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우리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시행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소비자 행동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 중 일부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일자리, 재정 안정성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과 선호도도 팬데믹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일례로 필수품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사치품 소비를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컨설팅 그룹 맥킨지(McKinsey)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 46%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더 저렴한 제품으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금액도 증가했다. 페이스북(Facebook)과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가 최근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전역의 디지털 소비자 중 적어도 44%가 전염병 기간 동안 포장 및 신선 식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썼으며, 그중 80% 이상은 앞으로도 온라인 구매를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기업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아직 회복까지는 요원하다. 하지만, 비교적 초기에 피해를 입은 중국, 한국, 싱가포르와 같은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기업들이 앞장서서 사업을 재개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 각 산업계별로 브랜드들이 직면한 도전과제와 소비자의 변화하는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혁신적인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여행 및 관광: 현지화 및 미래에 대한 기대
국경 간 이동이 계속 제한을 받으면서 여행객들은 국내 여행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으며, 해외로의 장거리 여행은 보다 나중의 미래로 계획하고 있다. 맥킨지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중국 여행자의 55%가 중국 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및 관광 기업들은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여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국내 여행을 촉진하고, 먼 미래의 여행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싱가포르관광청(Singapore Tourism Board)은 최근 여행과 관광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4,500만 싱가포르 달러(미화 3,300만 달러)의 국내 관광 캠페인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인 항공사들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남방항공(China Southern Airlines), 중국동방항공(China Eastern Airlines)을 포함 최소 8개의 중국 항공사들이 올해 6월부터 미화 500달러 정도에 일정 기간 무제한 탑승을 지원하는 ‘무제한 항공권’ 제도를 도입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Changi Airport)은 별도의 ‘환승대기구역(Transit Holding Areas)’을 조성하여, 낮잠 공간, 가벼운 즐길거리, 면세품 안전 배송 등 새로운 환승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여행객들의 편의를 지원하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호텔(Marriott International)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스테이케이션 (staycation)’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올해 40~50개의 호텔을 신규 오픈하고 내년에는 100개 더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객실의 안전, 청결, 위생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기술을 채택할 계획이다.
리테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가속화
코로나19는 점점 더 집에서 하는 온라인 거래를 선호하게 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리테일 업계에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체 로빈슨(Robinsons)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인 라자다(Lazada)와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쇼핑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시세이도(Shiseido)는 일본 최대 유통그룹 중 하나인 이세탄 미쓰코시(Isetan Mitsukoshi)와 손잡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판매 프로그램을 시작한 결과, 코로나바이러스 파동으로 최근 몇 달 사이 인기가 높아지는 효과를 누렸다.
대표적인 리테일 브랜드들도 새로운 혁신으로 중국에서의 디지털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루이비통(LVMH) 그룹 소유 뷰티 브랜드인 베네핏 코스메틱(Benefit Cosmetics)은 위챗(WeChat)을 통해 눈썹 트라이온(Brow Try-On)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베네핏 브로우바(Benefit BrowBar)와 예약하기 전에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먼저 찾아볼 수 있다. 세포라 차이나(Sephora China)도 알리바바 (Alibaba)의 B2C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몰(TMall)과 제휴해 플래그십 온라인 스토어를 론칭하는 등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경험 효율화에 앞장서고 있다.
금융 서비스: 비대면 서비스 및 지원 제공
금융 서비스 기업들의 경우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동시에 각 지점이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것은 가능한 한 디지털 및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천(Shenzhen)에 본사를 둔 핑안은행(Ping An Bank)은 올해 초 포켓 뱅크 앱을 통해 비대면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잇앳폼(Do It At Home)’ 캠페인을 전개하여 고객들이 자산, 보험, 외환 등에 대한 거래를 앱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했다. 핑안은행의 인공지능(AI) 기반 고객 서비스도 연중무휴 24시간 지원한다. 핑안은행의 이런 노력으로 불과 2주 만에 300만 명 이상의 고객으로부터 1167만 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중국초상은행(China Merchants Bank)도 비슷한 조치를 통해 모바일 앱을 강화함으로써 음식 배달, 조리법, 온라인 강좌, 차량 공유 서비스 등 라이프스타일 및 금융 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원스톱 숍으로 거듭났다. 중국초상은행의 해당 앱은 코로나19 관련 실시간 데이터, 온라인 상담 및 기타 자료들도 제공하여 한 달 만에 총 1억 건이 넘는 방문객이 몰리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DBS은행은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을 위해 보험 무상 혜택과 주택 대출금 지급 구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패키지도 제공하고 있다. DBS은행의 코로나19 병원 현금 보험은 하루 최고 52,000건 이상의 가입자를 기록했다.
FMCG: 고정관점을 깨는 발상으로 대응
몇몇 아시아 국가의 FMCG(소비재 유통)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의 회복에 대해 낙관적이다. 최근 진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다른 업종이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달리 FMCG 업종은 앞으로 5개월 이내에 비즈니스가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맞춤형 헤어케어 제품을 제공하는 인도의 화장품 브랜드 프리윌(Freewill)은 코로나19로 인해 진행중이던 싱가포르 시장 진출 계획을 중단하고, 더 이상 살롱에 가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인도 현지 시장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인도의 봉쇄 조치가 해제된 후 매출이 20~30%나 급증하면서 성공적인 조치로 입증됐다.
음식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심지어 지금까지도 코로나19로 인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앞서 언급한 페이스북과 베인앤컴퍼니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77%의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집에서 직접 요리한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 타이거비어(Tiger Beer)는 #SupportOurStreets (우리거리살리기)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싱가포르 현지의 식음료 브랜드들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장려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소비자들에게는 봉쇄 조치가 해제된 이후 해당 매장들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맥주 두 병에 대한 교환권을 제공했다.
전 세계가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함께 헤쳐 나가는 지금은 다 함께 배우고, 실험하고 적응할 때이다. 위에서 살펴본 브랜드들은 기존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 새로운 접근법과 전략을 빠르게 채택하면 살아남는 것은 물론 미래에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