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의 매거진

브랜드, 뺄셈

STONE

2019.01.1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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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 Leonardo da Vinci

 

단순함은 궁극의 완벽함이다 정도의 의미일까요.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 말입니다. 500년 전, 한 천재 아티스트가 했던 말이 2018년 현재에도 의미있게 들리는 것을 보면, 진리라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따지지 않고 흐르는 하나의 ‘맥’인 것 같습니다.

 

‘부족’과 ‘충분’의 시대를 건너 바야흐로 ‘과잉’의 시대입니다. 물질적 과잉 뿐 아니라 정보의 과잉, 초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컨텐츠 업데이트 속도 과잉’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스마트폰 액정에 엄지 손가락을 한번 쭉 내렸다 튕겨 올리면 어느새 내 SNS의 피드는 다른 장면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그러면 브랜드들이 할 일도 많아집니다. ‘아, 저런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해야겠군. 오, 저런 이미지를 우리도 사용하면 좋겠네. 세상에, 우리도 저런 이벤트를 만들어보자’ 브랜더들과 마케터들의 손과 머리가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뭔가 많이 보고, 최신 트렌드를 업데이트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왠지 제자리인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정보와 컨텐츠의 흐름은 이제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정보의 트렌드를 따라잡았다고 환호성을 해 봤자, 10분 후면 또 업데이트될 것입니다. 이런 ‘덧셈(+)’과 ‘곱셈(x)’, 나아가 ‘무한대로 증가하는 엔트로피’의 세상에서 다시금 주목해야 할 주제는 바로 ‘뺄셈(-)’이 아닐까요. 덧대고 덧입혀 본래 그 안에 있었던 진주를 숨기는 것이 아닌, 본래의 그 진주가 더 빛나도록 ‘진주답지 못한 것들을 쳐내고 빼내는 것’이 앞으로의 브랜드가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로 결은 다르지만, 자기만의 ‘뺄셈’ 법칙을 가지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몇몇 브랜드가 떠오릅니다.

 

 

 

가장 한국적인 식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명인명촌

명인명촌은 말 그대로 전국 각지에서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지켜오고 있는 명인들의 식품과 식재료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산업화와 함께 표준화된 입맛에 조금은 낯설고도 깊은 우리의 맛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명인명촌에는 60여 장인분들이 만들어가는 200여종의 식품이 있습니다. 깊은 맛 뿐 아니라 그 식품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생각과 과정을 거쳤을 명인들의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에 더 그 맛이 증폭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숨은 보물’이라는 철학 하에 전국 각지의 숨은 전통식품을 선별, 소개하는 명인명촌

 

2009년 명인명촌이 시작된 이후 전통 식재료와 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와 맥락이 유사한 전통식품 브랜드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다만 명인명촌이라는 브랜드가 런칭 이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 뿐 아니라 자기다움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고집과 자신만의 ‘뺄셈’ 법칙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리한 매장 확장을 하지 않습니다. 전통식품 장인들이 단순히 제품 공급자가 아닌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주체이기 때문에 무리한 생산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상생이 중요합니다. 또한 SNS로 상품을 매스 고객에게 공격적으로 홍보하기보다는 한 사람의 충성된 고객 확보를 생각합니다.

 

 

 

묵묵히 한국 전통의 식재료와 식품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명인들의 스토리

 

 

 

“우리 브랜드가 ‘소비’는 되더라도 ‘소진’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서요.”

 

유통처나 판매 경로를 왜 더 확대하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명인명촌 정두철 대표님이 넌지시 건내주신 한마디였습니다.

 

 

한국의 전통 식품과 식재료를 깊이있게 소개하는 명인명촌 매거진

 

‘일관된’ 요지경 만물상, 삐에로쇼핑

삐에로쇼핑은 일본의 돈키호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신개념 유통 브랜드입니다. 삐에로쇼핑은 글로벌 트렌드인 ‘심플’, ‘미니멀’과는 거리가 멉니다. ‘요지경 만물상’이 브랜드 슬로건이니 말 다했죠. 다만 그 ‘요지경 만물상’ 다운 면모에 있어서는 일관성을 보입니다. 일단, 잰 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샀네, 샀어’ 라든가 ‘드루와, 뭐가 어딨는지 하나도 모를걸’ 이라는 식입니다.

 

천원짜리 상품부터 명품까지, 서핑보드부터 19금 성인용품까지 상상할 수 없는 범위의 제품들이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대형유통마트, 온라인 쇼핑이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많이 사라져버린 중소형 제품 가게나 문방구들에서나 만날법한 온갖 물건들이 총출동 되어있어 반갑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 삐에로쇼핑을 대기업에서 운영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요.

 

 

친근하면서도 B급코드인 삐에로쇼핑만의 언어와 비주얼 스타일

 

언뜻 보면 뺄셈과는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이곳을 왜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물건 종류는 수만가지이지만, 그 수많은 종류의 물건들을 판매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맥락에 있어서는 ‘만물상’이라는 이곳만의 B급 감성과 발견의 재미라는 핵심 테마가 그 중심을 잘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삐에로쇼핑에는 정제된 심플함과 계획된 동선, 고급스러운 말투가 ‘빠져’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중소기업의 제품들을 대형 유통사의 PB브랜드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제품 본래의 브랜드를 노출하며 큰 유통의 장을 마련합니다. 삐에로쇼핑답지 않은 것은 과감히 빼고, 자기다움을 증폭시키는 노련함이 돋보입니다.

 


 

친근하면서도 B급코드인 삐에로쇼핑만의 언어와 비주얼 스타일

 

 

동물은 누구의 것도 아니에요, 낫아워스 (NOT OURS)

처음 이 브랜드를 접하게 됐던 기억이 납니다. 지인이 ‘fake fur’라며 텀블벅 프로젝트로 판매된 하프 코트를 입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입으니 곰돌이마냥 꽤 귀여웠습니다. 그러면서 ‘Vegan Fashion’이라는 카테고리에 대해 알게 되었죠. 말 그대로 동물을 희생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옷과 패션 제품들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입니다. 동물의 생명은 우리가 좌지우지할 것이 아니라고 하는(NOT OURS) 브랜드의 철학이 브랜드 이름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비건 패션의 상징으로서의 ‘BEAR’ 심볼과 페이크 퍼 하프코트 프로모션

 

처음에는 그 컨셉이 ‘새롭다’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낫아워스의 공동대표 두분의 삶을 살펴보니 단순히 브랜드 컨셉이 아닌, 창립자의 라이프스타일이 그 브랜드 자체였습니다. 비건인 것은 물론이고, 육수도 채소육수, 김치는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만 먹는다고 합니다. 가끔 SNS를 통해 비건 점심 메뉴 레시피까지 방출하니, 비건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얼마나 확고한지 알 수 있습니다. 동물성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것 뿐 아니라 하나의 제품이 세상에 나오고 폐기되기까지의 과정에 연결된 모든 것들에 최대한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면서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Vegan is the future’ 셔츠와 채소 프린트, 비건파티까지 브랜드의 본질을 강화하는 활동들

 

 

유행하는 컬러와 스타일을 쫒아 2주만에 새로운 패션을 제시하는 Fast Fashion과는 대척점에 있는, 어찌보면 ‘가장 느린 패션’일지 모르나, 사려깊은 낫아워스의 비건 패션 운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 브랜드는 꽤나 큰 무게의 브랜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함이란 복잡함보다 훨씬 더 어렵다. 무언가를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만, 한번 그것에 다다르면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 스티브잡스 

 

정보와 콘텐츠 과잉의 시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무언가를 덧대고 곱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본질만 남기고 다 버릴 수 있는 ‘뺄셈의 미학’ 아닐까요. 그것이 브랜드의 철학이 됐든, 홍보물에 부착하는 한 문장의 슬로건이든 말입니다.

 

해도 좋을 것 (BETTER to do)을 잠시 옆자리에 놓아두고 우리 브랜드가 하면 절대 안될 것 (NEVER to do)들을 적어보세요. 자칫 길을 잃고 헤맬 뻔 했던 브랜드의 중심이 다시 보일 것입니다. 

 

 

by Hey Kim

 

Brand Content Lab Strategy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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