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Instagram)이라는 독특한 SNS가 마케팅 채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비중이 높고 사적인 경향이 있어 일견 예전의 싸이월드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그래서 마케팅용은 아니지 않을까 할 수도 있지만, 웬걸요. 인스타그램의 힘을 그냥 지나칠 순 없습니다.
2018년 3월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SNS로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이어 2위에 올랐고, 무엇보다 이용률 성장 폭이 가장 컸습니다(자료 출처: ZDNet). 전 세계적으로도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17년 3/4분기 기준 월간 이용자 수(monthly active user)가 8억 명이라는 통계가 있고, 2018년 5월 현재 800만 개의 비즈니스 계정이 인스타그램에서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자료 출처: Lyfe Marketing).
분기별 인스타그램 월간 사용자 증가 표 (출처: Lyfe Marketing)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쓰고 있는 SNS 서비스 (출처: ZDNet)
시작하며 했던 말처럼, 인스타그램은 독특합니다. 독자에게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먼저 말을 겁니다. 이미지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야 독자는 ‘더 보기’를 눌러 텍스트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순간적입니다. 독자들은 모바일 앱을 켰을 때 그 시점에 타임라인에 배치된 포스트 몇 개를 빠르게 넘겨보고, 한 번에 볼 만한 숫자의 포스트 외에 더 많은 포스트를 일부러 파헤쳐 찾아 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포스트들은 운이 좋아 구독자가 앱을 켰을 때 타임라인 상단에 배치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해 그대로 사장될 수도 있습니다. 구독자들은 ‘마침 그때’ 자신의 타임라인 상단을 장식한 포스트(와 광고)를 만나며, 그 이전에 작성된 포스트, ‘예전’의 기록들은 없는 셈이 되며 독자에게도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이미지로 말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피사체가 아름답고 감각적이어야 합니다.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 서점이나 카페 같은 분위기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사업자), 자신의 차림새와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에게 유리하죠. 그리고 그 외의 비즈니스 계정에서도 바로 그런 식으로(!) 인스타그램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이미지로, 아주 명민하게, 감각적으로, 번역해 드러내는 식으로요.
1. ‘진정성(authenticity)’을 설정하라
사진입니다. 사진을 잘 찍어야 합니다. 개인 계정에서 사적인 ‘이미지’들로 자신의 감성의 색깔을 쌓아올리는 것처럼, 비즈니스 계정에서도 브랜드의 ‘감성’을 전달해야 합니다. 제품을 들이밀어서도 안 되고 진열만 해 보여서도 안 됩니다. 그 제품으로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독자의 시선과 관심, 앱을 켰다가 끄는 짧은 시간을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대는 대개 다른 브랜드가 아니라 독자의 친구와 가족, 지인들이기 때문입니다. 방문 판매원을 문 밖에서 돌려보내듯이 뭔가를 무작정 팔려는 계정은 ‘팔로우’했다가도 얼마든 ‘팔로우 취소’를 누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독자가 브랜드의 감성 언어에서 뭔가를 가져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거기서 뭔가를 배우고, 공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들의 언어로, 신선하게, 말을 걸어야 하죠.
위의 캡처 이미지는 둘 다 서점 계정의 게시물입니다. 텍스트 메시지는 사실 별다른 게 없어요. 하나는 그 순간 서점의 풍경을 촬영해 보여 주는 포스트이고, 다른 하나는 방문 고객에 대한 감사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사진’일 뿐이지요! 하지만 분위기 있는 사진입니다. 그 브랜드의 ‘시선’을 보여 주는 사진이요. 그 시선과 감성에 독자들이 동일시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잘 찍은 사진입니다.
특별하지 않은 메시지들을 다음 계정들이 구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지 보세요.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방식, 혹은 문화를 돋보이게 하는 방식 –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돋보이게 사진을 찍더라도 분위기와 ‘시선’을 잊어선 안 돼요. 문화를 돋보이게 하는 전략은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취할 수 있죠.
먼저 제품을 돋보이는 전략입니다. 책과 음식 메뉴, 통조림, 가방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볼까요?
위워크(WeWork), 서점이나 미술관 같은 공간, 현대카드, GS포인트 같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은 문화를 돋보이게 하는 전략을 씁니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authenticity)’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친구나 가족이 자신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근황을 알리듯이, 브랜드의 일상과 근황을 알리는 거죠. 제품을 들이밀어서는 안 됩니다! 대놓고 판촉을 해서는 안 돼요. 브랜드 내집단(in-group)의 아이덴티티를 설정해 드러내고, 그들의 숨겨진 뒷 얘기(behind-the-scene)를 사적으로 공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내집단으로 끌어들이는 거예요.
다음 각각은 독립서점, 출판사, 영화로 영어를 배우는 스터디그룹 등의 브랜드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소통하는지 보여 주는 예시입니다.
특히 아래 왼쪽의 ‘밤의 서점’ 계정에서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책을 읽어 주겠다고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어떤 행사의 현장 분위기를 짧게 스트리밍으로 전한다든가, 위에서처럼 책을 같이 읽는다든가 하는 식의 라이브 동영상을 활용해 독자를 내집단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 라이브 방송은 ‘스토리’로 따로 공유하지 않는 한 다시 재생되지 않아요! ‘스토리’로 공유해서 찰나적이나마 구독자들의 타임라인에 띄워 놓는 것도 좋을 겁니다.)
미술 전시 공간 '아트스페이스 그로브'에서 '스토리'로 공유한 라이브 영상
행사나 모임 현장과 뒷얘기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전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시간대가 중요하다
비즈니스 계정에서는 인스타그램 마케팅도 근무 시간 중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지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서 저녁 6시 사이에 말이에요. <포춘(Fortune) 500>에 드는 회사들 역시 그렇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조사 결과 그들 기업 계정에 독자들이 가장 많이 반응하는 시간은 저녁 10시에서 새벽 3시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 시간대에 발행된 포스트에 평균 6.15~8.78% 더 많은 ‘참여(engagement)’가 일어났다고 해요 (자료 인용: Content Marketing Institute).
반대로, 가장 참여율이 저조했던 시간대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4시 사이였다고 하니,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죠! 이미지의 타임라인 형태로 이루어진 인스타그램의 사적인 성격과 인스타그램을 본다는 행위 자체의 심심풀이적 성격(‘leisure-time activity’)을 고려하면 그 시간대에 독자들이 들어온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국내의 경우엔 출퇴근 시간대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죠! 버스나 전철 안에서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을 훑어보는 상황을요.
또 요일도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포춘 500> 기업들 중 단 8.5%만이 일요일에 포스팅을 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일요일이 가장 경쟁이 덜한 요일이라는 거지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요일은 목요일과 금요일이었습니다.
당신 브랜드가 끌어들이려는 독자들이 어느 시간대에 인스타그램을 살필까를 생각해 포스트를 발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3. 해시태그(hashtag)로 검색률을 높여라
일단은 ‘커뮤니티 해시태그’를 잘 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즉, 타깃 오디언스가 즐겨 검색할 단어를 찾아 포스팅할 때 적극 활용하는 것이죠.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책을 광고하며 사용한 해시태그를 한번 살펴 볼까요?
‘#예스24’, ‘#YES24’, ‘#나는나로살기로했다’ 같은 ‘브랜드 해시태그’뿐만 아니라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힐링’ 같은 ‘커뮤니티 해시태그’도 적극 찾아 붙였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총 30개까지 해시태그를 붙일 수 있는데요. 인스타그램 검색창에서 관련 단어를 검색한 뒤, 사용자가 가장 많은 해시태그를 선택해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혹은, 참고할 만한 우수한 계정을 찾아 그 계정에서 쓰고 있는 해시태그를 모방할 수도 있겠죠.
한 조사에 따르면, 11개 이상의 해시태그를 사용한 인스타그램 포스트가 가장 많은 참여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자료 인용: Content Marketing Institute). 트위터가 그렇듯 인스타그램도 팔로잉할 계정을 ‘찾아(discovery)’ 나가는 형태의 SNS 플랫폼이라, 타깃 오디언스가 좋아할 만한 주제와 토픽을 알아 두는 게 중요해요. 해시태그는 댓글로도 달 수 있으니, 그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4. ‘인플루언서(influencers)’를 활용하라
캐나다의 젊은 시인 루피 카우르(Rupi Kaur)는 인스타그램으로 등단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작시와 일러스트, 그리고 그녀 자신의 사진들이 인기를 얻어 <꿀과 우유(Milk and Honey)>라는 시집을, 그리고 최근엔 두 번째 시집 <태양과 그 꽃들(The Sun and Her Flowers)>을 출간하게 됐거든요. 책들은 두 권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녀는 이후 미국의 유명 TV쇼에도 출연하고, 최근에는 배우 엠마 왓슨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도 하지요. (두 사람의 그 대화 자체가 뉴스가 되었을 정도로 이 ‘인스타 시인(Instapoet)’은 인기 있습니다!)
이 같은 ‘인플루언서’가 어떤 의견을 내비치느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제품을 쓰느냐, 어디에 머물었느냐가 인스타그램 독자들에게는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거나 “나도 저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모방 동기를 유발하게 되는 거죠. 국내에도 이 같이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습니다. 패셔니스타로 새로 이름을 알린 방송인 김나영, 홈인테리어 사진으로 유명해진 배우 기은세 등이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인플루언서와 협업할지를 선택하는 정교함입니다. 브랜드에서는 협력할 인플루언서의 팔로워들을 분석해야 하죠. 인구학적 특색, 전반적인 관심사, 그리고 그의 계정에서 보이는 참여 수준 같은 것을요. 또 인플루언서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길 원한다면 그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다시 ‘진정성’으로 얘기가 돌아왔네요! 인플루언서가 자기가 정말 좋아해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를 인스타그램에 노출시킬 때는 ‘광고를 위해’ 노출할 때와 느낌부터 다르겠지요? 구독자들 눈에도 그 차이는 어렵지 않게 들어올 겁니다.
5. 결론
인스타그램은 ‘노출’을 원하는 브랜드에게는 최적의 SNS 플랫폼입니다. 또 50% 이상의 사용자가 밀레니얼 세대인 젊은 플랫폼이죠. 젊은 세대 고객에게 공감을 사고 그들을 브랜드 내집단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비즈니스에는 더 없이 좋은 마케팅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콘텐츠 전략을 세우세요. 이미지 중심의 찰나적 매체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누구에게 전달할 것인지를 정하세요. 그런 다음 계정을 만들고 인스타그램에 적절한 형태의 프로필을 쓰세요 (가장 중요한 웹사이트 주소, 다시 말해 당신의 프로필을 클릭해 들어온 독자에게서 행동을 불러일으키기에(call-to-action) 가장 좋은 웹사이트의 랜딩페이지 주소를 기재하세요. 인스타그램 포스트에는 하이퍼링크 기능이 없습니다! 프로필에 병기한 웹사이트 링크, 딱 하나만 걸 수 있어요!).
그런 다음, 시작하세요! 블로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젊은 잠재 고객들의 감성을 사로잡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