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스타트업의 부상 

2020년부터 2년여간의 코로나 기간 중에 사람들이 재택과 비대면이 일상화된 환경에 놓이다보니 사람들이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코로나 블루’라고도 부르기도 했는데요.

(출처: 더 스톡)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신건강, 멘탈케어 스타트업의 약진이 눈부신데요. 이 기업들은 불면증, 우울증, 불안 등을 겪는 사람들에게 원격 상담을 해주거나 온라인으로 약물 처방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구요. 인공지능(AI), 웨어러블 디바이스, 바이오센서, 클라우드 등의 발전으로 신체의 상태, 호르몬의 변화 안면인식, 대화 등을 해석해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거나 감성상태를 파악해 이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는 기업들도 증가했습니다. 

멘탈 케어 시장은 코로나 기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시장조사 업체 퀀털라인리서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1년부터 연평균 28.6%씩 멘탈케어 시장이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합니다. 그 결과 2027년이 되면 시장은 200억달러(약 2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국내 멘탈케어 스타트업

(출처: 조선일보)  

그렇다면 멘탈케어 관련된 국내의 스타트업들은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요? 

서울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 등이 만든 심리상담 플랫폼인 ‘포티파이’를 우선 들 수 있습니다. 이 업체의 디지털 멘탈케어 서비스 ‘마인들링’의 경우 사용자가 자신의 주관적인 이야기를 보고하면 이를 기반으로 심리상태를 진단하고 스마트 카메라로 바이오 시그널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이 때 심리적인 건강 상태와 카메라를 통한 시그널 분석을 통해 맞춤형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게 됩니다. 

한편 오웰 헬스라는 B2B 대상 멘탈케어 솔루션 기업도 있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작년 8월 프리A 시리즈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는데요. 서울대 의대 출신의 의사 창업자들이 모여 설립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정신건강 자가 검사, 디지털 멘탈 케어 프로그램, 비대면 코칭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멘탈 케어 스타트업 

(출처: 조선일보)  

그렇다면 해외 대표적인 스타트업들은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요?  

해외 스타트업들은 코로나 특수로 인해 매우 높은 회사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리라헬스는 정신진환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인데 기업가치가 무려 46억달러에 육박합니다. 

명상 및 수면 보조 모바일 앱인 캄(Calm)은 기업 가치 20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손더 마인드는 정신과 진료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업가치 14억 달러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 서리브럴은 설립 2년 만에 고객 42만명을 유치했고, 48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기업은 불면증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원격 상담 및 온라인으로 약물을 처방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마약 관련 조사 받다.

앞서 언급한 서리브럴이 ‘이슈’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이 기업이 작년 5월부터 미 법무부와 연방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조선일보) 

서리브럴은 주의력결핍증(ADHD)의 치료 목적에 사용되는 각성제인 애더럴을 이용해 고객을 유치했고, 고객을 유지하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과잉 처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서리브럴의 전문 간호사들이 각성제를 처방하라는 회사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문 간호사들은 해고를 당한 뒤에 부당해고 관련 노동소송을 제기하면서 회사가 고객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직원에게 각성제 처방을 많이 할 것을 푸시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서리브럴은 이사회를 통해 창업자인 카일 로버트슨이 CEO 자리에서 해임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월마트, CVS의 경우 약국을 운영하면서 서리브럴이 발급한 처방전의 조제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정리하면 저는 크게 3가지 이야기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글로벌 멘탈케어 기업들은 왜 각성제를 처방했을까? 

멘탈 케어 기업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 급성장 해왔습니다. 일종의 코로나 특수가 있었던 기업들이었죠. 그 결과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몸집을 불릴 수 있었는데요.  

고객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이들이 지속적으로 플랫폼 내에 체류하길 바라고, 매출 증대를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인 각성제 처방을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서리브럴의 경우 개인 맞춤형 ADHD 치료나 우울증, 불안 등과 관련된 심리 상태 파악을 하고 치료를 위한 약을 처방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주정부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됨에 따라 비대면 원격 정신건강 진료를 허용하다보니 무분별한 약물 처방 오남용의 기회가 발생한 겁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에도 팬데믹 초기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비대면 원격진료, 처방이 잠시 허용된 적도 있었지만, 약물 오남용 우려가 제기되면서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한 원격 처방이 2021년 11월 부터 제한되었죠. 

좌우간, 이렇게 코로나 환경 속에서 서리브럴은 매출을 증대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음을 발견했고, 투자자들로부터 매출 압박도 있었기 때문에 매출 상승세가 꺾이지 않기 위해 각성제를 무리하게 처방하게 된 것입니다. 

[2] 급격한 성장과 따라오지 못한 시스템  

두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단기간에 관련 산업이 지나치게 급성장을 하다보니 스타트업들 내부 시스템이 안정화되지 않은채 굴러갔던 겁니다. 

실제 해당 기간 중 멘탈 케어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은 총 48억 달러, 한화로 6조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그러다보니 외형적 성장과 내형적 안정화의 괴리로 인해 워크잇헬스 같은 기업은 소속 심리 상담사가 120명 밖에 없지만 가입 회원이 1만명이 넘어 고용 상담사 1명이 맡아야 하는 환자가 80명에 육박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속 심리 상담사가 핸들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약물 처방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비단 멘탈케어 산업 뿐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해당 산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하게 되면 스타트업들은 돈이 넘치게 되고 외형적으로 몸집을 불리는데 집중하다보니 내실을 다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3] 투자 열풍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이슈는 돈이 너무 몰렸다는 겁니다. 정신건강, 멘탈케어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가 몰리면서 기업가치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요. 

약물처방이 가능해지다보니 합법화된 마약이 시중에 대량 유통이 되면서 중독 문제, 약물 오남용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신아편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현재 심각한 신종 마약 펜타닐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얀센이 개발한 마약성 진통제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1981년 특허가 만료된 이후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제약업체 로비, 의사의 무분별한 처방으로 오남용,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 겁니다. 

현재 항우울제인 프로작이나 우울증 신약인 에스게타민 등의 치료제도 펜타닐과 비슷한 경로를 밟지 않을까 하는 시장의 우려도 큽니다. 

월가에서도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은 사실 고점을 찍은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죠. 

멘탈케어, 정신건강 관련되는 산업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산업의 성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장 감시자의 역할도 중요하고, 기업도 올바른 철학을 갖고 사업을 하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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