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지의 매거진

콘텐츠 러버가 콘텐츠 마케터로 변신하면 생기는 일

정예지

2020.07.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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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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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마케팅에서 중요한 건,

'콘텐츠'라는 앞 세 글자에 속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많은 기업에서 내는 채용 공고를 살펴만 봐도 그냥 '마케팅' 직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콘텐츠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디지털 마케팅 등 마케팅의 영역을 보다 한정하고 전문적으로 고도화 시키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정확히 언제 부터라고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국내에서의 콘텐츠 마케팅은 스타트업 씬(scene)에서 기존에 들이는 마케팅 비용 대비 고객의 구매 전환을 유도하고, 동시에 브랜드의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도구로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콘텐츠 마케팅도 결국 본질은 '마케팅'인 것!
 

여기까지는 콘텐츠 마케팅에 대해 구글에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사실, 어떤 일이든 실무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내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에 관해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하는데, 콘텐츠 마케팅 직무에 대한 지원자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의 마케팅 방식과 콘텐츠 마케팅이 특화된 영역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오지만, 기업의 이익 증대를 위한 수많은 프로세스 안에서 콘텐츠 마케팅이 가지고 있는 포지셔닝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알지 못한 채 실무에 들어온다. 그중 많은 경우는 '콘텐츠 만드는 사람=콘텐츠 마케터'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지원하는 것이다. 에이, 콘텐츠로 돈 버는 회사에 지원하는 것 아닌 이상 그럴 리가 있나? 생각보다 그런 경우 꽤 많다. 

 
  콘텐츠 만드는 일이 행복해서 콘텐츠 마케팅 한다는 사람 못 봤다.
 
그래서 오늘은 콘텐츠 러버(Lover)가 콘텐츠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실무에 진입할 때 맞닥뜨리는 경우의 수를 다뤄보려 한다. 재미로 봐도 좋지만, 콘텐츠 마케팅을 하면서 범하기 쉬운 오류는 미리 피해보자는 목적의 글이다. 콘텐츠 마케터 채용 공고를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직무와 내가 정말 잘 맞을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콘텐츠 러버가 콘텐츠 마케터로 변신하면 생기는 일 4가지
1. 영상 콘텐츠가 반응이 좋으니까, 뭐든지 영상으로 만들려고 한다.
2. 요즘 핫한 토픽을 놓칠 수 없으니, 그걸로 글을 써보자고 제안한다.
3.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콘텐츠 제작자(=나)에 대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인다.
4. 내 업무의 핵심이 구매 전환에 있는지, 브랜디드에 있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1. "요새 사람들이 영상에 잘 반응하니까, 다른 상품에 대해서도 영상을 하나씩 만들어보자!"
유튜브를 시작으로 영상이 흥한 시대이긴 하다. 특히, 커머스 업계에서는 욕실 묵은 때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샤워기 영상 광고(바이럴 영상)로 대박을 터뜨리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니까 이런 식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게 아주 이상하진 않다. 주로 'OO가 잘 되니까 그걸 더 해보지' 라는 식의 단순한 의사 결정은 콘텐츠 마케터 1인이 쉽게 빠지는 실수이기도 하지만, 영상을 만드는 콘텐츠 마케터의 바로 위 상사나 대표님이 빠지는 함정이기도 하다.

영상이든 뭐든, 형식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삐- 오답이다.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고(마케팅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콘텐츠가 아닌 형식(영상)에 먼저 집중했기 때문이다.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기'는 다른 모든 마케팅 이론과 전략을 제쳐 놓고, 가장 먼저 지켜야 하는 덕목(?)인데 이걸 지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일하는 우리는 모두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회사 문만 열고 나가면 소비자인데, 우리 프로덕트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객관적이기 어렵다. 세일즈든, 브랜디드든, 콘텐츠를 기획하기에 앞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고객이 어떤 내용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힘들어 하는가'이다. 그런데 콘텐츠라는 무형의 것을 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형식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콘텐츠는 영상, 글, 이미지의 동의어가 아니다. 콘텐츠의 동의어를 찾자면 '메시지'가 가장 가깝다. 메시지가 있고, 그 다음에 형식이 있다는 걸 항상 되뇌면서 콘텐츠를 제작할 생각을 해야 한다.


2. "오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뜬 그거, 저희 블로그에 관련된 글 쓰면 조회수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2번은 나를 포함한(?) 글쟁이 마케터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다. 회사 채널에 프로덕트와 관련된 글을 업로드하는 것은 실제로 많은 인하우스 콘텐츠 마케터들이 하는 업무에 속한다. 문제는 내가 쓰는 글이 패션잡지나 웹진에 올라가는 브랜드 홍보성 리뷰가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의 KPI를 달성하기 위한 글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콘텐츠 마케터들이 글을 쓰기 전 초안을 잡을 때, 잡지사에서 기획 회의하듯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직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생기는 문제이다.

 

 회사에서는 기획 회의를 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의 KPI에 맞춰 글을 써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사회적으로 어떤 이슈가 터지거나 유명 대기업에서 성공한 마케팅 사례가 한동안 화제가 되는 경우 해당 소재를 그대로 콘텐츠의 초안으로 가져오는 경우이다. 실시간 검색어 1위나, 사회적으로 대중이 주목하는 주제를 우리 프로덕트와 연결 짓는 것이 나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잘 활용만 한다면, 회사 채널로 순간적인 트래픽을 끌고 오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2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실시간 검색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락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우리 블로그에 올린 글도 검색 포털에서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내려갈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누구나 관심 갖고 선점하고 싶어하는 키워드는 영원히 우리 프로덕트의 키워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글이라는 콘텐츠의 형식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반영하기도 하는데, 광고비를 추가로 태우지 않는 이상 우리 회사 블로그에 올라가는 글은 결국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노출되어야 한다. 이 내용은 이후 글을 통해 자세히 풀어볼 예정이다. 요점만 말하자면, 최신의 주제를 글로 다루는 것은 좋으나 우리 프로덕트만이 가질 수 있는 키워드나 주제를 먼저 찾지 않으면 아무리 잘 쓴 글도 목적이 불분명한 업무로 흩어지고 말 것이다.


3. "피드백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사실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의 영역 아닌가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일과 콘텐츠 마케팅의 일을 혼동하는 대표적인 대사이다. 다시 말하지만, 콘텐츠 마케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앞 세 글자 '콘텐츠'에 속지 않는 것이다. 결국, 콘텐츠 마케팅도 특화된 영역이 조금 다를 뿐이지 본질은 마케팅 활동과 다르지 않다. 특히, 회사에서 나의 업무를 크리에이티브의 영역, 즉,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왜냐하면, 회사는 기본적으로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내 일을 평가할 수 없는 무형의 영역으로 가져가지 말자.

그렇다면 콘텐츠 마케팅에서의 콘텐츠는 어떻게 정량적으로 평가되어야 할까? 답은 하나로 내릴 수 없지만, 처음에 콘텐츠를 기획할 때 정해 놓은 KPI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간단하다. 브랜디드 관점에서 콘텐츠를 발행한다면, 해당 콘텐츠를 발행하기 전과 후의 브랜드 인지도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찾아야 한다. 웹 사이트 트래픽의 양이나 리타겟팅 캠페인을 통해 상품 관련 문의 상담으로 전환된 신규 고객의 비율을 측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일즈 관점에서 콘텐츠를 발행한다면 해당 콘텐츠로의 클릭률이 얼마나 튀었는지, 클릭률 대비 이탈률은 얼마나 감소했는지, 결정적으로 구매 전환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는 내가 만든 이미지나 영상, 직접 쓴 글이 얼마나 퀄리티 있고 보기 좋았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을 우리 상품으로 데려오는 데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4. "당장 전환이 안 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면 좋잖아요(방긋)."
마케팅 회의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캠페인을 해보자' '전환은 안 되더라도 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지면 좋을 것 같다'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굉장히 모호한 말이다. 더군다나, 단순 브랜드 인지가 아닌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구매 전환이 비즈니스의 핵심 목표라면 더 난감하다. '사람들에게(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 중 누구?)' '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지면(브랜드 인지도가 제고되는 건 어떻게 확인할 건데?)' 등 질문만 많아지고, 비즈니스의 문제 해결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비즈니스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 마케터, 정말 이상적이다. 나도 되고 싶다...

 

콘텐츠 마케팅을 비롯하여, 어떤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든 비즈니스의 최종 목표와 맞춰갈 수 없는 마케팅 전략은 불필요한 프로세스와 어이 없는 실패만을 낳게 된다.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브랜디드 관점에서 진행되는 건지, 고객의 구매 전환을 바로 이끌어내기 위한 세일즈 관점에서 진행되는 건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부터 콘텐츠 마케팅의 시작이다.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결국에는 고객을 우리 상품과 브랜드로 데리고 오기 위한 모든 활동이 콘텐츠 마케터의 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이 좀 길어졌는데, 콘텐츠 러버(Lover)가 직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콘텐츠 마케팅을 시작할 경우 범할 수 있는 실수에 관해 정리해 보았다. 누구나 콘텐츠 마케팅을 처음하며 겪는 일이고, 나 또한 콘텐츠 마케팅을 하면 할수록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며 계속 배우는 중이다.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이 있다면,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이를 마케팅 관점에서 활용하는 일은 굉장히 다른 일이라는 점을 알고 충분한 고민을 통해 일을 선택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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