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텔 근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재택근무'도 아니고 '재텔'은 뭔가 싶은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코로나가 세상을 휩쓸었을 때 직격탄을 맞았던 숙박업계에서 내놓은 아이디어입니다. 바로 호텔을 '숙박'이 아닌 '오피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거죠. 누가 일하러 호텔에 가나?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장기간 지속된 재택근무로 환기가 필요했던 직장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모두들 코로나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할 때, 호텔들은 시대 상황에 따른 고객의 변화를 읽어내고 빠르게 비즈니스를 전환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피보팅’이라고 부릅니다. 피보팅은 농구 경기에서 온 말로, 한 발은 땅에 붙인 채 다른 발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다음 기회를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에서 쌓인 자산과 노하우를 활용해서 사업 영역이나 방향에 변화를 주는 것을 말하죠. 

피보팅을 하려면 다음의 3가지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트렌드에 촉을 세워야 합니다. 고객의 취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늘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너무 막연하겠죠. 우리 고객의 변화를 스터디하고 기록한 후 주기적으로 모여서 학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그다음으론 우리 조직이 경쟁자보다 어떤 점이 강하고 부족한지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론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이건 우리의 상품/서비스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버리자는 얘긴데요, 호텔은 꼭 잠만 자야 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낮에는 일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죠.

실제 제품을 바탕으로 피보팅의 3단계를 설명해 볼게요.

LG전자에서는 2021년에 <스탠바이 미>라는 TV를 출시했습니다. 전자업계에서 생활 가전은 한물간 분야입니다. 그중 대표격인 상품이 TV죠. 하지만 LG전자에서는 TV에 대한 고객의 니즈 변화를 잘 읽어냄으로써 놀라운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1단계: 트렌드에 촉 세우기

일단 TV를 보는 고객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TV를 가지고 무얼 하는지 조사하고 분석했더니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요즘 고객들은 TV보다 핸드폰이나 패드로 영상을 많이 시청함

 

😮 모바일의 영향으로 세로 비율의 영상이 늘어나고 있음

 

😮 공중파보다 OTT와 유튜브를 훨씬 많이 봄

2단계: 핵심 역량 알기

고객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살펴봐야겠죠?

 

😀 수십 년간 축적된 TV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있음

 

😀 어지간한 고객의 니즈에는 다 대응해 줄 수 있는 역량도 있음

3단계: 익숙함에 의문 갖기

TV는 꼭 가로가 길어야 한다든지 크게 만들어야 잘 팔릴 거라는 생각이 TV에 대한 제조사의 고정 관념이었습니다. 이런 고정 관념을 버리려면 어떤 질문들을 던져보면 좋을까요?

 

😅 TV를 세로로 길게 하면 어떨까?

 

🤔 아니면 핸드폰처럼 가로세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도록 한다면?

 

😙 TV는 꼭 거실에 설치해놓고 봐야 할까? 이동이 쉽도록 만들면 어떨까?

 

😏 핸드폰보다는 크지만 TV보다는 작으면 어떨까?

......

이런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다 보니 결국 <스탠바이 미>와 같은 대박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캠핑족을 겨냥한 포터블 스크린 <스탠바이미 고>를 출시, 사전 판매서 완판 시키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사진: LG 전자 홈페이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누구나 익숙한 것이 편합니다. 편하니까 굳이 바꾸려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고객은 저만큼 훌쩍 앞서 나가 있습니다. 이제라도 고객의 변화에 촉을 세우십시오. 그리고 적극적인 피보팅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글쓴이:  HSG 휴먼솔루션그룹 경영전략연구소 이우창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