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미의 매거진

감각을 깨우는 식사

최연미

2019.05.02 19:46 조회수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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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이라는 공간 위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한정한다면 가장 비싼 한 끼는 얼마일까? 기준이야 다르겠지만 가장 비싼 식사 중 하나로 알려진 스페인 이비자섬의 서블리 모션(Sublimotion, 스페인어로는 '수블리모션') 레스토랑은 한 끼에 1인당 1,900유로 한국돈으로는 2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스페인의 이비자섬까지 가는 비용과 이 레스토랑을 예약하기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 수고를 더 하면 200만 원 보다 더 비싸겠지만 말이다. 관광객의 천국 스페인 이비자섬의 하드락 호텔 안에 있는서블리모션은 미슐랭 2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다. 여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Spectacle 프로젝트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공감각적인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고 한다.

 

무대 연출, 하이테크 기술, 분자요리의 향연

여기서의 특별한 식사는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테마와 스토리가 확실하다. 필요한 것은 공감각적인 미각의 세계로 훅 빠져들 수 있는 기대감과 열린 마음이다. 시나리오에 따라 요리의 식재료, 형태, 서빙하는 방법, 식사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무대 연출, 영상, 음악, 그리고 이 특별한 식사를 옆에서 도와주는 배우들이 있다. 우선 프로젝션 맵핑과 증강현실을 통해 벽과 테이블 전체를 스크린 삼아 테마에 맞게 영상을 그때그때 바꾼다. 음악도 영상과 함께 달라진다. 마치 뮤지컬 공연을 볼 때 직접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를 하듯이 여기에서 식사도 식사의 순서와 속도, 참여한 게스트들의 반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공연이 이루어진다.

 



 

하늘 위에  대형 벌룬이 떠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진짜 소형 벌룬이 메뉴를 싣고 테이블 위로 내려온다. 영상과 실제 메뉴 딜리버리가 하나가 되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연출하기도 한다. 게스트는 연신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찍으면서 계속 연속해서 연출되는 특별한 식사를 즐긴다.

 


 

메뉴가 어디서 어떤 연출로 나올지 몰랐다가 갑자기 위에서 내려온 메뉴를 한참 쳐다보며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기도 한다. 테마가 바다 속이라면 인어 공주처럼 바다 깊숙이 들어간 것처럼 모든 프로젝션 맵핑 영상이 바다를 주제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 영상 테이블 위에 가리비 조개 접시에 담긴 예쁜 요리가 올려진다.

 

 

모든 감각으로 요리를 즐기다

 

함께 일하던 외국인 동료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암흑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던 특별한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맹인 서버의 도움을 받아 포크를 쥐고 앞에 놓인 요리를 옷에 흘려가며 식사를 겨우 겨우 했는데 무엇인가를 먹었는데 그것이 고기 같긴 한데 무슨 고기인지 전혀 알 수 없더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고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만약 눈이 보이는 상태에서 식사를 했으면 우리는 이미 소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양고기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암흑에서는 미각이 더 둔해져서 맛에 대한 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감각이 차단되면 미각에 모든 신경이 초집중되어 더 잘 느낄수 있을것 같았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보는것과 모든 총체적인 감각이 식사를 완성시키는 것 같다.

 

서블리모션에서 만약 바다를 주제로 식사를 한다면 이렇다. 큰 조개 위에 음식이 담겨 나온다. 그리고 소라 뿔이 천정 위에서 내려온다. 그런데 소라 뿔 안에는 바닷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작은 개별 이어폰이 숨겨져 있다. 바닷소리를 듣고, 바다 내음을 맡고, 바다의 재료를 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 두었다. 모든 감각이 요리 하나하나를 즐기는데 동원되도록 연출한 것이다.

 

 








 

특별한 식사를 만드는 무대 뒤의 사람들

이 모든 파격적 식사 연출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다섯 가지의 감각과 상상력이 가장 중심에 있다. 물론 최고급 레스토랑인 만큼 맛있고 실험적인 분자 요리가 뒷받침되어 있다. 서블리 모션의 헤드 셰프 Paco Roncero(빠꼬 론세로)를 필두로 많은 보조 셰프, 웨이터뿐만 아니라 무대 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실시간으로 함께 한다. 연출가, 공연가, 뮤지션, 영상 테크니션, 음악 DJ 등 다양하다.

그리고 이 Spectacular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Mega Factory라는 이벤트 대행사가 있다. 전체적인 테마를 잡고,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무대를 디자인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제작. 예술 구현, 대본. 시나리오, 영상 및 사운드 장비 등을 구축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특별한 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는 제주도에 자주 여행 가는 편인데 한 번은 원 테이블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다. 이탈리아 어느 시골 농가에서 푸근한 식사를 대접받는 느낌처럼 깜깜한 귤밭 한가운데에서 푸근한 이탈리아 풀코스 식사를 했다. 인테리어도 평범하지만 원 테이블을 독차지하고 우리만 식사를 하는 경험은 특별했다. 우선 식사를 기다리며 원하는 음악 CD를 골라서 틀었다.  그리고 멀리서나마 제주도 밤바다가 창문 전체에 보였다. 그 레스토랑은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제주도 식재료로 하는 요리를 한다고 했다. 코스 요리 구성은 성악가 출신의 셰프 마음에 따라 제철 재료에 따라 그날그날 바뀐다. 

 

주방이 식사를 하는 공간과 문 하나를 두고 분리되어 있지만 바로 옆에 있어서 식사 속도에 맞춰 전체적인 코스 요리들이 나왔다. 천천히 와인 한 병을 여유롭게 끝낼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두었고 메인 코스 요리가 다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대미를 장식하는 스테이크 요리가 또 나와서 당황했다. 그만큼 융숭하게 천천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를 위해 한 명의 셰프와 두 명의 보조 셰프가 한 팀이 되어 우리 부부의 식사 속도와 분위기에 맞춰 융통성 있게 응대해 주었다.

다음에 또 한 번 점심 예약으로 찾은 적이 있었는데 이 때는 일본 가정식을 전공했다는 보조 셰프가 메인을 잡고 우리가 미리 예약한 일본 가정식을 제주도의 식재료로 풍성하게 펼쳐 주었다.

 

 

 

공간을 확장하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

스페인 이비자섬의 서블리모션은 마치 하나의 연극이나 특별한 서커스 무대를 준비하는 것처럼 황홀한 식사 경험을 만들기 위해 모든 요소를 기꺼이 투자한다. 서블리모션의 테이블은 한정된 공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과 협업을 통해 우주가 되기도 했고, 바닷속 왕국이 되기도 했고, 하늘 구름 위에 떠 있기도 했고, 불이 뿜어져 나오는 서커스 공간이 되기도 했다. 공간을 확장시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상상력과 노력이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이비자섬의 여름이 끝나면 이 프로젝트도 막을 내리고 함께 고생한 스텝들이 서로 자축하는 Closing party를 연다. 다음 해에는 또 어떤 콘셉트의 환상적인 식사 경험을 만들어질까, 어떤 새로운 기술과 연출이 더해질까, 어떤 아티스트가 함께 할까 매년 기대가 된다. 기회가 된다면 꼭 스페인 이비자 섬에 들러보고 싶다.

 


 

 

p.s.시간이 된다면 아래 5분짜리 Sublimotion 영상을 보세요. 자막없는 스페인어 영상이지만 영상만 봐도 아주 재미있고 전체 스토리가 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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