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팬을 만드는 마케팅 케이스 – 지구와 공존하는 뷰티 브랜드 ‘율립’
최근 들어 날씨가 많이 요동치는 것을 누구나 느낄 것이다.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우리나라 기후가 이제 사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고, 이제는 우기와 건기가 있다는 느낌이다. 유럽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 변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ESG에 비용을 지불하며 애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구를 병들게 하지 않는 일은 결국 사람에게도 유익한 것으로 돌아온다. 사람 몸에 유해한 것들, 인위적인 것을 만드는 것은 결국은 지구도 아프게 하는 요소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뷰티 브랜드에서 이런 지구와 환경, 천연의 것을 고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대기업이 아니라 작은 스타트업에서 고집스럽게 그 일을 해내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진정한 팬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고 느껴졌다.
(율립 원혜성 대표와 국내 최초 생분해 플라스틱 케이스의 율립 립스틱)
‘사람과 지구의 공존을 위한 뷰티’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내걸고 7년차 뷰티 스타트업 율립을 이끌고 있는 원혜성 대표를 만나서 인터뷰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 실을 예정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간추려 오픈애즈에 실어 본다.
예민함이라는 페인포인트
원혜성 대표는 10년간 매거진 뷰티 에디터로 일을 했다. 뷰티 브랜드 에디터이니 얼마나 많은 브랜드의 제품을 만났을 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워낙 예민한 피부인지라 에디터기 픽 하는 유명 화장품은 그저 그림의 떡이고 자신은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피부과에서 추천하는 제품이나 해외에서 직구한 천연 화장품으로 그럭저럭 스킨케어 제품을 찾아서 쓰고 있었다. 그런데 생리 때 피부가 다 뒤집어 지고 어느 날 피부과 선생님으로부터 립스틱을 쓰지 말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립스틱 성분이 포인트 리무버로 지워도 남게 되어 피부트러블의 요인이 된다는 얘기였다.
여자들에게 색조 화장품은 기분을 전환하거나 자신을 꾸미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중 립스틱은 좀 더 특별함을 지닌 색조 화장품이다. 그런데 립스틱을 쓰지 말라는 얘기가 청천벽력과 같이 다가왔다고 한다.
원혜성 대표가 출산을 하며 회사를 그만두고 구글 캠퍼스에서 운영하는 ‘Campus For Mo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창업에 대한 그림을 그릴 때 이런 자신의 치명적인 페인포인트 해결을 위한 제품을 생각하게 되었다.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천연유래 성분 100%로 만들어진 립스틱, 아이들도 쓸 수 있고, 암환자들도 쓸 수 있는 립스틱.
자녀의 이름과 립스틱을 결함해서 ‘율립’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했고, 미국 USDA 인증 받은 유기농 원료와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 Soil Association 인증을 받은 안전한 성분으로 만든 율립 립스틱이 탄생하게 되었다.
진정성에 공감한 소비자를 모으는 클라우드 펀딩
율립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을 때 대기업에서 비슷한 컨셉의 립스틱이 출시되었다고 한다. 작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길수 없는 것. 그래서 직접 고객들의 가치와 연결될 수 있는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제품의 가능성을 테스트 해보고 이 테스트에서 실패하면 과감하게 시작한 사업을 접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 테스트를 텀블벅에서 하게 됐다. 대부분 첫 펀딩 목표로 잡는 100만원은 너무 적다고 생각했고 1,000만원으로 하려고 했으나 담당자들의 반대로 1차 목표 50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3일만에 17,547,000원을 달성하며 1차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여기서 원혜성 대표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천연 유래 성분으로만 만든 립스틱,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유기농 원료만을 고집하는 율립의 가치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고객들을 만나보고자 펀딩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가능성을 테스트했는데 펀딩을 통해서 ‘아 될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텀블벅 율립 1차 펀딩 페이지)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군중(Crowd)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다(Funding)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 금융권의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기업의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현재 다양한 플랫폼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여유 자금없이 시장의 반응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좋은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율립은 텀블벅의 성공 이후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연락이 왔다. 카카오 메이커스에서도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초도 물량을 3개월만에 모두 완료하는 기록을 세웠다.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아마존 진출, 그리고 성공
유통 전략 역시 마케팅이다. 뷰티 제품들은 제작 회사 보다 유통 채널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장이다. 채널에서 가격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 그리고 채널 프로모션을 어떻게 진행하느냐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와중에 율립과 같은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그곳 생태계 섭리를 따라야 했지만 원혜성 대표는 2017년 창업해서 1인으로 비즈니스를 꾸려가며 그렇게 채널에 휘둘릴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유통 채널을 확장하게 되면 그 채널의 전략에 휘둘리며 율립의 가치가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유기농 원료에 대해서 한국 시장보다 더 민감한 미국으로 시선을 돌려 아마존으로 진출하기로 한다.
(Amazon 율립 판매 페이지)
아마존 오픈 두 달 만에 ‘Amazon choice’에 선정되며 아마존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아마존에서 율립이라는 작은 기업이 대기업처럼 브랜드관을 만들고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며 율립의 성공 스토리를 아마존 셀러 모집에까지 활용했고 이후 아마존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2019년 투자까지 받게 됐다.
찐이라는 진정성이 곧 마케팅
아마존의 성공을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미국 진출을 준비 중에 코로나 라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으로 오갈 수도 없고 모든 행사가 취소되었다. 또한 율립의 제품 라인업은 당시 립스틱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상황이 되었다. 매출에 직격타가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회사들은 움츠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원혜성 대표는 코로나라는 특별한 시즌이 끝났을 때 새로운 것을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들이 다 말리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정말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찐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국내 최초 생분해 성분의 플라스틱 케이스 개발’이라는 도전이었다. 남들이 모두 말렸다. 대기업도 하지 않는 것을 스타트업이 왜 하냐는 것이었다. 1년반이라는 투자를 통해서 외형은 씨앗을 닮고, 생분해 원료를 바탕으로 한 립스틱 케이스 개발에 성공했다.
(율립 생분해 플라스틱 케이스)
2023년 상반기에 이미 전년 매출을 달성했고, 하반기에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립스틱 밖에 없던 제품 라인에도 변화가 생겼다. 율립은 남원시와 함께 한 프로젝트로 ‘지리산 눈물 세럼’을 개발했고 이를 와디즈를 통해서 오픈했다. 와디즈 펀딩은 목표대비 20,312%를 달성하며 펀딩 금액 1억원 훌쩍 넘겼다.
지리산 세럼의 원료는 남원시에서 생산되는 왕대줄기 추출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앞으로 이처럼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좋은 원료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고 그런 일들이 지역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일에 일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율립 지리산 데이&나이트 세럼)
가치에 공감하는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율립은 일반적인 뷰티 회사들이 하는 유통 채널 기반 프로모션이나 광고를 많이 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과 메타에 소소한 광고를 하고 있지만 자체 인스타그램채널과 블로그를 통해서 마케팅을 하며 주로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정말 율립의 가치에 동의하는 고객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이번에 지리산 세럼을 오픈하면서 라이브 방송과 뷰티 클래스를 진행하며 율립 가치를 사랑하는 찐 고객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예 ‘율립 커뮤니티’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율립의 가치를 지지하는 고객들은 이제 직접 만나며 율립을 확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현재 율립은 여전히 작은 회사이지만 회사의 가치에 동의하고 사랑하는 찐 고객들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 율립이 어떻게 기업 가치를 유지하며 제품을 확장해 나갈지 참 기대가 된다. 작은 회사들은 율립처럼 다른 어떤 외부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진심으로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찐 고객들이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