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이전 회사 상사분을 만났다. 환갑을 몇 년 앞두고 계셨는데 올해 초 회사를 퇴임하셨다고 하셨다. 퇴임 후의 계획을 말씀하시면서 퇴임 후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은데 같이 하자고 말씀하시며 환갑이 되면 사모님과 세계 일주를 하고 이후는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하셨다.
결혼을 일찍 하셔서 따님이 벌써 결혼을 해 우리가 만난 전날 손주가 태어났다고 하셨다. 그런데 손주가 태어나서 기쁜 것이 아니라 벌써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투덜거리셨다. 이 분의 나이는 우리나라 나이로 59세고, 올해 만 나이가 적용되면 58세가 되실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IT세상을 만들고 인터넷 세상을 이끌었던 세대들이 이제 머리 하얀 나이가 곧 되겠구나.
시니어 세대를 떠올릴 때 우리의 부모 세대를 떠올렸는데, 우리나라 인터넷 세상을 만든 분들이 얼마 안 있으면 머리 하얀 그레이 세대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G사에서 일을 할 때 훈남이셨던 G사의 대표와 당시 이제 인터넷 세상을 만들기 시작한 이해진, 이재웅 대표의 나이가 모두 동갑이었다는 것으로 IT지면에 인터넷 세상을 이끌고 있는 68년생들이라는 기사가 대문짝 만하게 실렸었다. 생각해 보니 이분들도 이제 50대 후반으로 접어 들으셨네 싶었다.
그렇다면 이 세대가 시니어가 되어가는 지금 온라인 세상에서도 시니어들의 소비가 이전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지금보다 앞으로 더욱 고령화 되어가는 시대에 시니어를 타겟으로 한 온라인 서비스가 더욱더 필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디지털 미디어 소비에 적극적인 그레이 세대
메조미디어에서 발행한 ‘젊게 사는 시니어, YOLD세대 리포트’에 따르면 은퇴 후 자신만을 위해서 젊게 사는 시니어를 YOLD로 명명하고 있다. YOLD는 Young과 Old의 합성어로 기존 시니어 세대와는 이들이 다른 생활 양식을 보이고 있다고 정의한다.
그들은 경제력을 갖추고 자신을 위해서 살며 가족을 위해서 마냥 희생하지 않는다. 기존 시니어 세대와 확연하게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이 세대는 2030년에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168조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Mezzo Media Insight M, ‘젊게 사는 시니어, YOLD세대 리포트’ 중)
특히 이 세대의 디지털 이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디지털 미디어 소비에서도 시니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이용자에 대한 분석에서도 50대 이상이 사용자 수도 가장 많고 가장 많은 시간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왔다.
(출처. 와이즈앱, 와이즈리테일 ‘세대별 유튜브앱 사용 리포트’)
☑ 온라인 쇼핑도 어렵지 않다
쇼핑 영역에서도 시니어 들의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70대 이신 필자의 어머니 역시 문자와 카톡을 하고 유튜브로 영상을 즐겨보는 정도의 미디어 소비에서 쿠팡의 로켓 배송의 즐거움을 몇 번 경험하신 이후에는 쿠팡을 다운로드해서 직접 물건을 주문 하시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발행한 ‘세대별 온라인 소비 행태 변화와 시사점’ 이라는 리포트를 보면 쿠팡,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에서 50대 이상의 결제 금액 증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출처. 하나금융연구소 ‘세대별 온라인 소비 행태 변화와 시사점’)
☑ ‘나’는 소중한 세대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나중심’의 소비다. 그러나 이런 나를 중심으로 한 생각은 지금의 그레이 세대에게도 적용된다. 이전 시니어들이 가족을 위해서 무조건 희생한 세대라면 지금 50대 이상에게는 가족도 소중하지만 현재의 내 삶도 중요하다.
퇴임을 하고 세계 일주를 하시겠다는 H전무님의 이야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내 건강, 내 소비, 내 여가 생활이 중요한 세대이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나의 시간과 재정을 다 공유했던 세대들과는 조금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Mezzo Media Insight M, ‘젊게 사는 시니어, YOLD세대 리포트’ 중)
과거와 달리 새로운 디바이스와 각종 앱 출현을 두려워하지 하지 않고, 온라인 활용에 적극적이고 심지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시니어 인플루언서까지 등장하고 있는 ‘디지털 그레이’ 세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2~3년 뒤에는 현재 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미디어, 쇼핑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고, 여가를 즐기며, 여행을 즐기는데 있어서도 디지털 활용에 적극적인 이 세대는 MZ세대 못지 않게 앞으로 주목해야하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50%가 그레이 세대가 될 날이 멀지 않았기에 온라인에서도 이 세대에 특화되고 이 세대를 위한 서비스와 마케팅이 지금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간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세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지혜와 경험이 후배들과 다음 세대까지 잘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연결이 잘 되도록 마케팅 또한 잘 만들어진다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