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을 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패션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까?
얼핏 생각하면 집에서 일하는데 굳이 멋진 옷을 입을 필요도 없고, 실내에 있으니 아우터(Outer)를 살 필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화상 회의를 할 때 웹캠을 통해 보이는 부분도 상체 위주이므로 양말과 신발 구매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보다 자기만족을 위해 패션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고, 또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자기 패션을 수시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원격/재택 근무를 한다고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 일하거나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줄어든 출퇴근 시간만큼 개인 시간이 늘어나 대외 활동이 많아지고, 출퇴근할 때에 비해 사람을 만날 기회도 줄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직장이 인생의 전부인 사람에게는 출퇴근하지 않는 것이 옷을 구입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되겠지만, 그런 사람은 원래부터 패션에 돈을 쓰지 않던 사람일 것이다. 그러므로 원격/재택근무 확산은 애슬레저룩 패션 시장이 더 성장할 계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출퇴근을 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자동차는 덜 팔릴까?
이는 충분히 타당해 보인다. 가뜩이나 자동차 소유는 감소세였다. 미국과 한국에서 카 셰어링 문화가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운전면허를 취득하거나 자동차를 소유한 20대가 줄어들고 있다. 굳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이동하는 데 큰 불편이 없을뿐더러, 차를 구입하는 데 쓰는 돈을 자신의 취미, 취향, 여행에 쓰는 게 기회비용 차원에서 더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2030세대가 늘어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재택근무까지 확산되면 차량 소유는 더더욱 줄어들 여지가 있다. 자동차는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그런데 전면적이든 일부든 원격 근무로 인해 매일 출퇴근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기업들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해야 할 경우에도 이동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거점 오피스를 만드는 등의 투자를 한다. 대표적으로 종로, 마포, 분당, 판교에서 운영하던 거점 오피스를 강남, 송파, 일산, 강서 등으로 확대시킨 SK텔레콤이 있다.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사무실을 이용해야 할 일이 생기는데 이때 거점 오피스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거점 오피스로 인력이 분산되면 본사에는 자연스럽게 공간의 여유가 생기므로 이 여유 공간은 공유 오피스로 활용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밀도를 낮추고, 거리 두기를 하고, 비대면 원격 근무를 하는 등 사무 공간의 변화는 임시방편으로 그치지 않고 자리를 잡을수록 거점 오피스를 두는 시도도 늘어날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방해 요인을 피해 자사의 거점 오피스나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인 보완책이다. 즉 집과 가까운 거리에서 일할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이며, 출퇴근을 위한 자동차 소유의 필요성은 줄어드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개인위생에 더 민감해지고 낯선 타인에 대한 경계심도 커진 상황에서 대중교통을 꺼리고 자가용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났지만 이는 지속될 수 없고 원격/재택근무가 확산되면 이런 수요마저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는 물리적으로 이동하면서 일하고 살아왔지만 기술적 진화와 사회적 변화가 물리적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일하고 살아갈 방법을 찾아주었다. 장기적으로 자동차는 소유 대신 자율 주행 로봇 택시 이용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야 할 방향임에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원격/재택 근무 정착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야 할 방향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