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미의 매거진

진심을 담는다는 것

박유미

2020.04.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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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너무 당연한 것 같아서 중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던 요소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탐색할수록 진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깨닫는다. 이제는 나를 나타내는 키워드에 빠짐없이 쓸 정도로 진심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런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건 인턴을 했을 때의 일이다. 

나는 10개가 넘는 연예 기획사 관계자분들과 소통을 해야하는 업무를 맡았다. 매주 콘텐츠를 요청하고, 여러 조율을 거쳐 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한창 소통이 많을 때는 거의 매일 정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마냥 어렵기만 했다. 매니저님부터, 실장님, 심지어 대표님까지. 이제 막 사회생활을 경험해보겠다고 뛰어든 내게는 인사말 한 줄 보내는 것조차 어려운 분들이었다. 심지어 간단한 소통도 아니고 업무에 관한 것이다 보니 수익 배분이나 기한에 맞춰달라는 요구처럼 민감한 얘기도 해야 하고, 무언가를 물어오면 응대도 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넘겨받고 얼마 동안은 몇 시간을 꼬박 어떻게 문자를 보낼지 고민했었다. 너무 무례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차라리 이렇게 긴 내용이면 전화가 나을까, 이건 바로 전화해서 물어볼 것 같은데 설명을 더 덧붙일까. 

 

 

 

그렇게 끙끙대다가 자연스럽게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그냥 ‘진심을 담아 소통하자’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매주 소속 가수분들의 활동을 모니터링 하고 문자의 말미에 ‘어떤 활동 잘 봤어요,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같은 말을 항상 함께 보냈다. 업무 연락이기는 했지만 우리와 계약한 열심히 활동하는 가수분들이 정말 잘되기를 바랐고, 나와 매주 연락을 나누는 분들과 서로 얻을 것만 얻으면 된다는 식의 소통을 하기는 싫었다.

 

물론 처음에는 답장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았고, 단답도 많았다. 정성스레 SNS, 각종 기사, 동영상을 다 찾아보고 한참 고심해서 보내는 문자에 그런 반응이 오니 하루종일 시무룩해 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꿋꿋하게 지속적으로 진심을 보이니 점차 호의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매니저님, 우리 애들 이번에 쇼케이스 하는데 오실 수 있으세요?, 제가 더 신경 못써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보내드리면 될까요?’ 같은 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안부인사를 자연스럽게 나누기도 했고, 더 이상 전화가 와도 덜덜 떨지 않게 됐다. 

 

12월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고 연락을 드릴 때도 ‘왜 퇴사하세요 아쉽네요ㅠㅠ, 더 좋은 곳에서 성장하시길 바라요,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같은 답장이 와서 뭉클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비즈니스적인 연락으로는 나보다 한참 오래 사회생활을 한 분들과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진심으로 다가가니 어느새 서로 얼굴을 보지 못했던 분들과도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심지어는 퇴사를 하고 시간이 흐른 1월에 새해 인사를 보내주신 분도 계셨다. 

 

 

 

 

 

모든 일에 진심을 담는다는 건 많은 정성이 들어가기에 어쩌면 금방 지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진심을 담은 일과 아닌 일은 그만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얻는 것이 다르다는 말이 전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그냥 열심히, 잘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직접 경험하니 진심을 다함으로써 확실히 깨닫는 것도, 배운 것도 많았다.     

 

내가 탐색하고 있는 마케터라는 직업도 알면 알수록 ‘자신의 진심을 담아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포장 하나, 문구 하나에도 정성을 들이는 것이 귀찮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진심을 담는다는 것, 어쩌면 어떠한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어렵고 또 중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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