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지난 1, 2차 칼럼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의 일상과 행동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오픈서베이가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금 소비자의 경험이 코로나19가 안정된 이후의 선택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험한 새로운 메뉴·제품·서비스·유통이 만족스러워 더 이용하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만족스럽지 않아서 이전에 이용하던 것으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대체재를 찾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동안 잊혀지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이용하게 된 것이 새로운 일상의 일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오픈서베이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 기간 동안 목격한 변화를 바탕으로 코로나19가 안정된 이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코로나 이후, 일원화보다 ‘세분 시장 맞춤 전략’ 필요
코로나 기간 동안의 양상으로부터 가장 먼저 짚어낼 수 있는 키워드는 ‘세분화’입니다. 전체로 볼 때는 한 방향인 것처럼 보이는 변화가 세부 유통별, 소비자 세그먼트별로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 것입니다. 유통업태별·세대별·지역별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며 세분화(Segmentation)된 것입니다.
먼저 오프라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며 오프라인 유통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대형마트·창고형 할인마트와 슈퍼마켓·편의점은 서로 다른 방향의 변화를 보였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감이 갑자기 높아진 시기에는 비축형 구매를 위해 3549 소비자는 대형마트를 더 찾고 50대는 창고형 할인마트와 친환경 식료품점을 더 찾았습니다.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난 오프라인 유통 이용 행태
온라인 쇼핑은 어떨까요? 50대 중 많은 비율이 옥션·GS SHOP 같은 익숙한 채널에서의 구매를 늘렸지만, 오랜만에 시간을 같이 보낸 20대 자녀의 영향으로 네이버 쇼핑을 경험해본 경우도 있습니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밥을 먹게 되면서 그동안 시간이 부족해 미처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지 못하던 직장인은 집밥을 하고,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는 자녀 때문에 더 바빠진 전업주부는 간편식 의존도가 더 높아진 경우도 많습니다.
코로나19가 안정화되고 일상이 돌아오면서 이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펼쳐진 변화가 또 어떻게 수렴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시장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다채로운 양상을 보일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세분 시장별 맞춤보다는 일원화된 전략과 실행에서 오는 효율성이 더 컸다면, 하나의 전략과 실행으로는 모든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산지직송 식료품 구매가 가능한 네이버쇼핑 (출처. 네이버쇼핑)
‘지역 상권 소비’ 보편화된 해외 사례 주목할 때
코로나19 기간 동안 중심 상권에서의 소비가 크게 줄고 집 근처 동네 상권에서의 소비가 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대형마트·창고형 할인마트보다 슈퍼마켓 구매가 늘어났고, 줄어들던 동네 반찬가게 이용도 반등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현상인 지역 상권 중심의 소비 행태(Localization)가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이제는 지금 동네상권 내 매장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구색과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소비자가 발길을 돌렸던 슈퍼마켓과 동네 반찬가게가 단순히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코로나19가 안정된 이후에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동네상권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일 필요가 있습니다.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며 수요가 늘어난 신선식품,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요리반찬류 및 고품질 간편식·다양한 간식류 등을 갖춘 매장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친환경 식료품점 Foragers Market (출처. Foragers market 홈페이지)
외식 측면에서도 살펴보겠습니다. 소셜미디어 발달이 강남역과 홍대 등 대형 상권 중심에서 연남동·을지로·성수동 등 새로운 상권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면, 코로나19가 소비자들의 활동 반경을 더 줄이면서 동네 상권에 위치한 소규모 특색있는 식당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식으로 먹던 메뉴를 간편식이나 배달음식으로 집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식당에 가야 할 이유가 되는 차별화된 품질의 메뉴를 제공하면서도 접근성이 좋은 식당이 소비자의 발길을 잡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은 집중화, 오프라인은 파편화 전망
코로나 이후 카테고리 내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구매가 늘어난 시기에 대형 유통 위주로 수요가 몰리는 집중화(Concentration) 현상과 중소규모 유통으로 수요가 분산되는 파편화(Fragmentation) 현상이 모두 관찰되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의 경우는 하모니마트·노브랜드 등 대형 업체가 아닌 곳의 점유율이 늘어난 반면, 온라인 쇼핑에서는 네이버쇼핑 점유율이 더 증가하고 배달음식에서도 배달의민족 점유율이 더 늘어나는 등 1위 업체로 몰리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온라인 서비스의 경우 접근성이라는 물리적 제한이 없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곳이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인 구색·가격·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을 가지게 되므로 집중화가 계속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1, 2위가 아닌 모든 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것인지, 소비자 세그먼트·품목·편의성·가격 등에서 더 뾰족한 차별화를 추구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이용률이 증가한 노브랜드 (출처. SSG 블로그)
집밥의 재발견, 고품질 먹거리 수요 늘다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꾸준히 감소해온 집밥, 즉 내식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등했습니다. 특히, 대구·경북 확진자가 폭증했던 시기에는 간편식으로 식탁을 채우는 경우가 크게 늘었으나, 경각심이 가라앉고 장기화 전망이 자리 잡은 시기에는 내식 비중이 더 증가했습니다.
집밥을 더 먹게 되면서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메뉴 구성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국·탕·찌개가 식탁에 올라가는 빈도는 줄어들고, 구이·볶음 등 간단한 조리법으로 만든 요리 및 반찬이 상에 더 많이 올라옵니다. 다양한 김치와 생야채, 계절 채소를 이용한 데침·무침류 섭취가 늘고 과일 섭취도 증가했습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외식으로 먹던 소고기와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 먹고 보관과 요리가 간편한 오리고기 등의 육가공품을 먹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내식 비중이 증가한 소고기 및 삼겹살 구이 (출처. 마켓컬리 앱)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서 다시 출근하고 외출을 시작하지만, 이전보다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른 지출이 줄고 상대적으로 식료품 지출이 늘면서 고품질 먹거리에 지갑을 더 많이 열게 될 것입니다.
과일은 신선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산지직송 선호가 높아지고 있고, 정육 또한 비싸더라도 품질 좋은 상품을 선택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보양 및 기능성 식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 레토르트형 간편식보다 품질과 신선도를 높인 밀키트를 찾는 소비자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CJ제일제당의 프리미엄 밀키트 브랜드 ‘쿠킷’ (출처. 쿠킷 홈페이지)
진짜 변화는 코로나19 겪은 다음 찾아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러한 변화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주 4회차 칼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준비할 것들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픈서베이는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지된 변화와 이러한 변화가 산업에 주는 시사점과 고민해봐야 할 주제에 대한 분석 아티클 시리즈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아래에서 이미 발행된 아티클 링크 및 예정된 아티클의 주제를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① 식료품 시장을 중심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이후 소비 트렌드
② 시장을 보는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유통 시장 트렌드
③ 코로나19에 대한 경험이 이후 소비자 트렌드에 미칠 영향
④ 코로나 이후 뉴노멀 온다, 마케터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로 인한 시장 변화에 대해 더 알아보기
오픈서베이는 직접 만나지 않고도 모바일을 이용해 전국 18만 패널의 의견을 듣고 일상을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20년 1분기 기준 매일 약 28,000부의 설문 응답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코로나19 로 인한 위기 상황을 헤쳐가고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자 데이터 측면의 지원을 이어가겠습니다.
글에서 인용하는 메뉴 트래커·채널 트레커 데이터는 오픈서베이가 유료 판매 중인 코로나19 리포트의 일부입니다. 오픈서베이 코로나19 리포트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소개서를 내려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