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다. 시간은 언제나 새로운 세대를 낳는다. 그리고 그 세대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변화를 불러온다. 그러므로 정치인이건, 사업가이건, 예술가건, 그 누가 되었든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는 일을 게을리할 수 없다.
시간은 흐른다. 가래떡처럼 생선처럼 단락처럼 딱딱 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의를 내려야 한다. 더 쉽게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정의를 내리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구획을 정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Z세대에 대해 정의하려 한다.
mid-1990s ~ early 2000s
i세대, 젠 테크, 젠 위, 넷 젠, 디지털 네이티브, 파운더스, 델타 세대 등
다양한 표현이 이 세대의 별명으로 붙어
밀레니얼 세대 다음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2012년 미국의 언론사 USA투데이는 온라인 콘테스트를 열었다. 주제는 '밀레니얼 세대의 다음 세대에 붙일 이름'이었다. 당시에 어떤 이름이 제안되었는지 살펴보면 이 세대에 대한 분위기를 알 수 있다. i 세대, 젠 테크(Gen Tech), 젠 위(Gen Wii), 넷 젠(Net Gen),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플로럴(Plural), 그리고 Z 세대가 물망에 올랐다.
MTV는 2015년 3월 실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파운더스(Founders)'란 이름을 이 세대 붙였다. 뉴욕타임스도 2018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델타 세대'가 많은 이의 지지를 받았다. 캐나다의 통계청은 이 세대가 '인터넷 세대'로 언급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에선 '네오-디지털 네이티브(Neo-Digital Natives)'란 표현이 사용되었다.
앞으로 어떤 단어가 1990년 중반부터 2000년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현재 Z세대는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쓰였던 X세대가 기준이 되어 그다음 세대를 Y세대로 부르자는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Y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로 더 잘 알려졌다. Z라는 알파벳이 주는 감정과 상징이 이 세대를 대변해주는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 됐건 Z세대란 단어는 트렌드의 한 복판에 섰다.
디지털 원주민
Digital natives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은 Z세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다. 어느 세대나 기술의 영향을 받았지만, Z세대만큼은 아니다. 특히 IT 기술은 Z세대에겐 산소와도 같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들의 옆엔 스마트폰이 있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한 여러 IoT 기기는 그들의 바로 옆에 놓여 있었으며, 그들에 대한 다양한 기록들(키, 몸무게, 질병, 사진, 동영상 등)도 디지털 기기에 담겼다.
Z세대가 SNS와 동영상을 사용하고 소비하는 패턴은 이전 세대와 확실히 구분된다.
비전크리티컬(VISIONCRITICAL)의 2019년 10월 7일 기사에 따르면, Z세대는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을 15.4시간 사용한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14.5시간보다 많은 시간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스마트폰보단 데스크톱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과는 반대로 Z세대는 디지털 기기 중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눈여겨볼 점은 Z세대가 노트북(Laptop)보다 TV에 노출된 시간이 더 많다는 거다. 즉, 인터넷 기반의 활동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 TV가 Z세대를 다시 TV 앞으로 불러오고 있다. 물론 절대적인 TV 시청 시간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일주일 동안 24.1시간 TV를 본 반면, Z세대는 13.2시간 본다.
Z세대는 다양한 SNS 서비스를 고루 사용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 트위터, 구글플러스 등을 Z세대는 쓰고 있다. Z세대의 앞선 세대인 밀레니얼은 페이스북을 가장 활발히 사용한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아마존닷컴을 가장 선호한다면, Z세대는 유튜브를 가장 좋아한다.
금융 앱
토스
카카오뱅크
페이북
KB국민은행 스타뱅크
신한 쏠
쇼핑 앱
쿠팡
위메프
11번가
지그재그
티몬
G마켓
번개장터
셀렉트숍 무신사
모바일 쇼핑은 옥션
아이디어스
토스와 카카오뱅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핀테크 업체기도 하다. 이들은 직관적이며 매우 효율적인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 Z세대는 이전 세대가 겪은 공인인증서 등을 비롯한 인증 및 가입 등과 같은 불편함에 굉장히 예민하다. 사실 그런 경험 자체가 많지 않다. 만약 Z세대가 액티브 X와 공인인증서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면, 당장에 그 서비스를 지워버렸을 것이다.
Z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많이 사용하는 쇼핑 앱은 지그재그와 번개장터, 무신사, 그리고 아이디어스다. 이들 앱은 각각 여성의류, 중고품, 셀렉트 숍, 핸드메이드 제품이란 카테고리에서 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통점은 '가성비 좋은 개성'이다. 합리적인 소비자임과 동시에 자신만의 색을 좋아하는 Z세대는 자신만의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에 시간과 공을 들인다. Z세대는 밀레니얼이나 X세대보다 트렌트에는 덜 민감하며, 동시에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추구한다.
보이지 않는 기술
IT 기술은 바야흐로 '자연'의 경지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가 인지하기도 전에 우린 기술의 수혜를 입는다. 예전엔 사람들이 기술을 사용했다면, 이젠 기술이 알아서 '적용'된다. 서비스 로그인은 더 이상 불편하지 않으며, 결제도 너무도 간편해졌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결제'라는 행위 자체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집에 귀가하기 직전 보일러가 집을 따뜻하게 해 놓고, 밥솥의 밥은 익어있을 것이다. 다 써버린 식재료는 주말 아침 집 앞에 배달이 와 있을 것이다.
이미 디지털 이전을 겪은 세대에게 이 같은 일은 '혁명적'이다. 하지만 Z세대에겐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다. 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기술을 공부해야 하며, 이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