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아의 매거진

제발 이런 채용공고는 피하세요(Feat. 구직자)

한원아

2020.08.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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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사람을 필요로 하고 취준생(또는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은 회사를 필요로 한다. 당연하다. 그리고 회사는 좋은 인재를 찾기 위해 연봉, 복지 등을 신경 쓰며 자사를 포장하고 구직자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자신을 포장한다. 이것 역시 당연하다. 회사와 구직자의 지향점이 같을 때 비로소 취업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내가 스타트업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몇몇 회사의 채용공고를 보면 터무니없는 말들로 나를 깜짝깜짝 놀래켜주신다. 회사 얘기는 온데간데없고 다른 부분만 강조하거나 잔뜩 쿨한 척, 트렌디한 척, 젊은 척을 하는 회사가 더러 있다. 그리고 '너희한테 드릴 건 당장 없으나 우리는 열정이 충만하니 함께하자. 그리고 나중에 그 보상을 하겠다'는 이상한 논리로 순진한 구직자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손짓을 하는 회사도 있다.

 

회사의 수준은 채용공고에서 드러난다. 내가 보았던 말도 안 되는, 흔한 구닥다리식의 채용공고를 대표적으로 2가지로 나눠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

나는 예전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이 문구는 무조건 피하자고 생각했다. 그 문구는 바로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면 좋은 거 아닌가요? 

글쎄, 거기에 대한 나의 답변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다.

대게,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명시하는 회사들이 내세우는 가족 같음이란 '구성원 간 스스럼이 없고, 행복한 회사', '아주 편하고 즐거운 회사' 정도가 될 수 있겠다. 그런데 정말 안타깝게도 가족이란 단어의 정의는 이러하다.

 

<가족>

[명사]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가족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눈을 씻고 찾아봐도 행복, 평화, 사랑, 공정 등의 말 따위는 없다. (그런 말들은 후천적인 것이다. 즉 가족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회사가 통상적으로 평화롭고 행복하고 공정하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내세우는 가족 같음은 아쉽게도 그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사전의 정의를 토대로 가족 같음을 풀이하면 그냥 나의 엄마, 아빠, 형제, 자매가 있는 구성원 같음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1) 화목하고 유복한 집에서 부모가 주는 대로 다 받고 자라서 혼자 주도적으로 할 수 없게 된 사람에게 가족 같음이란, 난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누군가 알아서 해주겠거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2) 그냥 평범하게 물 흐르듯이 자란 사람에게 가족 같음이란, 그냥 물 같은 거겠다.

3)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고통을 받았거나 제대로 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사람에게 가족 같음이란 가- 족같음일 것이다.

 

결국 가족 같음이라는 말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의 수만큼이나 가족 같음은 다양한 모양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가족 같은 분위기를 함부로 내세우는 것은 진짜 위험하다는 뜻이다. 회사에게도 구직자에게도 말이다. 회사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회사 같은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2. 딴 소리만 하는 회사

어이없는 채용공고 몇 개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애석하게도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들이다)

 

<A회사> 

담당업무 : 전략기획/마케팅 업무라고 쓰기는 했지만 무경력도 상관없음 ... 중략 ... 내가 아무런 경력 없지만 중국어는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다 또는 PPT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든다. 응 너 합격.

우대조건 : 롤 티어 플래티넘 이상, 3대 500kg 이상 우대, 일에만 집중할 모쏠 가산점 등..

다 쓰기에는 (불필요한) 내용도 많았고, 직접 손으로 치기 민망할 정도의 글도 있었기 때문에 요약했다. 다음 회사의 채용공고는 이렇다.

 

<B회사 채용공고 내용 중..>

지금 두 명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머리 좋고 똑똑합니다. 바보가 아니라서 포르셰 탈 정도의 비즈니스 플랜 정도는 가지고 움직입니다.

사실 이 회사는 넣을까 말까 고민했다. 예전에 정말 심각할 정도의 채용공고를 봤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찾아가 봤는데 예전보다는 순화가 된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어서 넣게 되었다.

 

위에서 본 두 회사의 채용공고에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해당 내용만 봐서는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회사의 방향성은 무엇이고 내가 어떤 업무를 할 것이며, 업무 프로세스와 사내 문화는 어떤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나마 B회사는 전체 내용을 쭉 읽어보면 같은 스타트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해는 된다.

하지만 A회사는 실제로 회사가 매출이 높건 연봉이 높건 아니면 회사 내 분위기가 정말 좋건 그런 것들을 떠나서 채용공고로만 봤을 때 상당히 불친절하다. (내가 소름 끼치는 이유는 저렇게 일부로 불친절하게 쓰고 난 후에 그들 스스로 만족하며 '우린 다른 꼰대 같은 회사와 다르고 젊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 무서운 생각 때문이다)

 

회사의 본질은 영리를 목적으로 구성원을 꾸려 업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놀이터가 아니다. 쿨한 척, 멋진 척, 대세인 척하는 곳들 대부분은 자신의 업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엉뚱한 것들을 보여준다. 채용공고를 만드는 것도 정확한 타겟(구직자)을 위한 기획이지 단순히 게임 파티원 구성하는 게 아니다.

(그러고 보니 게임 파티장이 파티원을 구할 때 조차도 레벨과 직업 등 스펙을 하나하나 따지고 공고한다)

 


 

회사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명시할 암묵적인 태도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구직자들에 대한 예의이자 매너이다.

구직자는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지 충분히 알려주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내 하루의 1/3을 사용하는 곳이 회사라는 곳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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