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er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여러 유저 리서치 방법론을 경험한다. 다양한 UX방법론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는 책이나 사이트도 여럿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UX방법론을 그대로 따라하면 항상 성공적으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 유저 리서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서비스에 적합한 방법론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문제사항이나 니즈 등의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방법론을 숙지하고 유저 리서치에 제대로 적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UXer의 이론과 경험, 환경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애드트리거 대시보드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우리도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론의 한계와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론 내에선 얻고자 하는 결과를 얻기에 적합한 리서치 방법을 선정할 수 없었다. 꼭 UX방법론의 방식을 주어진 대로 따라야 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고, 우리는 서비스의 성격과 방향성에 맞게 방법론을 변형하여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 꽤나 효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포스트는 방법론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변형과 응용 과정을 통해 사용자의 숨겨진 니즈를 발견한 경험을 공유해 보려 한다.
애드트리거?
애드트리거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온라인 매체의 광고 집행 데이터를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여러 광고주의 데이터를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가공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어 광고를 집행하는 마케터와 대행사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서비스이다. 검색 광고, 브랜드 검색 광고, 디스플레이 광고 등의 광고 유형별 통합 데이터를 통해 효율 분석이나 소재 비교 분석 등의 운영이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가능하다.
애드트리거 리뉴얼 이전 대시보드 화면
또한 고객사, 매체, 광고 상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별로 조건을 설정해 광고 효율을 분석할 수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광고 캠페인의 성과 비교는 물론, 새로운 캠페인을 실시간으로 대시보드에 연동할 수 있어 번거로운 업무 절차를 줄였다. 이 외에도 애드트리거에서는 마케터와 대행사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다양한 기능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시보드에서 복잡하고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큰 숙제가 있었다. 많은 데이터를 관리하기 때문에 더더욱 대시보드 내에서 애드트리거가 가진 주요 기능의 장점과 수많은 데이터 중 사용자가 보고자 하는 것 만을 알차게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우리는 애드트리거의 대시보드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카드 소팅 방법을 응용해 실무 사용자가 원하는 대시보드의 모습을 확인해 보았다.
카드소팅(Card Sorting) 어떻게 응용했을까?
정석의 카드 소팅 방법은 미리 준비한 서비스 메뉴로 구성된 카드들을 그룹핑하거나 새로 이름 붙이며 사용자가 서비스의 정보와 구조를 어떻게 인식하고 구성하는지, 사용자가 사용하기 편한 정보의 구조는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유저 리서치 방법이다. 주로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의 정보 구조와 메뉴 분류 체계, 항목 배치를 검증하기 위해 사용된다.
카드 소팅의 종류에는 두가지 방식이 존재하는데, 사용자가 카드를 직접 그룹핑하고 이름을 붙이는 것을 열린 카드소팅이라 부르며, 미리 이름 지어져 있는 그룹 내에 사용자가 카드를 배치하는 것을 닫힌 카드 소팅이라 부른다. 이를 수행할 때 사용자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사용자가 직접 이름 붙인 새로운 카드를 추가하거나, 기존 카드의 이름을 변경하는 등의 자유도를 부여하기도 한다.
우리 또한 사용자가 원하는 애드트리거 대시보드의 정보 구성과 기능 구조를 알아보고자 리서치 방법으로 카드 소팅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대시보드의 정보 구성과 구조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시보드에 대한 인사이트로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시보드 인터페이스와 레이아웃까지 알아보기 위해 사용자가 직접 컴포넌트 카드를 대시보드 내에 배치하며 화면 자체를 구성하는 형식으로 카드 소팅 방식을 변형하고 자유도를 높였다.
-테스트 기간 : 2023.02.07(화) ~ 2023.02.10(금)
-테스트 대상 : NHN AD 마케터
-테스트 참여 인원 : 7명
-총 연차 평균 : 2년이상 3년 미만
변형된 리서치는 사내 마케터 7명에게 진행되었으며, 업무 중 데일리로 가장 대시보드를 많이 확인하는 2~3년차의 마케팅 실무자를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① 유저 다이어리로 사용자 업무 루틴 상기시키기
첫번째로, '유저 다이어리'를 통해 마케터들의 주요 업무 루틴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저 다이어리 작성 시 하루 업무 중 애드트리거 혹은 타 광고 매체 플랫폼을 활용하여 수행하는 업무를 상세히 적어달라 요청하였으며, 업무를 시간 순으로 나열하되,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설명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용자의 전문적인 부분까지 자세히 파악할 수 있으며,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카드 소팅 시작 전 자신의 업무를 한번 더 상기시킬 수 있다.
이후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활용하여 참가자들의 개별 업무 중 연관된 항목들을 그룹핑 한 뒤, 개별 업무의 빈도수를 바탕으로 그룹핑 된 업무에 순위를 부여하여 마케터들의 주요 업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을 분석하였다.
유저 다이어리 결과 분석 방법
주요 업무 분석과 관련 인터뷰 결과 마케터들은 주로 대시보드를 이용해 광고 성과 데이터를 다운받고 있었으며, 다운받은 데이터를 원하는 모습으로 재가공하는 업무를 가장 많이 수행하고 있었다. 또한 출근 후 데이터 재가공 및 보고서 작성이 끝나면 대시보드를 활용하여 데일리로 변화하는 성과 이슈를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마케터가 대시보드 내에서는 그날 반영된 변경 사항 확인과 데이터 다운로드 등의 체류시간이 짧은 업무만을 수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대시보드내에서 데이터의 변화를 명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대시보드 내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데이터 가공 및 커스텀 기능이 필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② 카드 나열로 대시보드 내에서의 중요도 파악하기
두번째로, 애드트리거 대시보드 내의 메뉴 컴포넌트를 인쇄하여 카드형태로 준비하고 참여자가 이를 그룹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 그냥 그룹핑 하는 것이 아닌 중요도 순으로 카드를 배치하며 그룹핑하길 요청하였다. 애드트리거 대시보드가 가진 개별 메뉴를 '매우 중요함' 부터 '매우 중요하지 않음' 의 기준 안에 중요도 순으로 나열하고 해당 기준 내에서 한번 더 중요한 그룹, 혹은 연관된 그룹으로 묶어 이름 붙이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카드 나열 진행 모습
그 결과 신기한 것은 참가자들이 '매우 중요함' ~ '매우 중요하지 않음'의 기준을 화면의 뎁스(depth)로 인지하고 정보를 배치했다는 사실이다. 참가자 대부분 '매우 중요함'에 나열한 항목을 화면의 가장 앞단에서 확인한다고 대답했으며, '보통' 아래 기준에 나열한 항목들은 "'매우 중요함' 내에 배치한 항목을 눌렀을 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붙였어요"라고 답했다. 또한, '매우 중요함'내에 배치된 항목이 이슈 발생 시 치명적인 지표들이라고 대답한 참가자가 많았다. 따라서 '매우 중요함'에 해당하는 항목들은 대시보드 첫 페이지에 배치하거나,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정보로 해석할 수 있었다.
중요도에 따른 카드 나열 모습
③ 나만의 대시보드 구성하기로 구체화된 니즈 뽑아내기
세번째로, 빈 대시보드 안에 카드를 배치하여 참가자 자신만의 업무 대시보드를 구성하도록 요청하였다. 보드 위 그려진 대시보드 레이아웃 내에 본인의 업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대시보드를 직접 디자인한다고 생각하고, 중요도 배치에 사용된 카드를 자유롭게 붙이며 화면을 구성하도록 하였다. 이때 주어진 카드에 자신이 원하는 기능이나 메뉴가 없다면 자유롭게 추가하여 그려 넣을 수 있도록 하였다.
나만의 대시보드 구성하기 진행 모습
이후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가 그린 대시보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각 영역의 배치 이유와 새롭게 작성한 기능에 대한 질문을 통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대시보드 인터페이스와 레이아웃에 대해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의 '나만의 대시보드' 구성 모습
흥미로웠던 것은 대다수 참가자들이 자유도를 주었을 때 그저 단어나 글로 필요한 기능을 써넣는 것이 아니라 Progress Bar나 상태 색상 등의 그림으로 구체적인 GUI(Graphical User Interface)를 그려 넣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대시보드에서 현재 현황이나 변화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싶어한다는 니즈 뿐 아니라 이를 색상이나 그래프 등의 시각화 된 형태로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서치로 알게 된 대시보드가 갖춰야 할 UX 요소
카드 소팅 응용을 통해 알게 된 대시보드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UX 요소를 뽑자면 다음과 같다.
① 변화를 빠르게 눈치챌 수 있도록 하자
대시보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대시보드가 변화한 정보를 빠르게 반영할 수록 이슈에 대처하는 시간 또한 짧아진다. 데이터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위해선 변화한 모습이 즉각적으로 보이는 명확한 인터페이스도 중요하다. 따라서 사용자가 매일 수시로 체크하는 항목의 경우 변화를 빠르게 눈치챌 수 있도록 명확한 단서를 보여 주어야 한다. 조사결과, 사용자들은 대시보드 내에서 상태의 변화를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각화 된 인터페이스를 그려넣었다. 따라서 기존에 표로 제공하던 정보 중 일부를 즉시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Progress Bar나, Status Badge를 활용해 시각화 하여 상단에 배치하였다.
ⓒ애드트리거, 리뉴얼 된 대시보드 화면 ㅣ 시각화 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알아차릴 수 있는 실시간 데이터
② 핵심 지표는 필요한 것만 간결하게 표현하자
대시보드는 사용자가 알고자 하는 데이터를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사용자가 대시보드 내에서 5초 안에 각 영역의 용도와 표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야만 업무를 효율적으로 보조하는 대시보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시보드 UX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복잡한 정보를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공하느냐 에 있다. 따라서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표시하거나, 복잡한 형태로 전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사 결과, 대시보드 그리기 내에서 대부분의 사용자는 복잡한 표나 수식이 아닌 자신이 알고싶어하는 결과적인 숫자만 적어 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사용자가 알고자 하는 데이터를 결과가 바로 보이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변경하였으며, 복잡한 그래프나 차트를 제외하고 핵심 지표만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리뉴얼 하였다.
ⓒ애드트리거, 리뉴얼 된 예산 데이터 확인 ㅣ 마우스 호버 시 알고 싶은 정보만 간결하게 표시되는 예산 데이터
③ 세분화 된 시각화 도구 제공하자
대시보드는 수 많은 로우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다. 사용자는 목적에 따라 이러한 로우 데이터를 내려 받기도, 가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시보드는 사용자가 목적에 맞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는 세분화 된 시각화 도구를 제공하여야 한다. 조사 결과, 애드트리거를 사용하는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로 다운 받은 데이터를 외부 도구를 활용해 2차 가공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애드트리거는 이러한 번거로운 작업을 생략할 수 있도록 대시보드 내에서 데이터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그래프 UI와 색상 변경 기능을 추가하였다.
ⓒ애드트리거, 리뉴얼 된 그래프 설정 기능 ㅣ 지표들의 템플릿을 다양한 형태와 색상으로 변경 가능
④ 편의를 위한 커스텀 도구를 제공하자
사용자의 관점이 다양할 수록 커스텀 기능을 강화하여 제공하자, 애드트리거는 마케터와 광고대행사, 광고주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용하는 대시보드이다. 이 때 사용자 유형에 따라 대시보드 내의 데이터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조사 결과, 사용자들의 관점이나 광고주의 니즈에 따라 중요하게 확인하는 광고 지표의 순서가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애드트리거 내의 지표 그래프의 순서를 변경할 수 있는 커스텀 도구를 제공하였다. 또한 위치 이동을 직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마우스 드래그를 사용해 박스 UI 이동이 가능하도록 적용하였다.
ⓒ애드트리거, 리뉴얼 된 커스텀 기능 ㅣ 위치 이동 커스텀 기능을 통해 각 지표를 길게 눌러 자유로운 배치 가능
응용버전 카드 소팅의 보완할 점
혹시나 이 포스팅을 보고 우리와 같은 방법으로 카드 소팅 방법론을 응용해 적용해보고 싶은 UXer가 있다면 도움이 될까 싶어 우리가 수행하며 아쉬웠던 점 두가지를 공유해본다.
✅ 그룹 단위의 세션 진행도 고려해보자
카드 소팅 진행 시, 우리는 개인의 경험과 의견을 자세히 듣고자 개인 단위의 세션으로 리서치를 진행하였지만,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그룹 세션으로 진행했어도 의미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각각의 접근 방식은 다양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각자의 노하우 등을 공유함으로 참가자들 간에 토론과 상호작용을 유도하여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
처음 '나만의 대시보드 구성하기'를 진행 할 때, 우리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화이트 보드에 "PC화면이라고 생각하고, 나만의 대시보드를 구성해보세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가자가 선뜻 진행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의 눈에는 그저 큰 화이트 보드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화이트 보드에 우리에게 익숙한 빈 웹 페이지 화면을 그려 넣었고, 참가자들이 쉽게 자신이 상상하는 대시보드 화면을 그려 넣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유저 리서치 진행 시 한번 더 참가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참가자가 온전히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친절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UX에 정답은 없다
UX 방법론은 무조건 절차로 진행해야 할까? 아니다! 유저 리서치에는 정답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방법론을 새롭게 응용하거나 조합하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론 "카드 소팅 후 인터뷰를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결과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도있다. 하지만 보다 자유로운 리서치 진행을 통해 참가자가 그림으로 그린 직접적인 형태에 대한 언급 등의 새로운 인사이트를 경험할 수 있었고, 그저 말이 아닌 시각적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만약 여러 UX 방법론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면 한 번쯤 우리만의 방식을 고민하여 자유롭게 활용해보았으면 한다. 우리가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질문을 던진다면, 또 사용자가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을 제공한다면, 사용자는 어떤 형태 든 우리에게 새로운 답을 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애드트리거가 더욱 많은 마케터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서비스로 발전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