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후배와의 글쓰기 코칭

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주드

2023.05.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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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ENFP후배에게 글쓰기를 코칭하는 과정을 날것으로 담은 연재물입니다.  

 

 

 P님의 8번째 글 

 

가까워지려 하면 멀어지는


인생을 살면서 잇는 것보다 여기서 그만 끊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는가?

생각나면 더 이상 생각하기 싫고, 그 사람과 엮이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이 연인이든, 친구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그 사람과 지금 끊겨 있다면, 당신은 잘했다.

 

부담 돼요.

 

즐겨보았던 넷플릭스 프로그램 솔로지옥2. 지옥도라는 섬에서 게임에서 이긴 자가 마음에 드는 이성과 함께 초호화 호텔인 천국도에 다녀올 수 있다. 솔로지옥2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여자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슬기는 서울대 피아노과 학생으로, 눈망울이 커서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슬기가 처음 천국도를 처음 같이 다녀온 남자는 동우다. 동우는 누가 봐도 모자란 포인트가 거의 없는 미남에 몸도 좋은 성형외과 의사다. 그런데 슬기는 천국도 데이트에서부터 동우를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뭐였을까? 첫째, 처음부터 너무 좋다고 들이댔다. 둘째, 나는 네가 너무 좋은데 너의 마음은 어떠냐며 몇 시간 이야기도 나누지 않은 채 확신을 받으려 했다. 상대방의 마음은 모르고 확신받으려 하는 성급한 들이댐은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은 ‘나는 솔로’ 프로그램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셋째, 자기는 이미 친한 줄 안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친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처음부터 막 달리는 사람이 있다. 그게 동우였다. 결국 슬기는 ‘부담스럽다’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나에게도 부담스러운 친구 C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현재 그녀와의 관계를 끊었다.


약속 잡는 게 특기인 동갑내기 친구 


C를 알게 된 건 내가 매주 나가는 성당에서였다. 성당에는 동갑인 친구가 없었는데, 새로 알게 된 친구가 바로 C였다. C는 날 보자마자 인사를 건넸다. “안녕! 너무 반가워. 너도 26살이라며? 나도! 우리 친하게 지내자.” 새로운 사람을 보면 항상 인사를 먼저 건네는 나보다 더 적극적인 친구였다. 나는 그런 C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고,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했다. 성당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C를 보게 된 건 그녀가 제안한 저녁 약속으로부터 시작됐다. 가까운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나눈 대화는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평범한 20대의 수다였다. C는 나와의 대화에서 내가 부럽다는 말을 많이 했다. 여러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말도 잘하고, 회사도 열심히 다닌다며 자기에게 없는 장점을 많이 가졌다고 칭찬했다. 칭찬을 좋아하는 나는 우호적으로 다가오는 C를 보며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는 친구구나 하고 생각했다. 집에 가는 길, C가 말했다. “우리 다음에는 언제 만날까? 다음 달 1일 어때?” 나는 생각했다. ‘엥? 한 번 만났는데, 다음 약속을 바로 정한다고?’ 조금 의아했다. 친한 친구들과 만날 때는 “오늘 즐거웠다! 담에 봐!”하고 헤어지지, 헤어지면서 바로 “다음엔 언제 만날까?”라고 묻지 않기 때문이다. 


그 후, 성당에서 C를 종종 만났고, 성당 회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나는 C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가 되었다. 회사에서 사람이 힘들어 퇴사한 경험이 있는 C가 이번 회사에서도 힘들다고 하기에, 너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 자기 자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C가 한편으로는 안타까웠고, 외국어 실력도 있고 맞는 회사를 찾으면 잘할 것 같은 C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일상에서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왠지 모르게 격려해주고 싶은 사람.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말이 절로 나온다. 그 사람의 품성과 배울 점에 대해 평소에도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종종 착각을 하곤 한다. ‘잘하면 내가 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다면, 다음 두 가지를 잘 생각해 보자. 내가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은가? 내가 상대방에게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온전히 그를 위해서 희생할 수 있는가? 

 

친구에게 취업 컨설팅을


두 번째 이직한 회사도 그만두고 취업준비를 다시 하게 된 C에게 카톡이 왔다. “나 너희 회사 서류합격 했어! 1차 면접이 있는데, 혹시 조금 도와줄 수 있어?” 항상 풀이 죽어있는 C에게, 내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주력 제품에 대한 지식,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 등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었다. C는 예상 질문과 답변을 써서 보여줄 테니 한 번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전화로 한 두 번 상담해 주었다. 그리고 C의 1차 면접 이틀 전, C는 한 번만 만나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간절해 보이는 C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동네에서 저녁 한 끼 정도는 함께할 수 있었다. 퇴근하고 7시 반쯤 순댓국집에 갔더니, C는 간절하고 초조한 얼굴로 앉아 나를 맞이했다. 순댓국을 후 불어 한 입 딱 뜨려는 순간, C가 말했다. “자 여기 내가 준비한 질문이랑 답변이야. 한 번 내용이 어떤지 먼저 봐줄래?” 평소에도 밥을 중요시하고, 당이 떨어져 있던 터라 나는 잠깐 기분이 상했다. “미안한데, 밥 한술이라도 뜨고 봐주면 안 될까?” 면접 대비도 식후경. 나는 순댓국을 3분의 1 정도 먹고 C의 면접대비 노트를 보기 시작했다. 내용에 본격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아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2시간이 넘게 C의 답변을 수정하고 모의 면접을 해보며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C가 군대문화인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붙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생각을 고쳤다. ‘아니다. 붙으면 매일 밥이라도 먹자고 하는 거 아니야?’ 


며칠 뒤, C가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소식을 듣고 매일 같이 밥 먹을 일은 없겠다는 안도감과 함께 또 어떤 상담을 해주어야 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C가 부담스러워진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하지만 면접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밥을 꼭 사야겠다는 C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애매했고, 한 달 뒤 우리는 그렇게 동네 곱창집에서 또 한 번 만났다. 


(이하 생략) 



P님은 이번에 A4 5페이지 분량의 글을 열심히 써왔습니다. ^^

금번 피드백은 대화가 길어져 요약으로 대신합니다.


[내 글에 대한 공통적인 피드백이 나온다면] 

이번에도 기본적으로 기존에 P님이 가진 장점은 다 있어요. 문장이 깔끔하고 재밌어요. 이 글을 보면서 지금까지 써온 글에 대한 느낌과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하나의 문장이 있으면 그에 대해서 이유가 궁금한데 그 이상 나오지 않아요. 그리고 다른 이야기로 전환이 돼요. 결론적으로는 깊이 있는 내용이 안 나오죠. 


이제 9회 차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 피드백은 거의 매번 하는 것 같아요. 공통적인 피드백이 나오고 있어요. 신기하죠.

 

저도 그랬어요. 글쓰기 모임에 주 1회 나갔는데 1년 이상 같은 피드백이었어요. 문단이 끊어지고 급작스럽게 전개된다는 피드백이었어요. 상대방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메시지를 위해 빌드업을 해줬어야 했는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았던 거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었어요. 상대방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아 불친절했던 거죠. 많이 반성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보니 글쓰기가 제 성격을 자기 객관화하는 데에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님도 '공통적으로 받는 피드백이 왜 나올까, 이 피드백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면 개인적으로도 큰 성장이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인생을 바꿀 정도의 성장이었어요. 배려심이 조금 생겼습니다. ^^;


[긴 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_1. 소제목의 활용법] 

본격적으로 이번 글에 대한 피드백을 드려볼게요. 이번 글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분량입니다. A4로 5장이나 되네요. 지난번 독자를 상상하며 쓰라는 피드백을 줬는데요. 그로 인해 분량이 늘어났어요. 그리고 긴 분량을 읽을 독자에 대한 배려 덕분인지 소제목을 붙여줬어요. P님은 독자를 배려하는 사람이니까요. 각각의 소제목을 살펴볼까요? 


-부담 돼요. 

-약속 잡는 게 특기인 동갑내기 친구 

-친구에게 취업 컨설팅을 

-아빠와 함께 취업 컨설팅을 

-행복은 항상 남의 것이라 생각하는 

-C : 나 = 95% : 5% 


저는 긴 글을 읽는 데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재미있고 짧은 글과 영상이 많은 시대니까요. 

긴 글에서는 소제목이 동기부여의 기능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P님의 이번 글에서 소제목은 동기부여 기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동기부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우선 긴 호흡의 글에서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나 뒤에 이어진 내용이 궁금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예를 들어 기승전결이 드러나도록 써주면 어떨까 싶어요. 이 글도 P님이 친구와 만나서 갈등이 고조되다가 연락을 끊음으로써 갈등이 해소되는 극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잖아요. 아래처럼 기승전결을 드러내주는 방식으로 다듬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갑내기 친구가 생겼다

-친구가 선을 넘기 시작한다 

-선을 넘어 가족까지 동원하게 됐다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시달리다 

-친구과 연을 끊었다, 그 이유 


[긴 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_2. 분량을 줄이는 방법] 

전체적으로 분량을 줄이면 독자 입장에서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라면 아래 문단처럼 분량을 좀 줄여볼 것 같아요. 

이 문단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부분은 C의 과도한 도움요청이겠죠. 독자들이 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부분에서 에너지를 아껴주면 좋겠어요. 핵심내용이 아닌 부분은 과감히 줄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앞부분 6줄을 3줄로 줄여봤어요. 그리고 표현을 조금 바꿔 글쓴이의 감정이나 상황을 더 분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분량을 줄이기도 했어요. 제 표현방식이 정답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례 정도로 봐주면 좋겠어요. 


(P님의 원본) 

두 번째 이직한 회사도 그만두고 취업준비를 다시 하게 된 C에게 카톡이 왔다. “나 너희 회사 서류합격 했어! 1차 면접이 있는데, 혹시 조금 도와줄 수 있어?” 항상 풀이 죽어있는 C에게, 내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주력 제품에 대한 지식,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 등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었다. C는 예상 질문과 답변을 써서 보여줄 테니 한 번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전화로 한 두 번 상담해 주었다. 그리고 C의 1차 면접 이틀 전, C는 한 번만 만나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간절해 보이는 C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동네에서 저녁 한 끼 정도는 함께할 수 있었다. 퇴근하고 7시 반쯤 순댓국집에 갔더니, C는 간절하고 초조한 얼굴로 앉아 나를 맞이했다. 순댓국을 후 불어 한 입 딱 뜨려는 순간, C가 말했다. “자 여기 내가 준비한 질문이랑 답변이야. 한 번 내용이 어떤지 먼저 봐줄래?” 평소에도 밥을 중요시하고, 당이 떨어져 있던 터라 나는 잠깐 기분이 상했다. “미안한데, 밥 한술이라도 뜨고 봐주면 안 될까?” 면접 대비도 식후경. 나는 순댓국을 3분의 1 정도 먹고 C의 면접대비 노트를 보기 시작했다. 내용에 본격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아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2시간이 넘게 C의 답변을 수정하고 모의 면접을 해보며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C가 군대문화인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붙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생각을 고쳤다. ‘아니다. 붙으면 매일 밥이라도 먹자고 하는 거 아니야?’ 


며칠 뒤, C가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소식을 듣고 매일 같이 밥 먹을 일은 없겠다는 안도감과 함께 또 어떤 상담을 해주어야 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C가 부담스러워진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하지만 면접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밥을 꼭 사야겠다는 C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애매했고, 한 달 뒤 우리는 그렇게 동네 곱창집에서 또 한 번 만났다.


(J 관점에서 수정) 

C는 두 번째 이직한 회사도 그만뒀다. 그리고 취업 준비를 다시 했다. 그런 C가 우리 회사에 서류합격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 면접 준비를 도와달라고 했다. 내가 도움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기에 전화로 한두 번 상담해 줬다. 전화로는 부족했는지 C는 면접 전날 직접 만나달라고 부탁했다. 간절해 보이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퇴근하고 7시 반쯤 순댓국집에서 만났다. C는 간절하고 초조한 얼굴로 앉아 나를 맞이했다. 나도 초초했다. 점심시간 이후 아무것도 못 먹어서 몹시 배고프고 지쳤기 때문이었다. 순댓국을 후 불어 한 입 딱 뜨려는 순간, C는 준비한 질문과 답변을 빼곡히 적은 면접대비 노트를 들이밀었다. 당이 떨어진 상태였던 나는 기분이 상했다. 밥 한술이라도 뜨고 봐주면 안 되냐고 말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결국 순댓국을 3분의 1밖에 먹지 못하고 C의 면접대비 노트를 보기 시작했다. 내용을 보니 본격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았다.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배고픔은 가시지 않았다. 2시간이 넘게 C의 답변을 수정하고 모의 면접을 했다. 깜깜한 밤이 돼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군대문화인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붙으면 매일 밥이라도 먹자고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 불안했다.


며칠 뒤 C는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안타까움보다 매일 밥 먹을 일은 없겠다는 안도감이 먼저였다. 또 어떤 상담을 요청할까 걱정됐다. 예상대로 C는 면접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연락했다. 한 달 뒤 우리는 동네 곱창집에서 또 만났다. C가 부담스러워진 건 그때부터였다.


[이번 미팅을 마무리하며] 

P님의 글은 A4 반페이지에서 5페이지로 매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네요. 감동입니다. 

5페이지의 글을 줄이는 연습을 하면 글의 퀄리티를 높이는 연습이 될 겁니다. 

매번 열심히 하는 P님에게 꼭 성장이 찾아올 거라 믿어요. 

다음 시간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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