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서 21만 9000원에 판매되는 스니커즈가 중고로 1000만 원에 거래된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나이키는 지드래곤과 컬래버레이션하여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제품을 만들었는데 지드래곤의 생일인 8월 18일에 맞춰 818켤레 한정 판매했다. 이때 선착순 8888명에게 응모권을 주고는 추첨을 통해 최종 구매가 가능한 사람을 뽑았다. 이 신발은 당일 완판 되었는데 다음 날부터 스니커즈 리셀 사이트에 등장해 300~500만 원의 리셀가를 형성했다. 그런데 이것은 일시적 해프닝으로 그치지 않고 6개월 후에도 200~300만 원대로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상시적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는 마치 주식 시장 같기도 하다. 심지어 친필 사인이 있는 일부 제품은 한정품 중에서도 한정품으로 취급되어 13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나이키가 디올과 컬래버레이션한 ‘에어조던1 OG’ 제품은 1만 3000켤레를 생산했는데 그중 5000켤레는 디올이 셀러브리티나 VIP 고객을 위해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나머지 8000켤레만 일반 소비자에게 팔았다. 전 세계에서 이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 추첨에 응모한 사람은 500만 명이었으니 확률은 0.16%였다. 갖고 싶지만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방법은 리셀 밖에 없다. 이 신발이 품절되자마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에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제품은 명품 브랜드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애초에 판매가가 270~300만 원대로 높았지만, 리셀가는 4~5배 이상 비싼 1500~2000만 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팬데믹 효과로 인해 리셀 시장은 더 커질 듯하다. 미국 최대 패션 의류 리세일(Resale) 플랫폼인 스레드업(ThredUP)의 연차 보고서 《2020 Resale Report》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미국의 리테일 시장은 23% 감소하지만 패션 의류 리세일은 27%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팬데믹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을 뿐 아니라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고 의류(Secondhand) 판매 시장은 2019년 280억 달러에서 2024년 640억 달러로 커지는데, 이중 온라인 리세일 부문은 2019년 70억 달러에서 2024년 360억 달러(약 42조 7000억 원)로 커진다. 이러니 패션 브랜드들도 속속 리세일 시장에 진출한다.
흥미로운 것은 리세일 시장을 가장 주도하는 소비자는 Z세대이고 그다음은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이다. 이는 서스테이너블 패션이 부각된 이유와도 같다. 새것을 만들기보다 있던 것을 소비하는 쪽이 더 친환경적이므로 패션 의류에서 중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패션 브랜드, 명품 브랜드들도 속속 리셀과 리세일에서 기회를 찾는다. 지금도 뜨겁지만 2021년, 그리고 향후에 더 뜨거워질 시장이다. 기업들은 우리의 욕망과 그 방향에서 ‘희소성’ ‘개성’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한정품을 만들고 리셀 시장의 성장을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