 알고리즘이 시작된다. 리스트를 보면 국내 콘텐츠는 많이 나와 있지 않다. 나는 영화 '500일의 썸머',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 JTBC '라이프'를 골랐다. 그러고 나서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들이 바로 보인다. 

 

태그는 주로 구체적이고 설명적인 키워드이다. 감성충만, 아드레날린 폭발, 몰입감 최고, 고통받는 천재, 실화 바탕, 슬기로운 감빵 생활과 비슷한 콘텐츠, 취향 저격, 흥미진진, 평론가 호평, 감정 풍부 등으로 태그들이 남겨져 있다. 

 

각 콘텐츠마다 갖고 있는 태그 중에서, 위에서 내가 골랐던 3개의 콘텐츠 사이 일치도가 높은 것 위주로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며 개별 홈화면이 구성된다. 여기서부터 추천의 시작이다.

 

 

 


내게 보여지는 홈화면 이미지들

 

내 화면을 보면 이렇다. 뷰티 인사이드의 포스터를 보면 주인공 이민기, 서현진 씨의 사진이 아니다. 주연만큼이나 존재감이 있었던 이다희 씨가 메인으로 나와있던 포스터를 썼다. 사실 나는 극 중 강사라 패션을 좋아했고 그녀는 내가 평소 좋아하던 YCH(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을 주로 입고 나왔었다.

 

넷플릭스 사용 초기단계라 나의 취향으로 선별한 포스터 이미지는 아니었다. 아직 내 취향데이터가 부족하니 랜덤으로 뿌려진 이미지였다. 넷플릭스는 실제로 같은 콘텐츠에도 여러 가지의 다른 표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고 선호도에 따라 표지 이미지를 다르게 적용한다. 계속 실험적으로 다양한 표지 이미지를 뿌려주며 반응을 수집하고 각자의 선호도를 더 깊이 파고든다. 홈 화면 또한 개인의 취향에 맞춰 구성되고 지속해서 사용할수록 그 깊이는 더 깊고 정확해지며 정교해진다.

 

 

가입하고 클릭하는 순간, 

우리는 알고리즘 생성에 

적극 동참하게 된다.

 

 


넷플릭스 가입자 (1억 5천만명)

세상을 나누는 기준, 취향

 

넷플릭스는 어떻게 일억 오천만명의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전혀 다른 홈 화면을 구성해서 제안하고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할까?

 

그동안은 대부분 인구통계학적 1차적 기준에 따라  고객 데이터를 나누고 최근 이용 콘텐츠에 따라 맞춤 추천을 해 주었다. 사실  넷플릭스도 2016년까지는 지역별로 취향을 구분하고 제안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점점 나이/지역/성별과 관계없이 유사한 취향을 가진 '취향 도플갱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에 있는 할머니가 한국에 있는 10대와 취향이 같을 수도 있고, 일본 오타쿠 시리즈 시청자의 90%는 일본이 아닌 해외에 있는 오타쿠 시리즈물 취향을 가진 가입자들이라는 것이다. 만약 비슷한 나이 또래, 지역, 성별로 구분되는 옆 친구라고 하더라도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질 수 있다. 형제/자매도 취향은 다르지 않는가? 선호하는 콘텐츠, 시청 시간, 이용 시간, 장르, 최근 본 콘텐츠 등을 분석하여 취향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취향 커뮤니티

Taste Community

와이어드(Wired)기사에서 밝힌 내용으로 보면 넷플릭스에서는 최소 2천개 이상의 취향 커뮤니티(Taste communities)를 운영하고 있다. 취향별 클러스터, 테이스트 클러스터(Taste cluster)라고도 부르는 이 취향군이 바로 넷플릭스의 정확도 높은 맞춤형 서비스이다.

 

현재 내게 보이는 첫 드라마 추천은 'SKY캐슬'이라는 드라마이다. 자녀 교육이나 입시 전쟁에 전혀 관련 없는 내게 이 드라마가 맨 상단에 보인다.  사실 실제로 내가 흥미를 갖고 있지만 시간이 없이 다 보지 못했던 드라마이다. 나는 사람 간에 말로 오고 가는 심리 싸움이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점점 더 여러 다른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고, 콘텐츠를 시청하고, 검색하면 할수록 어떤 Taste community에 정확하게 분류되고 관리될 것이다.

 

  

테이스트 클러스터 예시 

 

우편배달 DVD에서 콘텐츠 제작사로

MBA 유학으로 미국에서 2년간 살 때 대형 마트와 쇼핑몰이 있던 동네 어귀에 블록버스터가 있었다. 산드라라는 페루 출신의 MBA 동기는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지금처럼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라 우편으로 직접 받는 DVD 였다. 당시 기억하기로는 약 10불 정도였나, 월정액만 내면 모든 영화를 제한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신박했다. 우편 봉투 안에 DVD가 담겨  집에 배달되고, 영화를 다 본 다음 다시 그 DVD를 우편으로 회신하는 시스템이었다. 산드라와 같이 집에서 영화를 보고 우체통에 빨리 갖다 주었던 기억이 있다. 빨리 반납해야 또 새로운 영화 DVD가 배달되기 때문이었다. 정확하지 않지만 그때는 흰색 봉투였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넷플릭스는 연체료를 물리지 않고도 순환을 빨리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골고루 영화/드라마 등을 추천해 주어서 잘 나가는 영화에만 몰리지 않게 하였다. 우체국과의 계약을 통해 우표를 붙이지 않고 무료로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되도록 하였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로 대박을 터트린 다음 콘텐츠 제작사로도 거듭났다. 후일담으로 들은 이야기로는 넷플릭스가 제작하거나 투자하는 콘텐츠의 경쟁력은 여러 작가진들에 대한 시스템적인 지원과 신랄한 사전 평가라고 한다. 제작하고 싶은 콘텐츠에 대해 누구나 제안할 수 있고 사전에 여러 의견 교환을 통해 콘텐츠 자체의 독창성과 경쟁력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대형/유명 작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보조 작가와의 처우 간극이 아주 큰 국내 드라마 환경과도 매우 다른 지점이다.

 

 

내 취향을 먼저 알아주는 콘텐츠 큐레이션

왓챠나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OTT(Over The Top)서비스라고 한다. OTT 서비스의 핵심은 끊임없이 관심 있어할 만한 콘텐츠를 골라서 추천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고객의 재미와 만족감을 채워주는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서비스는 사용자의 나이와 선호하는 콘텐츠에 따라 첫 랜딩 화면을 다르게 보여준다고 한다. 왓 차 플레이에 이어 출시 예정인 CJ헬로비전의 OTT 서비스 '뷰잉'은 인공지능 기반 머신러닝 솔루션을 적용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나의 취향을 지속해서 연구하고 제안해 주는 기능이다.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OTT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외국에 비해 빠른 초고속 인터넷망과 빠른 모바일 환경에서 OTT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객이 빨리 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용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큐레이션의 정확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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