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보고 나오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사석에서 국내 한 대기업 임원분과 대화를 하던 중, 우연히 면접과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면접관으로 앉아서 지원자들을 보고 있다 보면, 지원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읽힐 때가 많아.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게 보이거든.”
망설임은 대게 그 결과가 좋지 못하다.
그분의 이야기는 이랬다. 지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무기가 있는데 그걸 주저하며 꺼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그리고 이런 경우, 대게 그 결과가 좋기는 어렵다고.
코로나가 터지기 전, 대기업 신입공채의 경우 한 번에 몇 백 명씩 뽑고는 했다. 이 정도로 규모가 있는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할때 면접관들은 하루를 완전히 비워두고 하루 종일 면접 평가에 투입되거나 더 심한 경우 아예 며칠 씩 현업을 중단하고 면접만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원자들은 이런 대규모 공채의 경쟁률이 부담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등수 안에 들면 안전하다’는 생각에 약간의 안도감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들이 ‘나 혼자 튀는 것’보다는 우수한 합격자 집단 안에 이름 없는 한 사람으로서 ‘one of them’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 포지션에 10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가정해보자. 보통 2차 면접까지 진행하는 경우 1차에서는 8~12 배수, 2차에서는 2~4 배수 정도를 선정한다. 그러니 인적성 검사를 거쳐 약 100명 정도의 면접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치자. 多대多 면접의 경우 한 번에 면접장으로 입장하는 지원자는 대략 4명 정도였다.
지원자는 선발된 100명의 지원자들 중 10등 안에 들면 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산술적으로는 그것이 맞다. 하지만 면접관의 입장이 되면 다르다. 면접관 3~5명이 100명을 4명씩 쪼개어 25번의 집단 면접을 진행한다.
사람의 기억력은 어디까지일까? 면접관이 되어 면접에 투입된 사람들이라면 아마 공감할 것 같다. 면접자가 두 자릿수를 넘어가게 되면, 인간은 그 모든 사람들을 세세하게 기억하기 어렵다. 실시간 녹화라도 해두지 않는 이상, 아무리 평가지에 세밀하게 기록하려 노력해도 꽤 많은 정보가 날아가고 지워지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 한 사람은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각 면접 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단 한 사람은 잊히지 않는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자신의 강점과 무기를 당당하게 꺼내 들며 당당하고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지원자.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다음 면접자를 정하거나 최종 합격자 명단을 추릴 때, 신기하게도 면접관들은 각 면접 조에서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지원자가 거의 동일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예외 없이 그런 지원자들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곤 했다.
대규모 공채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