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미의 매거진

시몬스 침대의 복합문화공간을 통한 브랜딩

최연미

2019.08.0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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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힘, 공간 마케팅

전혀 연결되지 않았던 의미들이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로 엮인다. 그리고 서로  어울리지 않았던 사람들이 같은 공간 안에서 만난다. 브랜드 공간을 기점으로 서로 연결되고 함께 증폭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간 마케팅의 힘이다.

 

며칠 전 경기도 이천에 있는 시몬스 테라스에서 열리는 '장 줄리앙'의 그림 자선 경매 초청장을 받았다.  시몬스의 복합 전시 공간인 시몬스 테라스 오픈을 기념하여 '잠, 꿈, 편안함'이라는 키워드로 협업하였던 프랑스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 Jean Jullien(장 줄리앙)은 몇 달간의 작품 전시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을 연말 즈음 자선 경매 형식으로 판매하는 자리였다. 초청장과 함께 참가하기 전 미리 경매에 참여할 그림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는 예쁜 그림 도록이 배송되었다. <무한도전>, <어쩌다 어른>에 출연하여 낯익은 미술 경매사 손이천 씨가 진행하는 미술 경매 행사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림 경매에 초청된 게스트들이 편하게 이천까지 오고 갈 수 있도록 특별 리무진 버스 서비스도 준비되어 있었다. 늘 이렇게 꼭 참여하고 싶은 행사에는 일이 생겨 가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업무시간과 겹쳐서 갈 수가 없다. 이번에도 역시 업무 때문에 결국 참여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꼭 가고 싶었던 옥션 행사였다.

 

그렇다면 침대 매트리스 브랜드 <시몬스>와 그림 경매의 상관관계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복합 문화공간

브랜드 체험관은 단순히 체험하는 곳을 넘어, 그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철학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어떤 접점에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기업의 이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어떻게 앞으로 그 세계관을 확장해 나갈 것인지 방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번 미술 경매 초청 이전에 나는 일찌감치 웹사이트를 통해 시몬스 테라스 투어 예약을 했었다. 그러나 경기도 이천이라는 거리감은 혼자 잠시 들리기에 부담스러웠다. 굳이 남편까지 같이 이천 주말 나들이가자고 하여 함께 투어 예약 프로그램에 강제 신청했었다. 모두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브랜드 전시관인데 굳이 요란하게 별도로 설명을 해 주는 투어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예약을 할 필요가 있을까만은 나는 꼭 설명을 들어 보고 싶었다. 한 시간에 걸쳐 시몬스 테라스라는 공간을 함께 거닐며 공간에 대한 다양한 기획 의도와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천에 세운 시몬스 테라스는 '좋은 수면은 취향이 반영된 삶'이라는 주제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제품 전시, 체험,  수면 R&D센터, 공간 스타일링 제안, 라이프스타일 소품, 브랜드 뮤지엄뿐만 아니라 팜 가든, 콘셉트 호텔, 미술 전시, 커피숍, 넓은 야외 테라스 공간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공간을 "좋은 수면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로 엮어서 관통해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 뮤지엄에는 옛날 매트리스를 만들 때 사용하던 굵은 바늘부터 다양한 제작 도구, 예전 침대 스프링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수면 연구 센터 매트리스 랩에는 시몬스의 매트리스 설계 노하우인 조닝과 레이어링 기술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시몬스테라스 외에도 전국의 주요 백화점내에도 블랙맨션, 뷰티레스트 등 주요 제품 컬렉션별 브랜드 체험관을 공간별로 달리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시몬스테라스에서는  고객이 직접 침대에 누워보고 체형과 수면 습관에 맞는 침대를 직접 고를 수도 있다. 그리고 장줄리앙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수면이라는 주제로 드로잉을 펼치는 드로잉 라이브 쇼와 작품전시를 진행했다. 로컬 파머스 마켓이나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작은 마켓을 열기도 하며, 친환경 콘셉트의 다양한 그린 프로그램을 열기도 한다. 런닝맨과 같은 예능 TV 프로그램을 촬영하기도 하며, 패션잡지사 W와의 협업을 통해 롱보드 여신이라고 불리는 인플루언서가 롱보드를 타고 다니며 넓은 공간을 소개하기는 영상을 찍었다. 요즈음은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야외 테라스에 장식되어 있어 방문객에게 다양한 포토스팟을 제공한다.

 

시몬스침대는 원래 미국에서 1870년에 설립된 148년이 넘은 브랜드이다. 미국 시몬스는 2009년에 파산했다가 2012년 썰타침대와 함께 회생에 성공하였다. 국내에서는 1992년에 국내 독자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브랜드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보여주려면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정돈하여 잘 보여주어야 한다. 한번은 속초에서 드라이브를 하다가 우연히 유명한 회냉면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그 식당에서는 밀가루 포대를 직접 한쪽 어깨에 메고 자전거를 한 손으로 운전하며 비포장 길 위로 배달 가던 1대 창업자의 낡은 사진이 액자에 걸려있었다. 모든 것의 역사에는 시작이 있다. 우리는 시간을 투자 하여 헤리티지를 잘 보존하고 브랜드 스토리를 이어가야 한다. 명품 브랜드들이 잘하는 것이 바로 그 헤리티지의 응축과 표현이다. 디자인 정통성, 브랜드 정통성, 브랜드 역사와 가치는 꾸준히 쌓아 올린 그 브랜드만의 세계관이 된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의 확장성

브랜드 공간의 주인은 고객, 즉 우리들이다. 내가 중심이 되는 공간은 나를 중심으로 확장되며, 많은 고객이 스스로 중심이 되는 공간의 힘은 그 어떤 광고보다 영향력과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몬스 테라스 야외 공간에서 열리는 파머스마켓, 크리스마스 대형 트리들,  카페, 뮤지엄, 가든, 라이프스타일 소품샵의 주인공은 고객이다.  공간 안에서는 특정 화면이나 지면에서 전달받는 일방적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각자의 공감각을 통해 느끼고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새로운 에너지를 함께 만들어 간다. 가족, 연인, 동료, 지인들, 브랜드 공간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할 때 브랜드가 가지는 힘과 전달력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증폭된다.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공간과 수많은 이야기들이 무한대로 생겨 난다.

 

 

“공간 마케팅의 장점은 무한한 확장성이다.”

 

 

  

  


 

 

 

라이프스타일로의 진화

시몬스침대는 매트리스에서 시작하여  트렌드를 이끄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었다.

 

시몬스침대는 원래 미국에서 설립된 지 148년이 된 브랜드이다. 에이스 침대에 이어 국내 침대 시장 점유율 2위다. 그러나 국내 특급 호텔 침대 점유율로 보면 시몬스 침대가 더 높다. JW 메리어트  서울의 379개 전 객실에 뷰티레스트 블랙 최고급 매트리스가 설치되어 있고, 신라 호텔, 힐튼 부산, 반얀트리 등 고급 호텔 객실 내에 시몬스 침대가 들어가 있다. 고급 호텔을 겨냥한 B2B 판촉을 집중적으로 한 덕분에 국내 프리미엄 침대 시장만 보면 점유율이 가장 높다고도 할 수 있다. 뷰티레스트 블랙라인은 매트리스 하나에 2천만 원대라고 하는데 그 수요가 많다니, 고급 침대 시장의 규모가 생각보다 큰가 보다.

 

 


 

시몬스 침대의 국내 광고, 마케팅 변천사를 보면 어떻게 스스로를 규정하는가에 따라 브랜드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다시 짚어볼 수 있다.

 

예전 시몬스 침대 광고를 기억하는가? 잠시 기억을 되살리자면 <아빠> 편 광고는 이런 내용이다. 남자 친구가 2층 딸 방에 놀러 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아빠가 2층으로 올라가는데 그 사이 급하게 남자 친구가 천장에 매달렸다가 아빠 뒤로 침대 매트리스에 떨어졌다. 매트리스 성능이 좋아서 전혀 흔들림 없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간다는 내용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강조한 광고였는데 지금 정서와는 많은 이질감을 주는 이 광고가 불과 2010년 광고이다. 채 10년이 안 된 사이 고객과 브랜드 모두 안팎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2017년부터 전개된 시몬스침대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은 나른한 혼네의 음악을 배경으로 하루 종일 바쁜 일상으로 지쳐서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바로 쓰러질 것 같은 스타일리시한 남자/여자가 등장한다. 영상 맨 마지막 부분에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광고 카피는 동일하게 나오지만 영상 내내 다른 카피가 전혀 없이 오직 감도 높은 영상과 스타일링에 집중한다.

 

침대 매트리스 시장 초기에는 침대의 기능적인 우위와 속성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제품 자체보다는 라이프스타일로 표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감각적인 패션 업계 출신의 마케터를 영입하였고, 김건 CF 감독과의 협업을 통해 영상미가 뛰어난 고퀄리티 광고를 새롭게 만들었다. 여기에 대니 애런즈 & 진보 뮤직 디렉터와의 협업, GQ 패션 에디터 출신의 스타일리스트 박태일과의 협업, 뛰어난 아트 디렉터와 설치미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스타일리시하고 감도 높은 영상물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카피와 스토리를 과감하게 배제하여 절제되고 단순한 음악, 스타일, 영상미로만 공감각적으로 뛰어난 라이프스타일 영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대인에게 숙면이 왜 중요한지 응축된 세련됨으로 보여주었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좌) 시몬스 침대 2010년 TV광고 <아빠>편, 2018 광고 <하루동안 고생한 나를 위하여>

 

 

재미있는 사실은 국내 에이스 침대와 시몬스 침대는 두 형제가 나란히 아버지의 사업을 나누어 물려받아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2017년 매일경제 기사에 의하면 안유수 회장의 장남 안성호 사장이 경영하는 에이스침대는 국내 침대시장의 34%를, 그리고 차남 안정호 사장이 경영하는 시몬스 침대는 14%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안유수 회장이 인수한 썰타침대는 7%. 다 합하면 국내 침대 시장의 총 55%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에이스와 시몬스는 다른 회사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독과점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면에 내세워서 알리지 않겠지만, 경영 방식과 브랜딩 측면에서도 보면 큰 차이가 있다. 2인자 였던 시몬스 침대는 '프리미엄'이라는 전략으로 빠르게  프리미엄 시장을 치고나가며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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