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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풀필먼트 시작
카카오가 풀필먼트(e커머스 물류)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전문인력을 영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추후 첨단 물류 플랫폼을 갖추고 관련 기업 인수에 나서겠다고 전했습니다.
29일 카카오에 따르면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최근 풀필먼트 사업 인력을 전방위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물류 플랫폼 운영·기획, 물류 솔루션 설계, 물류 솔루션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규 사업 전략 담당자 등 사업·개발·운영 분야에서 폭넓게 인력을 채용합니다.
카카오는 기업간거래(B2B) 사업 가운데 하나로 물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물류센터나 배송망을 갖춘 업체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와 인프라를 확보합니다. 여기에 카카오 기술력을 활용, 풀필먼트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물류 플랫폼을 B2B 서비스용으로 개발합니다. 물류 솔루션은 다중 물류센터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입출고·재고관리 프로세스를 설계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앞세웁니다. 물류 플랫폼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물류를 최적화해서 AI 모델을 설계, 적용할 계획입니다. 사업 실사가 가능한 인력을 뽑아 물류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을 검토합니다.
카카오는 “풀필먼트 사업은 검토 과정”이라면서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창고나 물류센터를 지어 운영하거나 물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보다는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파트너에 카카오 기술을 이식하는 쪽으로 검토한다는 것입니다. 관련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새로 구축할지는 사업 검토 여부가 끝나지 않아 유동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카카오VS네이버
카카오가 풀필먼트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네이버와의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올해 동맹 전략을 통한 풀필먼트 사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네이버는 7월부터 네이버풀필먼트얼라이언스(NFA)를 가동했습니다. 네이버가 투자한 7개 물류·풀필먼트 업체를 단일 시스템으로 묶어 스마트스토어 사업자에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신선식품 배송 등 전문 분야 업체까지 NFA에 포함했습니다. 네이버는 가전·가구 배송 분야로도 참여 업체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네이버는 동맹 전략에서 한 걸음 나아가 풀필먼트 인프라를 직접 건설하는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네이버는 7월 CJ대한통운과 협력해 20만평 이상 규모의 풀필먼트센터를 짓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양사는 지난해 6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습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만드는 풀필먼트 센터에 AI·로봇 등 첨단기술을 적용합니다. 네이버 AI 기술인 '클로바'로 물류 데이터 솔루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수요예측, 창고 할당, 자동 입고 예약 등 물류 기술을 고도화합니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물류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각사의 커머스 사업이 급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 쇼핑하기 회원은 4000만명을 넘었고, 카카오커머스의 올해 2분기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 증가했습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2분기 거래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6% 증가했습니다.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 풀필먼트까지 옵니다. 카카오는 IT 플랫폼을 중심으로 분절된 여러 물류업체들의 연결점을 만드는 방식으로 풀필먼트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물류센터 입고(Inbound)부터 출고(Outbound)까지 현장 오퍼레이션 요소요소에는 카카오가 보유한 IT 기술들이 적용될 계획입니다.
카카오가 생각하는 풀필먼트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2020년 2월 작성한 ‘물류 사업 기획’을 통해 카카오 풀필먼트의 기획 초기 단계 모습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카카오가 현시점 생각하는 ‘풀필먼트’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컨셉 : 공유 물류
카카오 풀필먼트는 ‘공유 물류센터’를 추구합니다. 여기서 ‘공유’가 붙은 이유는 여러 화주들이 창고 공간부터 창고에 설치된 인프라, 배송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물류 공동화’와 같은 개념처럼 보입니다.
창고는 유휴 공간을 채울 수 있고, 차주는 공차율을 감소시킬 수 있고, 화주는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물류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원론적인 내용입니다. 현시점 카카오 풀필먼트의 핵심 특성(Key Features)은 공간의 공유가 아닌 공정의 공유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즉, 물류센터 안에서 화주가 원하는 요소요소만 선택해서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물류센터 안에 있는 특정셀(Cell), 선반(Shelf), 랙(Rack) 등을 공정별로 선택, 사용이 가능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를 ‘개별 온디맨드 스토리지’라 명명했습니다. 기획서에 따르면 카카오 풀필먼트는 일반 소비자까지 배송하는 이커머스 화주와 매장까지 배송하는 F&B, 리테일 화주를 모두 비즈니스 타깃으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단기 물류센터가 필요한 사업자에게 기존 레거시 물류 오퍼레이션을 아우르는 ‘공유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계획입니다.
두 번째 컨셉 : 클라우드 물류
카카오 풀필먼트는 스스로를 WaaS(Warehouse as a System) 모델이라 표현한다. 클라우드를 창고에 적용한 것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지난해 12월 설립 이후 SaaS(Software as a Service), PaaS(Platform as a Service) 등 클라우드 솔루션을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잡고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카카오 풀필먼트를 기획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핵심 역량은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과 솔루션이지 물류 오퍼레이션이 아닙니다.
기획서에는 카카오 풀필먼트가 추구하는 WaaS 운영 컨셉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방점이 찍힌 부분은 ‘표준화’입니다. 카카오 풀필먼트를 이용하는 각 화주 기업의 운영 프로세스를 분석하여 개선하고 카카오의 WaaS 모델에 맞춘 표준화를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화주 기업의 적극적인 공정 공유를 유도하고 물류센터의 전체 흐름을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IT 기술을 기반으로 투명하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WaaS 운영 컨셉에 따르면 이커머스+이커머스, 레거시+이커머스, 레거시+레거시 등 다양한 형태의 오퍼레이션 믹스를 제공합니다. 클라우드의 특성 중 하나는 사용한 만큼 과금(Pay per Use)하는 체계입니다. 카카오 풀필먼트가 WaaS를 추구하는 만큼 ‘공정별 과금 체계’도 서비스 기획에 녹아내렸습니다. 먼저 화주사의 상품별로 공정 흐름을 정의하고, 공정별 원가 및 물류비를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세 번째 컨셉 : 기술 기반 연결
카카오 풀필먼트의 세 번째 방점은 ‘파트너십’에 찍힌다. 기획서를 기반으로 유추해봤을 때 카카오가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거나 배송망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외부 부동산, 설비, 물류 운영, 배송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연결하여 완연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기획서의 언급된 내용을 보자면 카카오 풀필먼트의 운영 모델 개발과 영업, 홍보/마케팅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주도합니다. 카카오가 직접 물류 운영을 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카카오측은 확정된 내용이 없어 답변이 어렵다고 했지만 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카오가 직접 물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헤게모니를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기획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다양한 운영 모델, 파트너사들을 강력한 IT 플랫폼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입니다. IT 플랫폼으로 서로 다른 파트너사들의 서비스를 결합하여 ‘표준화된 운영 프로세스’를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카카오 풀필먼트의 운영 요소요소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인공지능 기반 기술이 지속적으로 연구, 적용됩니다.
예컨대 입고 차량 작업의 순서 모니터링에는 IoT 기술이 활용됩니다. 구내 차량 이동 통제에는 스마트 CCTV가 적용됩니다. 차량 배송 라우팅 최적화 및 위치 모니터링 등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기술이 적용됩니다. 이를 통해 카카오 풀필먼트는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창고(Smart Warehouse)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요약하자면 카카오는 카카오 풀필먼트를 ‘디지털 물류 관리 시스템’이라 표현합니다. 여기서 ‘시스템(플랫폼)’은 카카오의 것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류 현장 곳곳에 적용되는 기술(디지털) 또한 카카오의 것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설비 구축, 운영 등 ‘물류’는 카카오가 직접 하지 않고 외부 파트너십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카카오는 분절된 여러 물류업체들의 서비스를 IT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결하여 완성된 풀필먼트를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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