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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시티, 작은 비즈니스가 살아남는 방법

THINK TANK 최창규

2018.09.0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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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시티, 작은 비즈니스가 살아남는 방법

열악한 리소스로 EPL 우승까지 넘보고 있는 레스터 시티에게 많은 영감님을 받았다 

 

 

원래 축구를 좋아했지만 특히 2016-2017 시즌 EPL은 너무 재미있다. EPL 특유의 역동성과 속도감, 슈퍼스타들의 향연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무엇보다 절대 강자가 없는 치열한 리그라는 점은 매 경기마다 손에 땀을 쥐고 시청하게 만든다.


특히 이번 시즌 가장 큰 재미 요소는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갓 승격했지만 강등 걱정은 커녕 리그 우승을 넘보고 있는 레스터 시티의 행보다. 작년 1부 리그 승격 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감독과 몇몇 선수가 방출되는 불운을 겪었고 작은 구단 특성상 출중한 스타플레이어가 전무한 열악한 리소스이지만 단 3경기를 남기고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니. 특히 자본력이 중요해진 축구계에서 드라마 같은 일 아닌가!

 

 

 

레스터시티에 살짝 묻어가는 우리 회사 THINK TANK Contents


이러한 레스터 시티의 행보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 중인 우리 회사를 연상케 한다. 레스터 시티의 성장 모델은 우리 같은 작은 비즈니스에 적용해볼 수 있고 생각할 여지들을 많이 던져 주었다. 단기 성장으로 대박을 실현하려는 것도 아니고 가급적 좋아하는 일을 오래오래, 안정적으로 하는 것이 고민인 나로서는 레스터 시티의 돌풍은 참 반가운 모델이었다.     


레스터 시티의 돌풍 비결을 나름 짚어보고 우리 같은 작은 비즈니스에 참고할 만한 개똥 인사이트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역량의 선택과 집중 : 부족한 리소스 극복

 


전체적인 역량 부족을 보완한 선 수비 후 역습의 초 고효율 전략을 구사하는 레스터 시티 

 


레스터 시티 경기를 보면 알뜰하고 경제적인 축구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상대가 자신들 보다 강팀임을 전제로 무리하게 공격 전개를 하지 않고 최대한 물러서 빈틈없는 수비를 한다. 그러다 상대가 빈틈을 보이거나 실책을 범해 공을 탈취하면 한 번에 긴 패스로 공격진에게 연결하는 카운터 어택을 시도한다. 수비를 통해 힘과 집중력을 비축한 공격수의 득점 성공률이 상당히 높다.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난 강팀의 경우 원활한 패스를 통해 오랜 시간 공을 소유하는 ‘점유율 축구’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지만, 레스터 시티의 경우 개개인의 능력이 비교적 높지 않기에 강팀과 같은 방식을 전개할 경우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점유율 방식이 아닌 선 수비 후 역습 방식을 통해 확실하게 득점을 만드는 루트에 집중했다. 

 

이는 부족한 역량과 리소스를 남들과 다른 방식,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에 집중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고 실속 (승리, 승점) 을 챙기는 전략이다.

 

 

2/ 구성원의 일당백 시스템 : 얕은 선수층의 효율 극대화   

 

 

 

가성비 최고의 삼인방 : 마레즈, 바디, 캉테 

 

 

레스터 시티 선발 명단은 베스트 11의 변화가 거의 없다. 주전급 선수들이 선발로 고정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주된 이유는 아무래도 선수층이 워낙 얕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전술적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을 계속적으로 활용하고 경우에 따라 1, 2명 정도를 바꾸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이는 팀이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어느 정도 고정된 시스템(포매이션)과 전술(선 수비 후 역습)을 기반으로 각각의 위치에서 개인의 역할을 최대한 잘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백의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공을 탈취했을 시 후방과 중원에서 한 번에 공격진에 넘어가는 정확한 롱 패스, 단 한 번의 패스를 정확하게 득점으로 해결하는 연결고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때문에 각 개인이 일당백이 되어 수비는 물론 공격으로 연결되는 작업까지 확실하게 책임지고 있어 공격 성공률이 매우 높다.     


이는 작은 조직에서 개인이 한 가지 전문 분야를 확실하게 해내면서 서로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고 리소스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3/ 리더의 역할 : 단순하고 안정된 시스템 구축, 개개인의 강점 극대화

    



선수들 개개인의 강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안정되고 단순한 포메이션과 경기 운영


어느 집단이나 리더, 감독, 오너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구성원의 개개인의 역량이 탁월하더라도 이들을 제대로 묶지 못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고, 비록 부족한 역량을 가진 구성원들이더라도 리더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기 동기부여를 시키는가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지기도 한다.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탈리아의 라니에리 감독은 유럽 유수의 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지도자였지만 소위 말하는 ‘S급’의 감독은 아니었다. 잘해야 2위, 중위권을 오가는 성적으로 불미스럽게 경질 되는 경우도 많았다. 때문에 처음 부임 당시 많은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라니에리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은 안정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선수 개개인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후방 수비라인부터 미드필드까지 안정적인 수비 형태를 구축하되 측면과 전방 공격 라인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빠르고 집약적인 전술을 사용한다. 때문에 각 포매이션 별 선수들의 역할은 매우 단순하고 효율적이다. (실제 라니에리 감독은 선수들에게 각자 자리에 최소한의 역할만 강조할 뿐 여러 가지를 주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리더로서 라니에리는 선수들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단순한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4/ 강점은 다시 보면 약점 : 끊임없는 진화와 변화 추구해야

 

 


 

레스터 시티의 강점은 부족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역발상 전략인 만큼 태생적으로 불안한 지점들이 많다. 우승 (혹은 준우승)을 하게 되면 챔피언스리그, FA컵 등 다양한 대회를 소화해야 하는 전혀 다른 상황이기에 이에 대비한 완벽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렇듯 생존에 있어 상황과 목적에 맞는 시스템과 전략을 고민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 역시 레스터 시티의 그것과 비슷한 점이 많다. 아주 작은 규모, 부족한 리소스임에도 구성원 각각 역할이 명확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고, 지식 산업의 장점을 살려 불필요한 고정비를 최소화해 실속과 생존을 동시에 가져가려 노력 중이다. 다만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어렵고, 리소스가 부족해 효율적인 시스템에 투자할 비용이 많지 않다 보니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가 쉽지 않다.


본질은 그대로 가져가되 계속해서 급변하는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상황에 맞는 '진화'가 중요한 것 같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고, 그것이 강점이 되면 다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매일 이런 생각에 꼬리를 물다보면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점차적으로 성장하는 우리 모습, 궁극적으로 독립하게 된 계기를 곱씹어보며 다시금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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