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을 먹기 위해 콩나물시루에 직접 콩을 심고 키워서 콩나물이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장 마트에 가서 콩나물 한 봉지를 사 와서 끓여 먹거나 콩나물국을 파는 식당을 찾거나 배달을 시켜도 된다. 바쁜 현대인에게는 이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콩나물시루 매출이 갑자기 늘었다.
위메프에 따르면, 2020년 3~4월에 콩나물시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84%나 늘었다. 심지어 상추 모종은 3398% 늘었다. 마트에 가면 당장 사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직접 키워서 먹겠다는 것은 자급자족 트렌드면서 동시에 슬로 라이프(Slow Life)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위메프에서 사골 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74% 증가했고, 곰솥 판매량도 92% 증가했다. 조리하는 데 오래 걸리는 곰탕을 집에서 끓이려는 사람이 왜 갑자기 늘어났을까? 심지어 떡을 만드는 재료인 멥쌀가루 매출도 1387% 늘었고, 떡을 찌는 떡시루 매출은 181% 늘었다. 그냥 사 먹으면 편할 텐데 왜 번거롭고 힘들게 떡을 만들어 먹으려는 걸까? 갑자기 곰탕을 끓이거나 떡을 만들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우리는 갑자기 여유로운 시간을 맞았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외부 모임도 크게 줄었다. 집에서 보낼 시간이 늘면서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던 것들에게 관심을 두게 되었다. 우리에게 긴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느림을 소비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동물 복지 계란은 까다로운 사육 방식 때문에 일반 계란보다 2~3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 잘 팔린다. 이마트의 2020년 1~5월간 동물 복지 계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9% 증가했다. 심지어 마켓컬리의 2020년 1~5월간 계란 판매를 보면 동물 복지 계란이 일반 계란보다 43% 더 팔렸다. 2019년 마켓컬리의 동물 복지 계란 매출은 2018년 대비 275% 증가했다. 동물 복지 계란 소비를 트렌드 단계로 구분지어 보자면 2018년에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소비가 일어났고, 2019년에 얼리 메이저리티(Early Majority)에 이어 2020년에 본격적인 메이저리티(Majority) 단계가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동물 복지 소비 확산 속도를 빠르게 만든 티핑 포인트가 된 것이다. 개인위생과 안전에 대해 민감해지고, 먹거리 소비에서도 안전과 환경을 더 따지게 만들었다. 풀무원이 판매하는 계란 중 동물 복지 계란의 비중은 2018년 10%였는데, 2019년에는 23%로 커졌다. 2020년의 목표인 30%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2028년까지 100% 동물 복지 계란만 팔겠다는 계획이다.
풀무원은 국내 브랜드 계란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기업이다. 1등 기업이 변화를 주도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모든 계란이 동물 복지 제품이 될 것이다. 한국 맥도날드는 사용하는 계란을 2025년까지 100% 동물 복지계란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처럼 계란 유통 회사, 계란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외식업체가 변화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도 동물 복지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더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동물 복지를 선택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었고, 서스테이너블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