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면… 콘텐츠 마케팅은 뒷전이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정부와 공공기관만큼 온라인 상의 대화에 적극적인 곳은 없지요! 제품을 파는 사기업이 아닌 이상 공공기관이 콘텐츠 마케팅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의아해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거기에 핵심이 있습니다. 애초 콘텐츠 마케팅의 목적은 뭔가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유익하다고 생각할 흥미롭고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오늘날 우리가 공공기관과 교류하는 방식은 대개 온라인상에서입니다. 정보를 검색 · 등록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일 모두 온라인에서 가능해진 상태죠.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 마케팅이 공공기관에 중요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온라인에 올리는 활동이 공공기관에도 도움이 됩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온라인 상의 시민들이 해당 기관의 정보를 꾸준히 찾고, SNS 계정을 팔로잉하고, 그 콘텐츠를 지인과 공유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공공기관의 정보를 좀 더 접근하기 쉽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고, 공공기관 자체를 보다 열려 있고, 참여적이며, 투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죠.
소셜미디어를 두려워하지 말라
공공기관들은 대개 소셜미디어에서 대중과 대화하고 대중의 관심사를 다루는 것에 겁을 먹습니다. 혹시라도 실수를 저질러 명성에 악영향을 줄까 염려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건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마는 일입니다. 고객 만족도를 지금보다 높이고 싶다면 주도적으로 대중을 만나고, 지역사회의 불만 사항에 답하는 것 이상의 행동을 보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중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상 소셜미디어는 공공의 관심사를 다루고, 공공기관의 명성을 관리하고 강화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공공기관 콘텐츠 마케팅을 위한 세 가지 원칙과 이를 가장 잘 실현한 사례들을 들려드릴게요. 원칙은 이렇습니다. 하나, 들으라, 대화에 참여하라. 둘, 끌어들여라. 셋, 나와 관련된(relevant) 이야기를 들려주라.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벨기에 대중교통회사 데레인의 버스들
들어라, 대화에 참여하라
공공기관 마케팅 사례 1. 네덜란드 데레인(De Lijn)의 사례
데레인은 벨기에 플라망 지역 정부가 운영하는 대중교통 회사입니다. 데레인은 벨기에 광고회사 RCA 그룹(RCA Group)과 함께 매우 신중하게 소셜미디어 전략을 세웠죠. 출발은 본격 ‘론칭’이 아닌 ‘포괄적인 모니터링’이었습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온라인에서 그들에 관해 얘기되는 모든 것을 모니터링”했습니다. 이 과업을 무려 1년에 걸쳐 수행한 뒤, 거기서 배운 바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웠다고 해요.
데레인이 소셜미디어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결정했을 때 목표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였습니다.
1) 고객 만족도 증대
B2C 기업인 데레인은 자사의 고객, 즉 여행자들이 자사의 서비스에 만족하길 원했습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있어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걸 깨달았지요. 소위 ‘웹케어(webcare)’는 더 많은 고객들과 더 자주, 더 깊이 연결될 수 있게 해 줍니다.
2) 명성 관리
데레인의 경우, 핵심은 ‘온라인 모니터링’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꼬박 1년에 걸쳐 자사와 관련된 온라인 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준비했지요. 이 같은 총체적인 준비 덕분에 데레인은 소셜미디어 론칭 첫 날부터 자사의 명성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화가 있었습니다. 아직 소셜미디어 계정을 론칭하기 전이었는데, 한 유명인이 데레인의 버스가 예정 시각에 오지 않았다는 트윗을 올렸어요. 그건 사실 데레인사의 잘못이 아니었기에 데레인에선 자사 잘못이 아니라는 답글을 남길 수 있었죠.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자칫 유명인에게 특별대우를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일이었거든요. 데레인은 론칭 전부터 현명하게 움직였습니다.
‘청취팀’과 ‘발화팀’의 이분화
데레인의 소셜미디어 팀은 두 팀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청취팀(Team Listening)이고 다른 하나는 발화팀(Team Talking)이에요. 이들은 이 업무를 위해 추가 고용한 사람이 아니라고 합니다. 기존에 고객서비스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을 훈련시켜 ‘웹케어 에이전트’라는 추가 업무를 부여한 거예요.
청취팀에서는 ‘웹케어’를 책임집니다. 사람들이 데레인 서비스 문제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문의를 남기면, 청취팀에서 이를 해결해 주지요. 데레인에서는 RCA와 함께 청취팀이 적용할 메시지의 톤을 조정했고, 자주 묻는 질문들에 대한 표준 응답, 즉 ‘스크립트’를 만들었습니다. 청취팀 직원들은 이미 전화 응대를 통해 어떤 질문들이 자주 제기되고 그에 대한 공식 대답은 어떤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들 대화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맞게 변형시키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데레인의 발화팀은 총 8명으로 구성됩니다. 이 여덟 명의 직원은 일종의 ‘편집팀’으로 일하며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역할을 해요. ‘좋은’ 콘텐츠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데레인에서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습니다. ‘대화에 참여하세요(delijn.praatmee.be)’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사용자들이 데레인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에서 발행됐으면 하는 스토리를 제안할 수 있게 한 거죠. 데레인은 또 어떤 유형의 콘텐츠를 어떤 시간 간격으로 포스팅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안도 마련했습니다.
일례로, 한 트위터 유저가 데레인의 버스가 다니는 정류장들에 왜 각각의 이름이 붙었는지를 궁금해 했어요. 데레인은 답변을 달면서 원래 질문을 함께 요약해서 다른 팔로워들도 데레인의 트윗을 이해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같은 ‘사소한’ 대화에 시간을 들이는 기업들은 많지 않지요. 하지만 데레인은 이런 대화야말로 소셜미디어 참여의 핵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공식 트위터 계정
끌어들여라
미국 정부 기관들은 좀 더 나은 공공 서비스를 위해 수 년 째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왔고, 2017년 현재 2300만여 명의 사람들이 정부 기관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들은 소셜 플랫폼에 적응할 때, 특히 공적 기관에 주어지는 규제나 책임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제야 그 방법을 알아내기 시작한 곳도 있지만, 소셜에 뛰어드는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둔 기관들도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미국 정부 기관들의 사례를 들어 볼게요.
공공기관 마케팅 사례 2. 미국 항공우주국(NASA)
2008년 화성 탐사 로봇 피닉스가 화성에서 물을 발견했다는 것을 트위터로 공지한 이후, 미 항공우주국(이하 ‘나사’) 트위터 계정은 7만 5,000명의 팔로워를 새로 얻었고 당시 트위터 전체에서 8번째로 팔로워가 많은 계정이 되었습니다.
이 성공은 “나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브랜드 홍보대사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소셜 생태계 개발에서 처음 내디딘 큰 한 걸음이었습니다. 나사는 정부 기관이라 홍보성 콘텐츠에 돈을 투자할 순 없지만, 기관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자연스런 콘텐츠를 활용해 충성스런 팔로워들을 늘려 갈 수 있게 됐어요.
나사의 소셜 팀은 대략 15곳의 플랫폼에 콘텐츠를 퍼블리싱하며, 공식 트위터 계정은 1700만 명의 팔로워를 자랑하고,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 계정은 그 자체만 팔로워 수가 300만에 이릅니다. 팔로워에서 홍보대사로 변신한 사람들의 나사에 대한 팬덤은 아주 뜨겁고 두터워서, 지난 연방정부 셧다운 기간 동안 나사가 트윗을 하지 못하자 ‘#나사가했을법한트윗(#thingsnasawouldtweet)’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앞 다퉈 트윗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현재 나사는 여러 팀 간, 그리고 다양한 직급 간에 걸쳐 전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정기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내보낼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복잡한 과학 개념을 대중에 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사는 항상 청중 속에 참여하고 그들을 북돋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지요.
미국 교통안전국(TSA)의 'TSA에 물어 보세요' 페이스북 페이지
공공기관 마케팅 사례 3. 미국 교통안전청(TSA)
미 교통안전청(이하 ‘TSA’)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까닭에 갖가지 규칙과 제한에 묶여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 장애가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TSA는 소셜을 핵심으로 한 프로젝트를 통해 여행자들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TSA에 물어 보세요(Ask TSA)’입니다. ‘TSA에 물어 보세요’는 더 나은 여행 경험을 창출한다는 최종 목표를 갖고 여행자들의 질의와 우려 사항을 성심껏 다루는 프로그램이지요.
‘TSA에 물어 보세요’는 론칭한 순간부터 대단한 히트를 쳤습니다. 이제까지 총 10만여 건의 질문이 등록됐고, 담당 팀은 15-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문의된 문제를 해결합니다. 현재 ‘TSA에 물어 보세요’는 고객들이 불만 사항을 전하는 허브이기도 하지만, TSA가 제기된 이슈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 주고, 당사의 명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셜 상의 대화에 대해 그 방향을 바꾸고 논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 주고 있습니다.
2017년 10월에 ‘TSA에 물어 보세요’ 팀은 국토안보부 장관이 수여하는 고객서비스상을 수상했고, <롤링스톤> 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인스타그램 계정 100‘에서 가수 비욘세의 계정을 앞지르기도 했어요!
TSA에 따르면 자사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일차적 목표는 단지 자사 홍보가 아니라고 합니다. 목표는 고객중심주의(customer-centricity)라고요. 즉, 늘 온라인 상에 함께 있으면서 고객이 도움을 청할 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돕는 것이라고 하네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감기 예방접종 캠페인
공공기관 마케팅 사례 4.미국 질병관리본부(CDC)
미국 질병관리본부(이하 ‘CDC’)는 청중에게 다가가고 그들을 교육하기 위한 노력을 오래 기울여 왔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나와함께예방접종을(#VaxWithMe)’라는 해시태그를 활용한 셀카 소셜미디어 캠페인이었어요. “감기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알리고, 예방접종에 대한 참여 동기를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매년 감기 예방접종을 맞도록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이었지요.
이 셀카 캠페인은 사람들이 감기 예방접종을 맞고 그 인증 사진이나 영상을 해시태그와 함께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올리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이 캠페인은 1800만 건이 넘는 노출횟수를 기록했고, 2015년 에르메스 크리에이티브 어워드에도 우수 사례로선정되었습니다.
호주 통계청에서 만든 '스포트라이트 2.0' 웹사이트
나와 관련된(relevant) 이야기를 들려주라
공공기관 마케팅 사례 5. 호주통계청 인구통계
호주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이하 ‘ABS’)에서 운영하는 호주인구통계는 호주 최대의 ‘빅데이터’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누구이며 어디 살고 있는지에 관한 현황을 포함하여, 매우 중요하고 요긴하게 쓰이는 인구학적 수치로 구성되지요. 이 수치들은 정부에서 계획 ‧ 행정 ‧ 정책개발 시 사용되고, 민간에서도 시장조사나 부동산 같은 분야에서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호주통계청의 고민은, 이 같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흥미롭고, 공감 가고, 의미 있는 ‘스토리’로 만들까라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스포트라이트 2.0(Spotlight 2.0)’이었습니다. 이 웹사이트(spotlight.abs.gov.au)에서는 호주통계청의 인구통계를 사용자들이 즉석에서 이용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제시합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기본 정보를 몇 가지 입력하면, 그에 관한 데이터들이 인포그래픽으로 나타나고 사용자는 이를 쉽게 SNS에 공유할 수 있지요.
‘스포트라이트 2.0’은 시민들에게는 인구통계의 중요성과 통계 데이터의 시의성을 깨닫게 해 주고, 통계청에는 호주 시민들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추가 수집할 수 있게 해 줬어요. 호주 통계청에서는 이어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도시 운영하기(Run that Town)’를 개발했습니다. 호주 어린이들이 인구통계 데이터와 그것이 왜 수집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게임이에요. 아이들이 ‘도시 운영자’가 돼서 인구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의사결정 과정에 활용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죠.
인구통계와 같은 수치, 그리고 인포그래픽을 청중의 의미 있는 행동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전략은 이처럼 ‘스토리텔링’입니다. 스토리가 없는 데이터는 어쩌면 무가치할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연구 결과든 도임과 중간, 결말이 있습니다. 소설처럼요. 잘 만들어진 웨비나, 백서, 인포그래픽에는 청중이 흥미로워할 만한 도전과제가 제시되고, 그 과제를 청중과 함께 해결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맨 마지막에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가 전해집니다. 그렇게 데이터라는 콘텐츠가 청중의 마음속에 들어서는 거죠.
자, 공공기관 콘텐츠 마케팅을 다시 새롭게 시작해 볼까요? 주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십시오. 신뢰를 쌓으십시오. 당사에서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내보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