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은 '용기'와 '도전'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도전의 출발점에 관해 풀어보려고 해요.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 자발적으로 기회를 만들었던 경험이 별로 없었습니다.
목표도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하기’가 전부였어요. 그때는 그게 인생의 최종 도착지마냥 커다랗게 느껴졌고 도달하기만 하면 그 뒤에는 어려움 없이 잘 풀릴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그때부터가 시작이더라구요. 심지어 가이드라인도 없이 모든 걸 내 손으로 하나하나 가꿔가야 하는 허허벌판이었습니다. 내 적성은 무엇이며 대외활동, 인턴은 또 뭐고,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만 빼고 바쁘게 사는 것 같은지. 학교와 집만 오가며 책상 앞에 앉아 마냥 고민하는 시간만 한가득이었습니다. 그러다 2학년 2학기가 끝나자 두려움이 덜컥 밀려왔어요. 곧 3학년이라고 하니 당장 바로 앞에 졸업이 놓여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정작 나에 대해서도 모르고, 시험 준비는 싫으니 막연하게 ‘남들 하는 것처럼 취업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라니.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한 고민은 버린 채 ‘토익 시험은 언제 보지, 다른 사람들도 교환학생 가니까 나도 갈까, 이게 스펙이 되겠지?’ 라는 단편적인 고민만 하고 있던 겁니다. 이러다가는 취업의 압박에 휩쓸려 좋아하는 분야의 탐색도 못해보고 괜찮아 보이는 기업을 목표로 어영부영 떠밀려갈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건 두려웠지만, 성장 없이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게 더 무서워졌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제 틀을 깨려 노력했습니다. 취업에서 유리하다고 해서 신청했던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철회하고 당시 신생 학과였던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을 신청했습니다. 물론 취미 수준이었지만 예전부터 한류 산업에 관심이 있었기에 취업을 떠나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학과에서 터닝포인트를 마주했어요.
첫 수업시간, 전공 교수님이 창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지금껏 창업은 내가 갈 길이라고 여긴 적도 없었고 어떤 건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대학생이 창업이라니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았어요. 하지만 정말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성장할 경험이 간절했기에 덜컥 교수님께 창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창업은 커녕 스타트업 생태계도 몰랐고 생각해둔 아이템도 없었는데 ‘성장’이라는 갈망 하나로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무작정 달려든 창업팀 활동이 본격적으로 제가 나아가게 된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학교와 집에 한정되어 있던 좁은 세계를 벗어나 다양한 일, 사람들과 마주하기 시작했어요.
도전이란,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에서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은 활동을 찾아도 ‘나는 이런 능력이 아직 부족해, 이런 부분에서 공부를 더 해야 해’ 하면서 마감되는 걸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팀 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깨달았어요. 오히려 도전을 통해 부족한 점을 깨닫고 바로 익히는 게 어쩌면 철저하게 준비하느라 기회를 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설령 실패를 한다고 해도 사소한 것이라도 얻는 것이 있더라구요. 창업을 해보겠다고 나서기 전에 각종 교내 학회와 대외활동에 총 6번 정도 지원을 했습니다. 자소서와 기획서에 한 달 내내 매달렸지만 교내 학회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합격이었어요. 심지어는 서류부터 탈락한 곳이 대다수였습니다.
열심히 해도 안 된다고 속상해서 집에서 혼자 울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창업이라는 새로운 것에도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뭐라도 해보려고 아둥바둥했던 그 한 달 동안 지원서를 내는 두려움이 옅어졌고 어떤 활동들이 있는지를 탐색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후에 어떻게 될지는 ‘그 때의 나에게 맡기자’고 눈 질끈 감고 지원 버튼을 몇 번이나 눌렀기에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콘텐츠에서는 창업팀 활동을 하면서 겪은 일들과 또 하나의 도전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