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주니어의 삽질 줄이기

부정기사 대응법

일분시그널

2020.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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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웃도어 소재를 홍보할 때다. 한창 '너무 비싼 아웃도어 제품'이란 사회적 이슈가 일던 시기였다. 너도나도 똑같은 '그 브랜드' 입던, 바로 그 시절 말이다. 미디어에서 '도대체 아웃도어 제품이 왜 비싼가'를 파헤치다가, 그 안에 들어가는 소재가 고가이기 때문이라는 흠을 잡아낸 것이다.

 

어느 날 한 ㅉㄹㅅ 매체에서 우리 소재를 정면으로 까는 기사를 '전면'에 게재했다. 그것도 시리즈1. 이라고 쾅 박아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에게 전화가 왔고, 겉으론 담당자 코멘트 따기 위함이지만, 속내는 '우리 이 기사 시리즈로 낼거야, 광고 알지? 그거 주면 시리즈 내릴 거고, 안 주면 #5까지 준비한 거 그대로 쭈욱 간다~' 요거였다.

 

팀에선 TFT를 꾸렸고, 어떻게 대응할지 모의했다. PR을 하다보면 이런 순간을 1번 이상 맞닥뜨리게 될 것인데,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봐야한다.

 

시나리오1. 한 번은 광고로 무마할 수 있다. 그러나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저긴 부정기사 내면 광고 받을 수 있는 곳이군' 하며 각종 똥파리가 끼게 된다. 그리고 오히려 광고로 막았다는 점에서 '진짜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건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며, 다른 매체에서 더 집요하게 파고들 여지가 있다.

 

시나리오2. 우리 사전에 광고는 NEVER. 이렇게 외치면 우선 시리즈5까지 가는거다. 사실 맘 잡고 깐다면 먼지 여러 톨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이다. 처음엔 왜 소재가 비싼지로 시작했지만, 회계구조, 기업 지배구조, 국내 지사와의 관계 등으로 논점이 확대될 수 있다. 한 번에 끝낼 것을 더 많은 악성기사로 번질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2번이었다. 가장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정말 우리가 켕기는 것이 있는가? 우리 소재가 안 좋은 건가? 품질도 그저 그러면서 브랜드빨로 비싸게 받아 먹는 건가? 라고 브랜드에 대한 집중 연구를 해보고, 저 매체에서 까는 내용을 심도있게 분석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 결론이 '아니다'로 나왔기 때문에 2를 선택한 것이다.

 

우선 매체에서 깐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해보고 사실이 아닌 경우, 매체에 정정을 요청한다. 근거자료를 들이밀면서, 너네 기사 팩트 아니니까 얼른 수정해 라는 요구다. 쉽게 응하지 않는다면 언론중재위원회로 갈 수도 있다. 그런 경우까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동시에 그보다 더 위의 상급 매체 기자들을 만나고 다닌다. 특히 우리가 광고를 하는 매체라면 더 좋다. 여기서 PR인의 역할이 중요한데, 어차피 우리 기사를 봤으니 상황은 대충 알겠고, 우리는 기자에게 '저 기사는 팩트가 아니며, 우린 이러이러해서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라는 자료 기반의 설명을 한다. 넌지시. 그렇게 포섭을 하고 우리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낼 수 있도록 작업한다. 사람들은 더 영향력있는 매체 기사를 믿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 나름대로 화제 전환을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 어차피 저쪽에서 시리즈를 계속 내겠다고 하면 우리 부정기사가 네이버에 둥둥 떠다닐 테니, 적어도 메인에서 바로 보이지 않게끔 기사를 내리는 방법을 써야 한다. 메시지를 중화시키면서 우리 기사로 도배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캠페인이 제격이다. 당시 캠페인의 메시지는 '안전산행'이었다.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객들 대상으로 안전을 위한 심폐소생술이나 등산 안전수칙 등을 간단히 교육했다. 그리고 매체에는 국립공원과의 협약식이나, 현장 포토기사, 더불어 안전산행을 위한 아웃도어의 중요성 등을 기획기사로 피칭했다.

 

이렇게 진행하면서 그 ㅉㄹㅅ 기자와는 계속 컨택해야 한다. 우리가 무시한다고 생각하면 더 윽박지를 수 있다. 기자와 틀어지거나 등지는 건 안 좋다.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광고는 힘들다, 그리고 그거 팩트 아니고 우린 이러저러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 요렇게 계속 설득하면서 메시지를 중화시키든지 더이상 시리즈를 이어나가지 못하도록 접선해야 한다. 사실 저쪽에서도 '아무리 털어도 광고비 한 푼 안 나오겠군' 결론이 나면 시리즈 진행이 무의미해진다. 본인들 힘만 빠지고 브랜드 측에서 계속 좋은 일 하는 기사 내고 하면 상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국, 해당 매체는 시리즈3까지만 진행하다 막을 내렸다. 다행히 우리 캠페인 기사가 굉장히 많이 피칭되어 네이버를 덕지덕지 도배했고, 국민 정서가 그렇듯, 한 때 들끓었던 아웃도어 가격 논란은 금방 시들어졌다.

 

이때 사실 가장 많이 힘들었다. 입에 ㅉ ㄹ ㅅ 를 달고 다니며 하루하루 분노했다. 내일은 또 어떤 부정기사를 낼지 전날 가판을 확인하며 야근을 이어나갔다. 쟤들도 밥벌이 해야하니 어쩔 수 없겠지... 라고 다짐해도 일개 사원 입장에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픔을 딛고 성숙한다는 고리타분한 말이 맞는 것이, 한번 심한 홍역을 앓고나니 그 뒤부터 같은 문제가 터지든, 더 안 좋은 일이 터져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다소 가벼운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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