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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E 마루노우치에서 발견한 고객을 향한 한 끗 차이

생각노트

2018.03.0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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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의 도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3곳을 꼽는다면 KITTE도 그 중 한 곳입니다. 이는 아마도 2016년 후쿠오카 여행 때 갔던 KITTE 하카타점에서의 쇼핑 경험이 이번에도 이어져서일 것 입니다. KITTE는 일본의 우정사업본부가 만든 쇼핑몰입니다. 과거의 우체국이 자리잡고 있던 곳을 최신식의 복합 쇼핑몰로 탄생시켰죠. 또한 KITTE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돋보이는 곳입니다. 여타의 쇼핑몰과는 달리 일본 전통 상품을 다루는 가게들이 많으며 유니클로, G9, 다이소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또는 특색 있는 가게들이 주로 입점해있습니다. 그래서 KITTE는, 일본의 전통을 현대식으로 바꾼 모습과 소규모 개인이 갖는 컨셉을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곳 입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발견한 다양한 내용들이 있지만 이중에서도 ‘고객을 위한 한 끗차이’에 주목한 사례 3가지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이 사례들이 모두 ‘옳다’ 라기보다는 고객과 사용자를 위해 이런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PUBLY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쿄의 디테일 – 고객을 위한 한 끗 차이에 주목하다> 리포트에 포함되는 내용 중 일부이며 최종 편집이 완료되지 않은 초안입니다.

 

 

# 남성과 여성의 ‘수건 사용성’을 관찰하다

KITTE 마루노우치 안에 있는 ‘THE STORE’ 라는 가게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심플하면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많아 재미있게 둘러보고 있던 중 제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수건’ 이었는데요. 다만 일반적인 수건과는 달랐는데요. 여성을 위한 수건, 남성을 위한 수건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왜 굳이 같은 수건인데,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어져 있을까 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브랜드는 “THE TOWEL” 이라는 브랜드에서 출시한 수건입니다. 이 브랜드가 주목한 것은

‘수건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였습니다. 

 

이 브랜드가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수건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는 고급 소재를 사용해서 최고급 수건을 만들자, 정도에서 생각이 그쳤습니다. 그래서 ‘스피마콧통’ 이라는 35mm 이상의 긴 섬유 길이를 갖는 희귀 고급 면을 사용해 부드럽고 유연하며, 흡수성이 높으면서도 아름다운 광택감을 가진 수건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소재’를 선택하다가 이들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수건을 다르게 사용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여성은 수건을 사용할 때 항상 피부를 생각하기에 천천히, 부드럽게 수건을 사용합니다. 서두르지 않은 채 수건의 감촉을 느끼면서 사용을 하죠. 이에 반해 남성은 빠르게 쓱쓱 닦는 사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수건이지만, 남성과 여성이 수건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THE TOWEL은 결국, 하나의 수건으로 남성과 여성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각각을 위한 타월을 출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은 1) 여성용인 What a wonderful towel for ladies 2) 남성용인 What a wonderful towel for gentleman 입니다.

 

 

 ▲ 여성과 남성을 위한 타월이 별도로 나뉘어져 있다.

 

이 두 수건은 각각의 사용자에게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항상 피부를 생각하면서 수건과 피부의 마찰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여성 사용자를 위해서는 부드러운 실 소재를 더 함유하고 실의 꼬임 횟수를 높여 감촉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드럽게 천천히, 수건의 감촉을 느끼며 피부를 닦아내는 여성 고객의 특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에 반해 빠르게, 그리고 몇 번의 수건 사용으로 끝나버리는 남성 사용자를 위해서는 쓱쓱 닦아도 단단히 수분을 닦을 수 있도록 일반 수건의 2배 밀도로 방직을 함과 동시에 몇 번의 닦음으로도 신체의 많은 부분을 커버할 수 있도록 볼륨감 있는 제품을 출시하게 됩니다. 여성과 남성의 수건 사용성을 진심으로 관찰하여, 더 좋은 수건을 만들기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고, 고객을 위한 한 끗 차이가 이 제품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왜 꼭 규격화된 접착식 메모지만 사용해야할까?

개인적으로 또는 업무적으로 접착식 메모지를 사용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하지만 매번 느꼈던 점은 왜 꼭 규격화된 접착식 메모지를 사용해야 할까, 였습니다. 짧게 쓰고 싶을 때는 짧게 사용하고, 긴 내용을 쓰고 싶을 때는 길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갖출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개선의 포인트는 스스로도 찾지 못한채 최대한 여러 사이즈의 접착식 메모지를 구매한 뒤 상황에 맞는 접착식 메모지를 사용하자, 로 결론은 내려졌었습니다.

 

그러다 KITTE의 GOOD DESIGN 스토어에서 발견한 ‘테이프처럼 끊어서 사용하는 접착식 메모지’는 평소에 느꼈던 불편을 해결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을 때는 짧게, 길때는 길게 고객이 얼마든지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접착식 메모지의 높이가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끊어서 사용하는 접착식 메모지가 더 나오게 된다면 기존의 규격화된 접착식 메모지 이외의 사이즈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테이프처럼 끊어서 사용하는 포스트잇

 

나중에 알고보니, 이 제품은 일본 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그 결과 2017년 GOOD DESIGN BEST 100에 꼽혔으며 제조부문 디자인 특별상까지 수상 했다고 합니다. (참고 링크) 누구나 같은 불편을 느끼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던 상품이었고 이를 개선한 제품이 나오자 큰 인기를 끌게 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 공간을 좁혀주는 세로형 각티슈 케이스

아래 사진을 보더니 친구가 그랬습니다.

“이게 있으면, 침대 테이블을 더 넓게 쓸 수 있겠는데?”


사실 저는 침대 테이블이나 책상 위에도 가로형 각티슈를 두지 않아서 그런 불편을 못느꼈었는데 의외로 ‘가로형 각티슈가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각티슈가 휴지를 한장씩 뽑아서 사용할 수 있어서 좋긴 한데, 가뜩이나 좁은 침대 테이블 같은 곳에서의 공간 차지가 크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런 사용자를 위해 나온 것이 아래와 같은 세로형 각티슈 케이스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 세로형 각티슈 케이스

 

이 제품은 아오모리 현에서 10년 넘게 밤나무를 활용해 목공품을 만들고 있는 BUNACO 사의 제품입니다. (참고 링크 )심플하면서도 꼼꼼한 만듦새, 게다가 디자인적 우수함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2009년 GOOD DESIGN AWARD 2009 수상작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각티슈 케이스는 가로형, 세로형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로형으로 세워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기능 추가 하나로 다른 가로형 각티슈 케이스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경우입니다. 세로형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 하나가 만들어낸 큰 차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 마치며

위의 사례들이 별 것 아닌 사례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는 왜 안될까? 이런 불편이 있는데 이렇게 개선해보면 안될까? 이것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사용자는 이 제품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등을 계속 고민해보면 깊게 고민해보는 사례들이 저의 관점에서는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유별나게도, 일본에서 그런 디테일 사례를 더 많이 만나보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고객을 위해 배려하는 사례가 있다면 <도쿄의 디테일>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올려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올릴 수 있도록 이런 고민과 배려를 하는 기업과 상품이 더 많아졌으면 진심으로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쿄에서 만난 더 많은 고객 중심적인 포인트와 사례는

<도쿄의 디테일> 리포트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2018년 3월 15일 오후 5시 구매 종료)


<도쿄의 디테일 – 고객을 위한 한 끗 차이에 주목하다>

 

원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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