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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마케팅, 저널리즘을 위협하다?

콘텐타

2019.05.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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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네이티브 광고가 마케팅계의 요상한 진화적 중간단계 쯤으로만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기업들이 점차 언론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질문들에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습니다. CJR의 마이클 마이어 기자가 작성한 “저널리즘이 콘텐츠 마케팅을 경계해야 하는가?” (원제: Should Journalism Worry about Content Marketing?) 라는 글은 브랜디드 콘텐츠의 성공사례, 브랜디드 콘텐츠와 저널리즘의 관계, 그리고 기업들이 자체 콘텐츠 제작팀을 구성하는 추세에 대해 의미있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 기사는 세인트 루이스에 위치한 네슬레의 계열사 퓨리나 (Purina)의 마케팅을 주된 소재로 이용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식품회사 네슬레는 그룹 전체로 볼 때 “매일 1,500개 이상의 콘텐츠”를 쏟아냅니다.

 

 


 

 

네슬레의 브랜드인 퓨리나의 마케팅 팀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중심에는 매일 아침 퓨리나의 마케팅팀이 머리를 맞대는 아침 회의가 있습니다. 마이어 기자는 이 회의 분위기가 언론 스타트업이나 언론사 보도국의 편집회의와 비슷하다고 전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후자에 중점을 두는데, 그는 기업 내부의 뉴스룸이나 전통적인 언론사의 뉴스룸이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둘의 차이는 사람들 (특히 기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적고 미묘하다는 것이죠.

 

실제로 콘텐츠 마케터들과 기자들을 구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통 저널리즘 교육을 받은 기자들이 네이티브 광고 마케팅 (퓨리나의 콘텐츠 마케팅팀이나 광고대행사 등) 으로 이직하고  있고,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 같은 언론 매체도 광고주의 요구에 의한 글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광고성 기사에는 기자들의 보도가 아닌 광고주가 지불한 유료 콘텐츠임이 명시되지만, 글의 형식을 비롯한 여러가지 면에서 둘의 차이가 너무나 미미하여 구별하기가 힘듭니다. 마이어는 “최고의 콘텐츠 마케팅은 뉴스와 홍보, 정보성 요소를 교묘히 섞어 소비자가 어느 한 가지로만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 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 기사와 광고성 기사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고 봅니다. 점점 더 다양한 경로로 방대한 양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소비자들이 그 콘텐츠가 객관적 기사인지 돈을 받고 제작한 콘텐츠인지를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은 신뢰의 영역에서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그 글이 의미있고 내가 관심있는 주제라면 신문기사이든, 기업의 블로그이든, 기업이 돈을 주고 신문에 게재한 글이든 독자들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마이어는 이 문제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독자들은 지금 읽고 있는 글이 기사인지 광고인지 쯤은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들이 그걸 얼마나 신경쓰냐는 겁니다.


“저널리즘이 콘텐츠 마케팅을 경계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콘텐츠에 대한 질문임과 동시에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영역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합니다. 광고주와 기자의 관계는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이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의 긴장도 항상 있었지만, 정말 콘텐츠 마케팅이 전통적 미디어에 위협적인지는 좀더 생각해봐야 될 문제입니다. 아무리 기업이 유려한 글 솜씨로 신문 사설 칼럼에 나올 법한 문제를 다룬다 하더라도 결국엔 자기 브랜드를 위한 것에 불과한데, 겨우 이런 글들 때문에 정통 기자의 역할을 염려하는 것이 맞을까요?  이는 현직 기자들이 협찬 기사를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합니다.

 

“퓨리나의 조직은 기자들이 인정하기 싫을 정도로 정통 언론 매체의 뉴스 제작실과 닮아 있다” 라는 주장에서 마이어 기자는 ‘우리냐 저들이냐’ 식의 이분법은 사실상 기자들의 언론인으로서 자부심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오랫동안 뉴스매체에 주어진 사회적 신분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암시합니다.

 

 

다음은 마이어의 글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광고주와 기자들은 오랜 기간 사업적 파트너였고, 둘 사이엔 항상 약간의 긴장이 존재했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이 긴장을 실질적 위협으로 바꿀 만한 힘을 가지고 있죠. 기자들은 스스로를 대중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보호자, 사실과 미사여구를 구분하는 진실의 수호자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기업의 대표 혹은 정치인들의 말이 (진실성에 대한 확인 없이) 곧바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중재자 역할을 위해 생겨난 것이기도 하고요.

 

이런 중재자로서의 정체성은 지금은 비록 퇴색되었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널리즘과 언론사 사업 모델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콘텐츠 마케팅의 진화는 이 중재자의 존재 필요 여부에 대해 의심을 던지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기업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읽거나 친구들과 공유하면 이는 즉 중재자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이렇다보니 기업의 브랜디드 콘텐츠 경쟁에 기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마케터들은 더 이상 단순히 라이벌 기업보다 더 많은 독자를 얻기 위해 경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런 목적을 뛰어넘어 스스로를 하나의 디지털 매체로 내세우려 하고 있고, 이미 희소해질 대로 희소해진 독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정통 언론 매체들과 경쟁합니다. 

 

주목할 것은 기업들이 제작한 콘텐츠 중 상상 이상으로 좋은 콘텐츠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례로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여성 수감자 시리즈는 넷플릭스의 예산으로 제작되었지만 여성 수감자라는 진지한 주제로 소비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독자의 관심사가 무엇이든, 반려 동물을 좀더 잘 보살피고 싶든 (퓨리나) 친환경 농업에 대해 더 알고 싶든 (Chipotle, 미국이 멕시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독자의 관심분야에 직접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직을 감행하는 전직 기자들 덕분에 기업의 콘텐츠 중에는 진지하면서 정말 읽을 만한 것들이 늘고 있죠. 대중으로부터의 인기도 상당합니다. Chipotle의 동영상은 온라인에서 꾸준히 수 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레드불은 자체 잡지인 Red Bulletin을 270만 부나 출판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브랜드 저널리즘 팀에서 일하기 위해 몸담았던 잡지사 PC Magazine을 떠난 카일 몬슨은 마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대중은, 특히 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기업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을 전혀 불편해 하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전통적 매체의 보도국 운영을 본받아 기업들이 글의 수준에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데 따른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마케터들은, 마이어의 말을 빌리자면,  “저널리즘이 대중에게 가장 강하게 어필하는 요소를 차용하여 광고에 적용하는 방법을 매일같이 새로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나날이 그 실력도 늘고 있다.” 다시 말해 브랜드 쪽의 뉴스룸도 어떻게 그들의 스토리를 풀어나갈지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은 이미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죠.

 

콘텐츠 마케팅이 점점 더 세련되지면서 마케터들은 저널리즘적 시각을 더 많이 차용할 것입니다. 똑같아 보이는 수없이 많은 콘텐츠들이 만들어질 것이고, 기사인지 홍보성인지 구분을 짓는다고 해도 그 콘텐츠의 성격은 점점 더 비슷해질 것입니다. 언론매체와 콘텐츠 마케팅의 구분은 점점 희미해져 가겠지만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승리 따위는 없을 겁니다. 더 좋은 기사를 쓰는 쪽이 독자들의 시간과 관심을 얻을테고, 그 출처가 언론인지 브랜드인지는 점점 의미를 잃어갈 것입니다.

 

 

 

참조 : Columbia Journalism Review , Should Journalism Worry about Content Marketing? By Michael Mer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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