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교수는 저서 <소유의 종말>을 통해 “미래의 경제생활은 물건에 대한 소유가 아니라 서비스와 경험에 대한 접속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 ‘소유의 종말’이라는 개념은 상품을 구매하고, 재화를 소유하는 전통적인 실물 경제, 자본주의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경제를 움직이는 큰 축은 소유에서 공유로, 공유에서 구독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여전히 유동·부동성 자산의 소유가 부의 척도로 적용되는 사회이지만, 경험의 가치가 부상하면서 소비 패턴이 전환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협업 소비를 근간으로 하는 공유경제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주춤하는 사이, 디지털 기술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운 구독경제가 견고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로지켓과 함께 정기구독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구구독 경제 알아보기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소비자가 일정 기간 일정 금액을 지불하여 필요한 제품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하는데요. 의미 그대로라면 구독경제는 갑자기 등장한 패러다임이 아닙니다.
오래전에 종이신문·잡지 등의 정기간행물, 우유·식료품의 집 앞 배달 등 초기의 구독경제 아이템을 떠올려보면 새로운 느낌은 아닌데요. 하지만 최근 구독경제의 범위는 소비 트렌드와 함께 다각화,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주로 유통·소비재에 한정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소비자의 니즈, 트렌드를 반영하여 전 산업 영역으로 확대되는 추세인데요. 구독 서비스의 프론티어라고 불리는 OTT 플랫폼의 미디어·콘텐츠를 비롯하여 모빌리티, 의료·헬스케어 영역까지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의 성공 신화를 쓰자 음원과 게임, 영상 등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는 구독경제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했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제조업의 대표인 자동차 업계에서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독을 예고하였는데요. 자율주행차량의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는 OTA(Over The Air),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선두로 핵심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독 공유경제 차원에서 머물러 있던 자동차 산업이 이 같은 정기구독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바, 구독경제 2.0으로의 진화가 멀지 않아 보입니다.
정기구독 서비스 종류
라이프스타일(Life Style)
사실 라이프스타일 관련 정기구독 서비스는 그 분야가 방대하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아쉽게도 현재는 미니멀 라이프, 1인 가구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반영하거나 고령자를 위한 시니어 구독 서비스는 많지 않습니다.
또 일본처럼 집과 관련된 정기구독 서비스는 국내에 많지 않아 아쉬운데요. 하지만 국내에도 타인의 집을 통해 취향공유, 공유오피스처럼 쓰는 '남의집 프로젝트'라는 스타트업이 구독모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에 정기구독 서비스는 미국, 일본 등에 비하면 다양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해외에서는 새로운, 다양한 형태의 정구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패션처럼 가구도 자주 바꾸는 '패스트 퍼니처(fast furniture)'라는 트렌드가 생기면서 비싼 가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데요. 가구 정구구독 서비스는 일정한 기간 가구를 이용하고 마음에 들면 계속 사용하고 아니면 반납하는 방식으로, 2017년부터 뉴욕에서 유행한 가구 구독서비스는 코로나19 속에서 더욱 빠르게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습니다. 국내 대형 가구 업체인 한샘은 카카오톡과 손을 잡고 올해부터 '매트리스 구독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4,5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을 활용해 모바일로 간편하게 원하는 상품의 정보를 제공하고 카톡을 통해 쉽게 구독할 수 있는 모델을 발표했는데요. 이처럼 카카오톡을 통해 1인 가구, 고령화, 반려동물 등에 연관 된 다양한 정기구독 서비스들이 추가 될것으로 예상 됩니다.
식음료(Food)
식음료 정구구독은 현재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분야도 막걸리, 와인 같은 술 종류부터 제철 나물, 밀키트 등 매우 다채로운데요. 비건용 빵 같은 맞춤형 구독서비스들도 속속 나오고 있으나 식음료 구독 서비스다보니 고객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선 식음료 상품의 선정부터 배송까지 모든 부분에서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습니다.
신선도 유지 측면에서 외국에 비해 월등히 우리 농수산물이 식품 구독경제 시장에서 유리합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사회가 농축산 구독경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이에 수입 농수산물에 우리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는데요. 정기구독 서비스는 록인이 강력한 분야여서 한번 뺏기면 다시 찾아오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장 선점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대부분 식음료의 경우 '큐레이션(Curation)' 구독서비스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큐레이션 서비스란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나 제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전에는 마케팅이나 엔터 분야에서 많이 사용했습니다.
큐레이션 서비스의 장점은 많습니다. 생산자가 직접 상품을 보내주는만큼 품질이 보증된다는 장점이 있고, 매일 식사 메뉴를 고민하고 장을 보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셈이죠. 이뿐만 아니라 큐레이션 구독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는 평소 생각지 못했던 재료나 이색적인 식품도 맛볼 수 있습니다. 사실 소비자들은 제철 과일이나 음식이 무엇이 있으며, 어떤 것이 좋은지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큐레이션 구독서비스는 이런 선택의 고민을 줄여줍니다.
콘텐츠(Content)
콘텐츠는 정기구독 서비스로 가장 경제성이 높은 분야입니다. 하지만 진입이 쉽지만 생존하기 어려운 모델이죠. 지금 이시대를 콘텐츠의 시대라고도 부르는데요. 그만큼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니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죠.
일회성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쉬울 수 있으나 콘텐츠 구독서비스는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거대 자본이 투입된 기업들의 각축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쉬운 예로 OTT 시장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 OTT 시장은 다양한 기업들이 도전하고 있으나 거대 자본과 양질의 콘텐츠를 가진 넷플릭스를 뛰어넘기엔 역부족으로 보이는것 처럼요.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국내 OTT 플랫폼에는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이용자에게 콘텐츠 제공자 역할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한 유튜브 방식이 조금 더 적합해 보이기도 합니다.
뉴스레터(Newsletter)
뉴스레터는 사실 고전의 정기구독 서비스입니다. 동시에 콘텐츠로 분류하는 것이 맞으나 최근 가장 크게 성장 중인 구독서비스이고 정보를 전달하는 데 특화된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따로 분류했습니다.
사실 기존에는 신문이라 부르며 대표적인 오프라인 구독서비스로 분류했는데요. 이제는 온라인을 겸비한 구독서비스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도리어 온라인 부문 매출이 오프라인을 넘어선 뉴스레터 회사가 많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뉴욕타임스가 바로 그 예로 들 수 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와 맞물려 자사의 분기 매출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부문이 오프라인 부문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국내에도 다양한 무료 뉴스레터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실리콘벨리 특파원들이 전해주는 트렌드 뉴스레터인 '미라클레터'가 있는데요. 작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 레터를 구독한다는 소식에 수백 명의 현대차 임직원들이 대거 구독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뉴욕 특파원들이 미국 기업들과 관련된 심도 있고 인사이트 있는 내용을 소개해주는 '자이앤트레터'도 있습니다. 해외 비즈니스 트렌드 및 주식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구독할 만한 뉴스레터입니다.
떠오르고 있는 구독 서비스는?
◆ 편리함을 구독하는 정기 배송 구독 서비스
직접 세탁소를 방문할 필요 없이 제공되는 스마트 수거함에 세탁물을 담아 현관 앞에 내놓으면 하루 뒤 완료된 세탁물을 배송
매달 다르게 구성된 인기 과자 제품을 박스로 포장해 받을 수 있는 ‘월간 과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3개월 선결제(9,900원)로 이용할 수 있음
배송 주기를 선택해 3가지 종류의 막걸리를 신청할 수 있으며, 녹두전이나 김치전과 같은 가정간편식 안주류도 함께 주문이 가능
◆ 새로운 경험을 소비하는 무제한 구독 서비스
영화&음악 구독 서비스
인터넷 동영상 구독 서비스(넷플릭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멜론/지니뮤직), 영화 전문 구독 서비스(왓챠) 등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확대
전자책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 한 달 또는 연간 일정한 금액을 내고 구독하면 전자책(월 9,900원)과 종이책(월 15,900원)으로 구분하여 대여 서비스를 제공
학습 구독 서비스
윤선생 영어교실: 월 정액형 영어 학습 구독 서비스로 내신관리 및 창의융합 교육 커리큘럼 제공
웹툰&웹소설 구독 서비스
ME소설: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웹소설, 웹툰, 만화 등을 스트리밍 방식과 함께 동영상 및 다운로드 등으로 서비스
◆ 마음을 꿰뚫는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
회원가입 시 제공된 속옷 사이즈와 선호도 등을 조사·분석하여 상품을 배송하며, 꾸준히 신체 변화 및 사이즈를 기록해두면 자동 업데이트
월 189만 원의 구독료를 내면 ‘제네시스(G70, G80, GV80)’ 차종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구독 갱신은 1, 3, 12개월 중 하나를 선택해 약정할 수 있음.
‘아반떼’와 ‘베뉴’는 베이직/스탠다드/프리미엄 등 3가지로 운영되고 상품별로 월 1~2회 차량을 교체할 수 있음
고객 맞춤형 구독 서비스가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최근 디지털 구독경제의 핵심은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입니다. 화장품, 생필품, 꽃, 도서, 의류, 인테리어 소품 등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평입니다.
이제는 유통·소비재뿐만 아니라 의료·헬스 분야도 개인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활약 중인데요. 이러한 ‘개인 맞춤형’ 구독경제가 확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ICT의 기술적 발달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펼쳐진 산업들에 그저 거드는 수준이었던 온라인 서비스에 대역전극이 펼쳐진 배경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먼저 디지털 플랫폼이 급증하면서 정보 접근성 높아지고, 구매 과정의 간소화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D2C(Direct-to-Consumer)를 기반으로 한 구독 서비스에 인공지능, D&A(Data & Analytics), 클라우드 등 ICT를 접목해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판매하는 인프라가 갖춰졌습니다.
특히 고객의 DB를 수집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클라우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니즈를 분석하는 AI의 공이 매우 컸는데요. 때문에 이러한 기술을 보유한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구독경제를 리드하고, 그 기반을 다져놓을 수 있었던거죠.
하지만 구독경제의 규모가 40조원에 이를 만큼 성장하고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의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무한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정기구독 경제가 산업의 트렌드로 부상한 지금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계별 사업체계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과거 수많은 기업이 고객의 구매 여정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설계해왔던 것처럼 '구독여정’을 맵핑하고 구축하여 고객을 분석” 해야하며,
“구독 여정 로드맵에 따라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소비자 니즈 충족과 새로운 경험 제공에 대한 고민을 해야 기존 구독자를 유지할 수 있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경제 패러다임에서든 가장 성취하기 어려운 것은 소비자의 만족도입니다. 많은 기업이 구독경제 서비스를 적용하거나 체제 전환을 하고 있는 지금, 일상에서 소비자에게 행복감을 주어서 잠재고객을 충성 소비자로 만드는 방법은 구독경제를 주도하는 소비자의 취향, 필요, 라이프 스타일, 결국 그들을 잘 아는 것이 핵심 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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