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에서든 회의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회의는 일상적인 업무 대화와 다르다. 특정한 주제와 목적을 가지고 시간을 내서 이야기는 걸 회의라고 부른다. 몇 명이 참석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일대일로 대화할 지라도 어떠한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정해진 주제에 대해 시간을 정하여 이야기하면 '회의'라고 부른다. 기획 회의, 아이디어 회의, 무슨 회의...
[회의의 특징]
- 회의는 목적과 주제를 가진 대화다. 목적이 있어야 하고, 목적에 맞는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 회의는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업무' 중 하나다.
어떤 조직이든 회의는 반드시 존재하고, 조직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없어질 수가 없다. 그러니까 회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지가 조직의 생산성에 분명히 영향을 끼친다. 각종 기업 문화들에서 효과적인 회의 방식에 대한 명제들이 포함되어 있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회의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마냥 회의를 줄이려고만 하는 건 효율이 아니다.
회의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제대로 회의하는 법에 대해 일 잘하는 선배한테서 배웠던 것들, 직접 경험하고 느낀 점들, 벤치마킹하고 공부한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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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잘하는 법 (정리)
[회의 전]
1. 회의의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
2. 회의의 아젠다는 사전에 공유한다.
3. 회의 참석자는 미리 회의 준비를 해온다.
[회의 중]
4. 회의 시작 시에 선언하라 (회의 아젠다 / 회의 종료 시간 / 커뮤니케이션 원칙)
5. 커뮤니케이션 원칙- 신뢰, 충돌, 헌신
[회의 후]
6. 회의록은 누가 쓸지 정하고, 반드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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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의의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
회의의 종류를 나누어 본다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아이디어 논의 회의
2) 의사결정 회의
각각의 목적이 다르다. 아이디어 논의는 말 그대로 다양한 의견을 도출하거나 서로 자유롭게 토론하기 위함이고, 의사결정 회의는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위함이다. 중요한 건 둘 다 원하는 결과물이 있다는 점이다. 그냥 서로 의견을 나누고 좋았다는 회의는 되어선 안 된다. 그건 회의가 아니라 일상적인 잡담이다.
회의를 통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려면 중구난방으로 샐 수 있는 회의를 누군가 리드해야 한다. 정확히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회의를 설계하고 진행할 담당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회의에는 명확한 책임자, 주최자가 있다.
회의 일정을 조율하고, 회의실 예약하는 잡무 맡을 사람이 아니라 회의 결과에 책임을 질 사람이다. 간혹 '무슨무슨 회의를 하자'고 이야기 나왔을 때, 회의 책임자를 정하지 않고 팀 회의 일정만 잡는 경우가 있다. 그러고 막상 모이고 나면 자연스럽게 아무나(보통 팀장이) 대화를 시작한다. 미리 회의를 준비한 사람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흘러가는 회의가 얼마나 소모적인지, 또 기분 찝찝한지는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참석자들의 소중한 업무 시간만 낭비하는 격이다.
회의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의의 주최자(책임자)를 정한다.
※ R&R의 경우 대개, 여럿이 아니라 단 한 명의 담당자를 정하는 게 좋다.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분산시키지 않도록 단 한 명의 주최자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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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의의 아젠다는 사전에 공유한다.
아젠다(Agenda)라 함은 회의의 안건이다. 아젠다와 관련한 두 가지 실수가 있다.
1) 아젠다가 추상적이다.
2) 아젠다를 미리 공유하지 않는다.
회의의 목적이 무엇이든 어떤 안건에 대해 논의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안건을 정하면 그만큼 회의 결과물도 모호해진다. 예를 들어 30명 정도 참여하는 세미나 행사를 기획한다고 하자. 그래서 세미나 담당자가 어느 정도 행사를 기획하고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의 아젠다는 '행사 기획에 대해 훑어보며 의견이나 피드백 있으면 이야기해보자'다. 혹은 '행사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의견을 나누는 회의'이다. 이런 식으로 회의 아젠다를 셋팅하면 어떻게 될까? 막연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행사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의견을 나누고 말 것이다. 만약 100분 토론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토론 주제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막연하게 대한민국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고만 알고 있다. 그렇게 토론 현장에 출연했을 때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주제가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토론 참가자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오지 못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행사의 무슨 파트에 대해 이야기할 건지 디테일하게 주제를 정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모객 방식, 현장 인력 운영, 연사 섭외라는 세 가지 주제를 정해놓고 각각에 대해 미리 자료를 공유하여 피드백을 구한다면 달랐을 것이다. 각 주제에 대해 회의 주최자가 어떻게 기획했는지 사전에 공유하고, 참석자가 미리 생각을 정리해오면 정해진 시간 내에 최선의 결과를 내지 않았을까? 주제가 명확해야 명확한 결과를 얻는다.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아젠다를 미리 공유해야 회의 때 딱 필요한 얘기만 할 수 있다. 만약 100분 토론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토론 주제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막연하게 대한민국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고만 알고 있다. 그렇게 토론 현장에 출연했을 때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회의 준비도 안 해온 사람들이랑 서로 얘기해봤자 얼마나 알찬 얘기가 오가겠는가. 회의 아젠다는 미리 공유되어야 준비된 회의를 할 수 있다.
간혹 자료를 미리 공유 안 해놓고 ‘회의 때 내용을 설명해주려고 했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료는 미리미리 공유하고 모였을 때는 필요한 얘기만 하는 게 낫다. 회의 때 요약이나 부연 설명 정도는 하더라도 기본 내용은 각자 사전에 숙지하고 와야 한다. 아무 준비도 안 된 사람들 모아놓고 거기서 브리핑부터 낭독하는 건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각자 데이터를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내용을 숙지하고 고민해오도록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회의 과정에는 회의 준비도 포함된다. 만약 바쁘다고 회의 준비도 안 하고 참석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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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의 참석자는 미리 회의 준비를 해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회의 과정에는 회의 준비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회의를 애초에 비효율이라고 생각하니까 회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거다. 그래서 회의 준비도 자신의 업무 시간을 낭비하는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회의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사실 사람들이 회의 준비를 제대로 안 하는 이유는 대개 회의 주최자가 준비를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선 명제들처럼 회의 목적이 불명확하거나 미리 아젠다를 공유해주지 않으니까 준비할 것도 딱히 없다. 미리 공유해주는 자료도 없으니까 읽어볼 것도 없고, 고민해갈 거리도 없다.
정리하자면,
회의 주최자는 미리 아젠다와 사전 자료를 공유하고, 회의 참석자는 회의 전에 내용을 숙지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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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의 시작 시에 선언하라
- 회의 아젠다 / 회의 종료 시간 / 커뮤니케이션 원칙
선언이 갖는 힘은 대단하다. 더 자주, 항상,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언하는 게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무엇이든 그렇다. 직원들이 조직의 올해 목표를 마음 깊이 추구하도록 만들고 싶은가? 신년행사처럼 연초에 선언하고 끝낼 게 아니라, 혹은 분기별로 전체 회의 때만 선언하는 게 아니라 매주, 매일 얘기하면 된다. 강력한 조직 문화는 어떻게 만드는가? 더 자주, 반복해서 선언하는 게 가장 직관적이며 강력한 방법이다.
1) 회의 아젠다
회의 시작할 때 회의 아젠다를 먼저 선언하는 건 목표지점에 핀을 꽂는 것과 같다. 우리가 어디로 달려가야 하는지 함께 합의하는 과정이다. 중구난방으로 아무 얘기나 하지 말고 우리 목적지까지 뛰라고 정해주는 거다. 마찬가지로 회의 종료 시간을 정한다. 회의는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대화하는 ‘업무’다.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회의 책임자가 리드해야 한다.
2) 회의 종료 시간
회의 종료 시간을 정한다는 건 그냥 100m를 15초 안에 뛰자는 게 아니다. 그냥 빨리 끝내자고 목표 시간을 정하는 건 나이브한 생각이다. 시간이 좀 늘어지는 건 진짜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동일한 시간을 적절히 통제하고 분배해서 효율적으로 쓰자는 거다. 아젠다가 3개인데 1개밖에 논의하지 못했다면,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불필요한 논의를 자르고, 유도해서 다음 아젠다로 넘어가야 한다. 만약 그래도 회의 시간이 부족했거나, 시간은 맞췄는데 논의가 너무 부실하다면 회의 자체에 대해 회고한다. 아젠다를 너무 많이 잡았거나, 회의 방식이 비효율적이거나 기타 문제가 있을 것이다.
3) 커뮤니케이션 원칙
마지막으로 회의 시작 시에는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선언하면 좋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에는 반드시 논리적 근거와 함께 이야기 한다’ 라든지, ‘사람에 대해 피드백하지 말고 사안에 대해 피드백한다’ 라든지 자기들 팀만의 업무 원칙 말이다.
조직 문화의 기본은 핵심 가치이고, 핵심 가치는 실제로 조직 안에서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 암묵적으로만 존재하는 건 조직 문화가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분위기, 추세, 경향 따위일 뿐이다. 선언하고 정의 내려서 조직 안에 적극적으로 사용되어야 조직의 문화다.
수많은 실제 업무 상황, 조직 내 상황에 적용되어야 살아있는 문화다. 어떻게 적용되는가? 선언 없이 움직이는 조직 문화는 없다.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법을 그냥 브랜딩 차원에서 명문화하는 것인가? 아니다. 선언하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생활 안에 녹여야 작동한다.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마찬가지다. 자기 조직만의 커뮤니케이션 룰이 있을 것이다. 이 룰이 작동해야 하는 상황에선 반드시 룰을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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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커뮤니케이션 원칙- 신뢰, 충돌, 헌신
모 IT기업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신충헌(신뢰, 충돌, 헌신)이다. 그들의 조직 문화가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신충헌은 분명히 Best Practice로 꼽힐만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상명하복 관계 때문에, 혹은 사내 정치 때문에 누군가 좋은 의견이 있어도 내지 못한다면 어떨까? 자신은 다르게 생각하지만 전혀 말하지 않고 Yes맨이 되어버린다면 또 어떨까? 혹은 아무 생각도 없어서 조용히 듣고만 있으면 어떻겠는가? 효과적인 회의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회의에서는 충돌하는 게 중요하다. 서로 건강하게 충돌하는 건 회의의 질을 높여준다. 하지만 이 충돌이라는 건 참 어렵기 때문에 건강한 방식을 찾아야만 한다. 내가 볼 때 그 이상적인 모델이 신충헌이다.
구글에서 가장 생산성 높은 팀의 비결을 연구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라는 걸 진행했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심리적 안전'을 꼽았다. 심리적 안전이라 함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내가 공격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 거라는 안전감을 의미한다. 이를 테면 상사의 말에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인사 평가나 사적인 감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도 무시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 같은 게 있다. 아이디어를 냈을 때 창피함을 느끼거나, 비판받을 것을 두려워한다면 심리적으로 안전하지 못하다.
건강한 충돌을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심리적 안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괜찮을 거라는 안전감이 필요하다. 이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커뮤니케이션 룰에 대한 신뢰 등이 바탕으로 깔려야 가능하다.
그리고 충돌만 한다고 건강한 건 아니다. 치열하게 논의한 후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헌신할 수 있어야 충돌이 의미가 있다. 매번 충돌만 하고, 논의가 끝난 후에도 충돌만 하면 아무도 충돌을 즐기지 않을 것이다. 헌신이 따라줘야 하겠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누구나 '우리 조직은 서로 신뢰하고 있어요, 누구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요'라고 얘기할 수 있다. 실제로 '너는 말하지 마!', '내 말에 반대하지 마!'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딱히 제한한 적도 없고 심지어 의견 표출을 장려하고 있으니 우리 조직은 수평적이고 자유롭게 의사소통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회의 현장은 어떤가? 아무도 충돌하지 않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드러나는 현상만큼 명확한 증거는 없다. 별 충돌이 없으니 문제 현상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심리적 안전을 해치고 충돌을 막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다. 그 하나하나를 제거하는 건 전부 다루기도 어렵고, 나열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명확한 장치들을 실천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물론 모든 게 정답은 아니다, 자기 상황에 맞게 응용할 수 있으리라.
- 회의 시작 시에 서로 '심리적 안전'을 지킬 것을 선언한다.
- 실제 회의에서 가장 말을 많이, 오래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체크한다. 그 사람의 발언권을 제한한다. (보통 대표나 팀장이다)
- 모든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칭찬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 질문하고 나서 침묵의 시간을 견딘다. 의견이 나올 때까지 견딘다.
- 발언에서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을 뺀다. '의견'을 지칭하는 표현만 남긴다.
여기서 마지막 항목만 조금 더 살펴보자. 이게 무슨 말일까?
사람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게 아니라,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하자는 거다. 서로 대화하다 보면 '누가' 한 얘기인지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게 직급에 따른 차이이지 않은가? 대표가 한 말이 더 힘 있고, 반박하기 어려운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니 의도적으로라도 '누가' 발언한 건지를 잊게끔 지우기 위해 표현을 바꾼다. 다음 두 케이스를 보자.
[ 대표가 A 프로젝트에서 OO를 하자는 의견을 낸 상황 ]
- 사람에 대한 피드백 : "대표님께서 하신 말씀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 의견에 대한 피드백 : "A 프로젝트에서 OO를 한다는 의견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작은 차이지만 언어는 사람의 프레임과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직급이 아니라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낸 의견이라든지, 매번 사사건건 트집 잡는 사람의 의견이라든지 여러 케이스가 있다. '누가' 말한 거냐에 따라서 똑같은 내용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업무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의도적으로 사람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게 좋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려면 표현 자체에서 사람에 대한 표현을 빼야 한다.
'의견 좀 내라', '우리는 수평적인 조직이다. 자유롭게 의견을 내라'고 자주 말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라. 수업 시간에 질문 좀 하라고 그렇게 부탁해도 손 드는 학생은 적다. 정말 학생들이 궁금한 게 없어서 그러는 건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질문하기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이때 작은 장치 하나만 마련해보라. 포스트잇에 궁금한 걸 각자 적어서 앞으로 내라고 하면 수십 개의 질문이 쏟아진다. 부담을 덜어주는 작은 약속, 룰 하나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그게 조직 문화, 핵심 가치, 업무 방법론, 룰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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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의록은 누가 쓸지 정하고, 반드시 쓴다.
회의 시작하기 전에 회의록을 쓸 사람을 정한다. 다짜고짜 회의부터 시작하면 중간에 꼭 이렇게 묻게 된다. '누가 지금 적고 있는 거지?'
회의록을 왜 적어야 하냐고 묻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다.
- 회의 내용을 언제든 복기할 수 있도록 남김.
-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끼리 논의한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합치시키기 위함.
-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도 필요할 경우 회의 내용을 쉽게 파악하기 위함.
여기까지는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제는 회의록을 적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생각하는 회의록의 진짜 목적은 회의를 마무리하며 내용을 정리하고, Action Item을 뽑기 위함이다. 그냥 회의 끝내면서 '회의록 잘 적었지?' 확인만 하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너무너무 많다. 회의록을 단순히 기록으로만 생각해서 그렇다. 회의록을 그냥 아카이브 용도로만 적어놓고서 나중에 몇 번이나 열어보는가? 거의 열어보지도 않으면서 기록을 아카이브 하려고 적는 거면 안 적는 게 낫다. 회의록의 진짜 의미는 회의 내용을 마무리하며 아젠다를 실제로 '추진'시키기 위해서다.
모든 회의에는 목적이 있고, 그 결과물이 있다. 회의는 그 결과물을 어디에 써먹기 위해서 하는 거다. 그냥 '우리 서로 잘 이야기 나눴고 끝'이 아니라 결과물을 어디에 어떻게 써먹는지까지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
회의의 마무리는 "자 이제 돌아가서 각자 일 합시다"가 아니라,
"오늘 회의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했고, 앞으로 이런이런 과업들(Action Item)을 누가(R&R) 언제까지(Due date) 하기로 정리되었습니다."가 되어야 맞다.
회의가 자꾸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는 건 Action Item을 제대로 짚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의의 결과물이 무엇이 나왔고, 앞으로 어디에 쓰이게 되었는지 정리해줘야 참석자들도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실제로 각 담당자가 'Action Item'을 중심으로 생각을 정리한다.
'회의 오래 해서 피곤하다'로 끝내는 게 아니라,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회의록 작성과 관련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면 좋다.
(https://brunch.co.kr/@goodgdg/8)
+회의를 마무리할 때, 회의 방법 자체에 대한 wrap-up(회고)를 해주는 것도 좋다. 회의가 효율적으로 되었는지, 다음 회의 때 개선할 점은 없는지 이야기한다. 회고는 상황이 벌어진 직후에 하지 않으면 인사이트가 다 날아가므로 회의 종료 시점에 바로 해야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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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잘하는 법 (정리)
[회의 전]
1. 회의의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
2. 회의의 아젠다는 사전에 공유한다.
3. 회의 참석자는 미리 회의 준비를 해온다.
[회의 중]
4. 회의 시작 시에 선언하라 (회의 아젠다 / 회의 종료 시간 / 커뮤니케이션 원칙)
5. 커뮤니케이션 원칙- 신뢰, 충돌, 헌신
[회의 후]
6. 회의록은 누가 쓸지 정하고, 반드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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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잘하는 기업이 협업도 잘한다.
조직에서 회의는 없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려면 반드시 회의를 해야 한다. 그런 회의를 대충 하고 있다는 건, 딱히 협업을 잘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냥 한 명이 원맨쇼로 리드하거나 개개인 역량으로 커버하는 조직은 협업을 잘할 필요가 없다. 협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논의하는 '회의'라는 것에도 개인기에 의존한다. 각자 자기 맡은 일만 잘하면 되는 조직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어떤가? 한 명이 넓은 업무 범위 안에서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시장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협업을 안 하고 각자 주어진 일만 하는 Silo 현상이 발생하면 유연한 대처가 어려울 것이다.
회의를 잘하는 기업은 협업도 잘한다. 협업을 못해도 기업이 성장할 수는 있다. 말 그대로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기업이 될 뿐이다. 협업을 잘하는 기업은 회의 한 번을 해도 더 나은 회의를 하려고 할 것이다.
어떤 회의가 더 좋은 회의인지 각자 조직만의 철학과 노하우들을 잘 만들어가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