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마케터의 시선

삼성페이 유료화의 진짜 속내는?

이은영

2023.05.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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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페이, 드디어 결심하다

 

한국의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했던 삼성페이가 최근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출처: 뉴시스)

 

 

그동안 삼성전자는 애플페이가 등장하기 전에는 한번도 카드사에 수수료 부과를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요. 

 

애플페이가 올해 국내 상륙을 한 이후 수수료 카드를 들고 나오자,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와 동일하게 결제건당 0.15% 수수료를 책정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이걸 두고 시장에서는 카드사들이 삼성페이의 수수료를 오케이할까? 갑자기 삼성페이가 돌연 수수료 카드를 꺼낸걸까, 말이 많습니다. 삼성페이가 수수료 카드를 꺼낸건 애플페이 때문이겠죠. 삼성페이는 호시탐탐 언제 유료화 정책을 꺼내들까 기회를 엿봤을 듯 하지만, 유료화 정책이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애플페이는 등장하자마자 바로 수수료 카드를 오픈했거든요. 그 결과 이제는 그동안 무료로 해왔던 카드사의 수수료 정책에 대해 삼성은 유료화 명분이 생겼습니다. 실제 애플페이가 들어오기 위해 국내 금융 당국에서는 어떤 카드사를 지정해야 하나, 혹은 단말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 다양한 논의가 되었었는데요.  

 

그 중에서 애플페이 수수료는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안되고 카드사가 부담을 해야 한다고 금융당국이 이야기한 것이 삼성페이에게 좋은 명분을 주었던 거죠.  

 

이를 애플이 불러온 나비효과라 봐도 무방하겠네요.  

 

 

 

애플페이 늦춰질까?  

 

현재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카드는 애플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삼성페이도 카드사들이 삼성페이에 카드를 탑재할 경우 같은 조건을 제시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출처: EBN 산업경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전자는 카드사들과 수수료 협상을 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어쩌면 삼성전자는 애플페이의 상륙이 생각보다 심상치 않고 잠재적으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선제적 조치로 카드사를 압박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까보면, 삼성전자는 카드사들을 향해 애플페이 서비스를 늦추거나 하지말라는 이야기로도 들리거든요.

 

“만약 애플페이 도입하면, 너는 수수료 내!”  

“너네는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 안한다고 하니 너넨 수수료 무료야”.

 

이런식으로 얼마든지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 유료화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선긋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비공식적인 라인에서는 유료화 협상을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죠.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불만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왜냐면 괜히 애플페이 도입하려다가 생각지도 못한 추가 비용이 들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삼성페이가 수수료 유료화를 펼치게 되면 카드사들의 기존 수익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그 중에서 현재 가장 마음을 조리는 건 현대카드일 것 같습니다. 애플페이에 이미 수수료를 내고 있다보니, 삼성페이에서도 수수료 압박이 올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가장 먼저 수수료에 얻어 맞을 게 뚜렷해 보이기 때문이죠.  

 

현재 업계 상위권에 랭크된 KB국민카드, 신한카드의 경우 삼성측에 유료화 조건을 제시해 보라고 오히려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삼성페이 조건도 보면서 애플페이는 도입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SNS 상에서 지난 6개월 사이에 애플페이, 삼성페이는 얼마나 이야기가 되고 있는지 데이터를 살펴봤는데요  

 

 


 

 

작년 말부터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야기가 꾸준히 이어져 오다보니, 작년 11월부터 애플페이(파란색) 언급이 조금씩 보이면서 실제 도입이 된 올해 3월 이후의 애플페이 언급량은 폭주하는 모습이죠.  

 

지난 6개월 동안 애플페이는 10만회 넘는 언급이 이루어졌고 삼성페이는는 4만 5천회 정도의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애플페이에 대한 SNS 사용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지난 6개월 동안 각각 키워드의 연관어로 언급된 단어를 살펴봤는데요. 공통적으로 언급된 연관어 순위는 애플, 삼성, 결제, 카드, 아이폰, 현대카드였습니다.

 

그리고 각각 키워드의 연관어를 따로 살펴보면, 애플은 애플, 결제, 카드, 현대, 삼성이 1~ 5위를 차지했고요. 삼성은 삼성, 애플, 카드, 결제, 네이버가 1~5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를 통해 애플, 삼성의 키워드는 서로 교차해 검색과 언급이 이루어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탑 티어 경쟁사로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걸 SNS에서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네요.  

 

  

 

마지막으로 애플페이, 삼성페이의 키워드에 대한 긍정, 부정 감정 키워드를 살펴봤는데요. 애플은 ‘최첨단’ 가능하다’ 앱등이’ ‘편하다’가 가장 높은 감정 단어로 등장했고요. 삼성은 ‘가능하다’ ‘조심하다’ ‘간편’ 편하다’가 높은 감정 단어로 등장했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에 결제 건당 수수료를 부과하는 만큼 삼성페이는 애플을 견제하는 목적에서든 금융 수익 확보 측면에서든 카드사 수수료 유료 정책에 대한 카드는 계속 쥐고 있을 것 같습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명분도 뚜렷한 상황에서 자선사업가도 아닌 삼성에서 굳이 우리는 수수료 무료로 할게. 라고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출처: 바이라인네트워크)

 

 

그리고 삼성페이가 유료화 카드를 정말 꺼내들게 되면 카드사의 시장 규모, 점유율에 따라 수수료 요율은 차등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유료화는 그냥 쇼잉(보여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의 애플페이와의 힘겨루기 측면에서 쓰는 카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페이, 삼성페이 모두 유료화 전략을 할 경우 사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간편결제 하나만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삼성페이는 국내 약 300만곳의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합니다. 애플페이는 이제 막 등장한 신생아이고요. 

 

하지만 무섭습니다. 애플페이는 국내 서비스 출시 한달만에 35만 5천명의 신규회원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애플페이를 독점 공급하는 현대카드 실적으로 잡혔죠. 

 

현대카드 발급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 발급량 13만8천장이었으니, 작년대비 올해 신규 카드 발급량은 156%나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발급된 35만5천개의 카드 중 애플기기 이용자의 91%가 애플페이를 등록했습니다. 대체로 MZ세대들이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신규 유입이 많이 이루어졌고요. 이 숫자는 신규 가입 회원 중 79%에 해당합니다.

 

연령대로 보면 20대가 51%, 30대가 28%, 40대가 12%로 20대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동일한 기간에 신한카드는 1만 5천명, KB국민카드 1만명 정도 신규회원이 증가했는데요. 현대카드에 비해 턱없이 저조한 실적이었습니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금융 부문에서 서비스 영역 매출을 꾸준히 올려왔고, 작년 전체 매출의 20%가 금융 부문에서 발생했습니다. 특히 간편결제 부문에서 애플페이 수수료만 한해 1조 3천억원의 수수료를 거둬 들였죠. 

 

물론 아직 한국에서의 애플페이 사용을 위한 길은 멀고 험난합니다.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카드사들이 발벗고 나서서 기기 보급을 촉진하거나, 지원금을 제공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삼성전자가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는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애플 기기를 쓰는 MZ세대들의 재구매율이나 충성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큰 위협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을 사전에 견제하는 걸로 보는게 타당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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