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의 질문을 던졌으나 선계의 답이 왔습니다.
아래 내용은 이 책의 저자 이원흥 카피라이터(28년차, 현 농심기획 대표)에게 서면 질문을 하고 답을 받은 내용입니다.
미리 말씀 드리면 카피와 카피라이팅, 카피라이터에 대해 조금은 솔직하고 현실적인 말씀을 듣고자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솔직하지 않은 답을 주신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덕이 높은 선승께서 답을 하신 것처럼 곰곰히 고민하고 따져야 할게 많은 답을 주셨습니다.
이제 막 출가를 한 어린 스님이 "스님이 된다는 것은 무엇이고, 도를 닦는건 무엇인가요?" 하고 물었더니 큰 스님이 딱 한마디 하십니다. "머리나 깍아라." 딱 그런 느낌입니다.
어린 스님은 평생을 이고 가야 할 갈 화두를 큰 스님으로부터 받는 순간입니다.
자, 이제 속세의 질문에 대한 선계의 답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선계의 답 아래, 세속의 해설을 덧붙여 보았습니다. 이렇게 해석하는 게 맞는건지 모르겠지만 블로그 글 이라는 특성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조금은 풀어주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 '덧'을 붙여보았습니다.
그래서 회색의 덧은 꼭 볼 필요는 없습니다. 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자유니까요.
Q. 작가님에게 카피란 무엇인가요?
카피는 미련한 제가 어쩌면 가장 잘 할 수도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기도 하구요, 계산적인 태도를 배우게 된 행복의 원천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카피에서 배운 계산적인 태도 덕분에 밋밋한 일상이라는 삶의 시간 위에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점을 또렷하게 찍어가며 살 수 있게 되었거든요.
편집자 덧.) 작가님이 미련하다고 스스로를 표현한건 처음 들었습니다. 제가 해석하기로 말씀하신 미련함은 겸손함을 뜻하는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요즘은 누구나 자신을 앞세우지 못해 안달인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그런 걸 마다하면서 산다는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작가님은 스스로를 낮춰서 항상 말씀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카피에서 배운 계산적인 태도는 뭘 뜻하는 걸까요? 그것은 카피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카피란 것은 궁극적으로 누군가의 지갑을 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언어입니다. 이 언어를 훌륭히 표현하기 위해선 고객의 속 마음까지 읽어내는 계산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될 수도 있고, 타인에 비춰 내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태도는 바로 작은 것 하나에서도 감동과 인상을 얻을 수 있는 시선을 가져다 줍니다. 작가님은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에게 가장 영광을 가져다 준 카피는 무엇인가요?
노래 한 곡이 반짝 히트하고 그걸로 가수 인생이 끝인 경우를 원 히트 원더라고 합니다. 카피라이터의 세계도 어쩌면 비슷합니다. 한 두 개 반짝 히트 카피를 쓴 사람 보다는, 어떤 프로젝트에서도 큰 프레임을 잡을 줄 알고 선명한 방향성의 중심을 스스로 잡으며 그 안 에서 여러 다른 구질의 카피 아이디어를 스펙트럼 넓게 펼칠 줄 아는 카피라이터가 롱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카피라이터라고 하면 무슨 무슨 히트 카피를 쓴 사람으로만 기억하지만. 업계에서 진짜 인정해주는 카피라이터는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카피를 써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더 쳐줍니다. 완벽한 카피를 불쑥 내놓는 사람보다는 가능성이 높은 여러 방향의 카피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낫다는 뜻 아닐까요?
Q. 국내외 여러 번 광고 관련 수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로 수상을 하셨는지 조금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상을 받았던 사례들보다, 수상하지는 못했으나 어떤 상을 받은 것보다 보람있었던 프로젝트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라면 하정우 편인데요, 기교나 기법적 새로움은 하나도 없습니다. 카메라 앵글도 거의 고정이예요. 라면 씨즐 컷 하나 없이, 맛있다는 멘트 한번 없이, 청춘에 대한 카피만으로 15초 온에어시켰더랬습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구요. 신라면이 아무리 맛있어도 1분만에 됩니까? 라면이 가장 맛있는 4분30초, 누구에게나 4분30초의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같은. 그런 광고 한번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이원흥 작가님은 칸 국제 광고제와 2013년 한국광고대상을 수상했습니다.
Q. 반대로 혹시 실패한 카피는 어떤 게 있을까요? 그리고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실패는 무지하게 많습니다. 실패의 이유 또한 무지하게 많습니다.
우문 현답을 주셨네요. 무지 많은 실패위에 성공한 카피가 있는거겠죠. 그리고 실패의 이유도 무지 많다는 말씀. 딱 한가지 이유로 실패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씨 탓도, 남 탓도 할 수 없습니다. 탓 하기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캐물어야 합니다. ㅡ 한 두 개의 케이스를 찾아서 실패를 해석하는 방법을 여쭙고 싶은 질문이었으나 결론은 실패.
Q. 작가님은 언제 카피라이터의 일이 정말 나의 일, 내가 평생을 해야 할 일이라고 느끼셨나요?
그런 결심의 날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사는 스타일이라서요… 예를 들면 오늘은 좋은 카피를 써서 뿌듯하고, 그 다음날엔 카피를 제대로 못 써서 왜 그랬나 따져보고, 그래서 그 다음날엔 적어도 그 전날보다는 나아진 것 같고, 그런 식이죠.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고 믿는 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질문을 합니다. 좋아하는 일, 평생 내가 해야 할 일을 언제 알 수 있냐고? 막상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어떤 고비를 맞게 되면 우리는 고민을 합니다. 이 일이 나랑 안 맞는것 아닐까? 내가 지금 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서 고집을 피우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ㅡ 작가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는것 같습니다. 완벽한 내 일이란 없는 거라고. 이 말씀은 완벽한 미래라는 것도 어쩌면 허상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 돌아다보면 그때서야 완벽한 생이었지 깨닫게 되는 거지, 지금 내가 선 자리에서 후회 없는 완벽한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ㅡ 그래서 작가님은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것이 완벽한 인생을 만드는 한 계단이라고요.
Q. 카피를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가장 필요한 것 한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계산적인 태도, 다른 말로 하면 전략적인 사고의 관점이라 생각합니다.
짧게 말씀주셨습니다만 이해하기 쉬운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계산적인 태도를 지향하라는 것은 더하기 빼기에 능숙해서 여러개의 항목 중 무엇을 중요하게 부각시키고, 무엇을 감추고 하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고객이 느끼는 이익을 더 돋보이게 하는 수식을 잘 설계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으로 생각 됩니다. 굳이 경영학 용어를 가져와 비유를 들자면 SWOT 분석 같은 strength 포인트, weak 포인트를 냉정하게 볼 줄 아는 사고를 말하겠죠. 물론 SWOT분석 하나로 모든 걸 설명할 순 없겠지만요.
Q.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관련 전공(광고홍보학?) 공부 외에 비전공자라면 어떤 것들을 공부하는게 좋나요?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한 공부보다는 좋은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은 다 다르고 또 사람은 다 같다는 걸 끊임없이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공부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카피라이터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좋은 카피라이터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다양성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공부. 수많은 역설을 감내 할 수 있는 여유(?) 이런 걸 말하는 걸까요? '사람은 다 다르고 또 사람은 다 같다'는 말씀은 정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답을 쫓지 말라는 말처럼도 들립니다. 최고의 선답니다.
Q. 카피라이터로 취업을 하고 싶다면 광고 회사의 공채를 소식을 챙기는게 가장 좋은 건가요?
최근 들어선 큰 광고회사도 워낙 채용의 문이 좁습니다. Sns 등을 활용하여 인턴이나 채용의 소식을 놓치지 않게 챙기시는 게 좋겠구요, 작은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회사마다 다르고, 광고의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겠지만) 한 명의 카피라이터가 일년에 몇 개의 카피를 쓰나요?
몇 개의 카피를 쓰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밤새 백개의 카피를 썼다 한들 한 줌의 쓰레기일 수도 있고, 일 분 만에 던진 한 문장이 프로젝트 전체를 구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제가 질문을 잘못 했네요. 제가 궁금했던 것은 한 명의 카피라이터가 일년에 맡는 프로젝트의 갯수였는데. 머리속에 몇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각각의 폴더로서 현재 진행중인지가 궁금했습니다. 책을 내는 것도 여러개의 아이템이 동시 다발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일종의 사고의 폭이 궁금해서 했던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다시 드려서 답을 들어봐야 할것 같습니다.
Q. 남자 카피라이터, 여자 카피라이터 누가 더 많나요? 그리고 성별에 따른 카피 특징의 차이 같은게 있나요?
남녀의 차이보다는 개인의 차이가 더 크고 중요합니다. 자기가 자기의 강점을 잘 아느냐의 차이가 중요하더군요.
다시 보니 좀 바보같은 질문이었네요. 좋은 카피를 쓰는데 있어 남녀의 차이를 구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중요한 건 '나의 강점'을 잘 아느냐 그렇지 않냐의 차이인데, 나의 강점을 안다는 것은 내가 어떤 류의 카피에 강점이 있다는 것을 뜻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어떤 류라는게 광고의 대상이 되는 제품의 카테고리 일수도 있고, 카피를 전개해가는 방식 같은 것일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제대로 해석했나 모르겠습니다. 작가님께 한번 더 여쭤봐야 할 질문이네요.
Q. 카피라이터에게 프레젠테이션은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가장 완벽한 프레제테이션이란 어떤 프레젠테이션인가요? 그리고 프레젠터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하나요? (레이저 포인트 말고)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은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압도하고 장악했거나, “내가 생각한 게 바로 저런 거지!”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거나. 그러기 위해 프레젠터가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건 설득력 아닐까요^^?(레이저포인트가 아니라면 말이죠)
압도하고 장악했다는 의미는 너무 완벽한 아이디어. 클라이언트도 고객도 감히 생각지 못했지만 듣고 보니 가장 완벽한 설득이 되는, 스스로 파악하지 못한 욕구를 누군가 건드려 줬을때 탄성이 나오는 것 같은. 그리고 "내가 생각한게 바로 저런 거지"의 경우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뭔가 그림이 그려질듯 그려질듯 한데, 막상 그려지지 않아 답답했는데, 그걸 전문가들이 와서 말쑥하게 그려주눈 것. 그래서 묵은 체증이 사라진 느낌? 그런 걸 말씀하시는게 아닐까요?
Q. 회의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책 중간 중간 많이 말씀을 주셨는데요. 회의실에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 한 가지와 반드시 해야 할 것 한 가지를 말씀 부탁드립니다.
회의실에서 절대 하지 말야야 할 건 냉소적 태도와 무반응이고, 반드시 해야 할 건 적극적 리액션입니다.
두말하면 잔소리. 근데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아닌것 같은 것에도 적극적 리액션이 필요한가? 무반응을 통해서 '아닌 것'은 빨리 제외시켜버리는게 더 나은 회의 아닐까? 다시 질문 드려 보고 싶은 내용입니다.
Q. 카피라이터도 이직이 잦은 직업 같습니다? 곧, 이직을 앞둔 카피라이터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잘가라, 굿 럭 말구요.)
이직을 앞 둔 카피라이터에겐 이런 말을 당부 삼아 해주고 싶군요. “당신이 있는 곳의 문패를 당신의 아이덴티티로 삼지 마시길! 제일 큰 광고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당신이 제일 가는 카피라이터라는 의미는 아니며, 20위 권의 광고회사에 다니는 카피라이터라고 해서 당신이 20위 권의 카피라이터라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보기 드물게 돌아온 분명한 답변입니다. "이전 조직에서는 이렇게 했었는데, 여긴 왜 이러지. 뭔가 수준이 낮은 것 같아." 혹은 그 반대도 마찬가지. 이런 생각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겠죠. 저 역시 한동안 이 오류에 빠져 매우 오랜 시간을 방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난 그들과 달라" 이렇게 스스로를 배격시키는 것.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건 아이덴티티도 아니고 자존심도 아니었습니다. 못난 자격지심일 뿐이었습니다.
Q. 카피라이터에게 이직은 필수인가요? 커리어 관리상 필요한가요?
이직이 좋다 나쁘다 단정할 순 없습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 그 회사를 ‘도망쳐야’ 하는지에 대한 제 생각은 책에 썼습니다.
이직을 해야 할 때, 이 역시도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책에서 얘기하는 포인트는 한가지 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일이 되는데 있어 방해가 되는 상황. 그것은 누군가가 자기 역할을 회피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이직해야 할 타이밍. 어떤 때일까요?
Q. 광고 업계에는 수많은 업무 파트가 있는데, 유독 카피라이터들이 책을 쓰고 책을 내고, 직장인이 아닌 에세이스트로 인기를 얻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광고 카피를 위한 관점의 훈련은 결국 세상과 삶에 대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게 되지 싶습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 부여를 통해서 고객에게 제품의 필요성을 인지시키고 강조해야 하는 일. 이런 훈련을 통해서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는 말씀. 이는 결국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
Q. 카피라이터는 개인 브랜딩을 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제는 필요한 일이고,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인가요?
브랜딩은 그 브랜드를 유명하게 만드는 모든 일을 의미할 겁니다. 저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유명해지고 싶거나 유명해지고 싶지 않거나. 일부러 유명해질 이유는 없는것 같습니다. 업무적 필요성으로 스스로를 브랜딩 했던 사람은 잘못될 경우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아바타 같은 삶을 살거나 혹은 거짓된 삶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게 됩니다. 언젠가 진실이 드러났을때 그 브랜드를 사랑했던 사람은 큰 배신감을 느낍니다. 즉, 자신을 진실되게 드러낼 자신이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브랜딩은 쓸데 없는 일일 뿐입니다.
Q. 사람들은 히트 카피를 쓴 카피라이터만 기억합니다. (그분들만 언론이나 미디어에 노출되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런 면에서 다른 파트의 분들이 카피라이터에 대해 시기심을 가지거나 부러움 같은 것을 가지는 시선이 있나요?
누구나 자기에게 없는 걸 부러워 하는 게 인간이니까요. 카피라이터는 또 자기에게 없는 걸 가진 아트디렉터나 감독이나 전략의 플래너나 혹은 광고 일을 하지 않는 자를 부러워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을 던지며 카피라이터의 자존감(?), 그런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걸 한번 건드려 보고 싶은 질문이었습니다만, 그런게 있는건 아닌것 같습니다. 개념을 만지는 위치에 있다보면 개념(구체적 사실의 일반화)을 만진다는 이유로 구체적 일을 하는 이들을 폄하하려는 시도를 하는경우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질문을 던진 저의 편협한 생각인것 같습니다.
Q. 대표 이사로 계시니 수많은 카피라이터를 만나보셨을텐데요. 카피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뭔가요?
책에도 썼지만, 겸손한 열정과 집요한 긍정을 들고 싶습니다. 낙관은 태도이기도 하지만 능력이기도 하거든요.
이 답은 꼭 카피라이터에만 해당되는 건 아닌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카피라이터에게만 해당되는 특별한 자질 같은 게 있을까요? 있고 없고가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다시 질문을 던져봐야겠습니다. 왠지 그런거 없다고 단답형 회신이 올 것 같습니다. ㅎㅎ
Q. 카피라이터도 젊은 직종인 것 같습니다. 마흔이 넘고 쉰이 넘어가는 카피라이터도 있나요?
쉰이 넘은 카피라이터도 있냐고 물으셨나요? 제 나이를 몇이라 보셨는지요^^? ㅋㅋㅋ
ㅎ. 이런 답이 오리라곤 상상을 못했습니다. 왜냐면 임원 정도만 되어도 관리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피라이터는 현역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건 제 오해 일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작가님(=현직 대표)만의 시선일까요? 임원이 되고 대표가 된다는 것은 카피라이팅 능력과 관리 능력에 있어서 우선 순위의 교체가 이뤄지는 타이밍 아닌가요? 그럼에도 영원한 카피라이터로 남고 싶은 이유는 뭘까요? 다시 여쭤보고 싶네요.
Q. 책을 보고서는 작가님의 독서량이 상당하다는 걸 알수가 있었는데요, 한달에 몇 권 정도 책을 보시나요?
전에는 탐욕스럽게 읽던 적도 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보는 책, 회사에서 보는 책, 출퇴근하며 보는 책, 다 따로 동시에 진도를 나가기도 했지요. 최근엔 눈이 힘들어서 그렇게는 독서 못 하구요-_- 책 역시 얼마나 읽었느냐 보다 얼마나 주체적으로 읽었느냐 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나에게 그 책의 무엇이 울림을 주었는가 하는 것이죠.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단 하나의 책이라도 울림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는 말씀인것 같습니다. 울림을 얻는 책 읽기라고 했을때 어떤 독특한 독서법 같은게 있을까요? 대표님만의 독서법이라고 해서 하나 더 질문을 던져본다면? 어떤 답이 올까 기대가 됩니다. 쓰신 책에는 "책등을 일별한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찾아 보는 걸로.
Q. 좋은 카피를 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 질문에는 항상 산책이라고 대답합니다.
영감을 주는 적절한 산책이라고 할때. 산책에도 방법이 있을까요? ㅎㅎ 쓸데 없는 질문 같기도 합니다.
Q. 작가님의 책을 읽은 분들에게 그 다음 책으로 바로 이어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딱히 맥락은 없습니다만… <어린 왕자>를 한번 다시, 또는 처음으로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그냥 제가 <어린 왕자>를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어린 왕자의 어떤 점이 그런 걸까요? 어린 왕자의 문장들이 모두 한 줄 한 줄 카피같은 것일까요? 갑자기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어린 왕자를 유독 좋아했던 친구들도 떠오르네요. 제 대학 동창중에도 어린 왕자를 참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어떤 공통점 같은게 있을까요?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책을 읽은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어떤 행동은 서로에게 신이 되어 줄 거라 믿습니다. 제 책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떠올린 작은 생각이 어떤 행동을 유발한다면 이왕이면 그 생각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행동이면 좋겠다는 말씀 같습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지만 자기만을 바라보진 않습니다. 오히려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바로 '우리' 입니다. 서로에게 신이 되는 존재. 그것은 바로 우리라는 사이입니다. 작가님이 책에서 줄 곧 강조하는 포인트 입니다.
아래 링크는 2005년 시절 작가님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15년이나 지난 '소싯적' 인터뷰이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
이원흥
"광고 카피만 카피랴.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라고 주장하는 28년 차 카피라이터. 고려대학교 불문학과를 나와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광고에 입문하여 컴온, 한컴, TBWA에서 크리에이티브 담당 임원을 거쳐 현재 농심기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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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비타민으로 만든 하얀 지우개(더페이스샵)
레드가 섹시한 줄 알았다. 아니다. 화이트다!(미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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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의 본질은 닦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다(애경 2080)
누구에게나 4분 30초의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신라면)
오징어 없는 짬뽕이 짬뽕이니?(오징어짬뽕)
등의 카피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