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현주소
챗GPT·미드저니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은 사람처럼 성장하며 진화하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기술 고도화를 향한 잰걸음이 분주한 가운데 세상에 등장하고 10개월이 지난 지금, 생성형 AI는 얼마나 진화했을까?
생성형 AI 고도화, 활용 범위의 확대
생성형 AI 기술은 과거 어떤 기술보다 빠른 속도로 산업과 인류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미국의 변호사 자격시험과 의사 면허 시험, 와튼 스쿨 MBA 시험 등을 통과하고 일반 논문뿐 아니라 미국 하원의원 연설문도 작성한다.
그림을 그리는 생성형 AI는 키워드만 있으면 사용자가 원하는 그림을 휘리릭 완성한다. 지난 2월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은 <WSJ>에 ‘생성형 AI가 인쇄술 이후 최대의 지적 혁명’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고, 지난 4월 에릭 보이드 마이크로소프트 AI플랫폼 총괄 부사장은 “AI 중심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언급해 현재 AI 기술이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이제 생성형 AI 기술은 빅데이터 활용은 물론, 초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과 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품질과 성능 면에서 보다 고도화되고 있다. 초기에 문자와 이미지 생성에 집중되었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이제는 음성, 영상, 음악, 3D 모델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무료 버전이 보급되고, AI에 지시어를 넣는 프롬프트 방법론이 알려지면서 생성형 AI의 활용도가 검색, 교육, 유통, 금융, 제조 등의 분야로 넓어지는 중이다.
서비스 개발 경쟁, 춘추전국시대의 시작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술은 상업적 목적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생성형 AI 기술도 관련 시장을 형성하고, 소비자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한 서비스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관련 서비스 플랫폼과 응용 서비스 개발 부문에서의 경쟁은 춘추전국시대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기업이 새로운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구글은 차세대 대규모 언어 모델 PaLM-2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으로 전격 업그레이드했다.
먼저 구글은 차세대 LLM인 ‘PaLM-2Pathways Language Model 2’를 공개했다. 대화형 서비스 ‘바드’는 향후 파운데이션 모델을 현 LaMDA에서 PaLM-2로 교체하게 된다. 연말에는 MS와 오픈AI가 가져간 AI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멀티모달’을 앞세운 ‘제미니’를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8월 말 LLM 기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서비스를 시작해 해외 기업에 뒤처져 있는 국내 생성형 AI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T와 카카오도 연말을 기점으로 각자 초거대 AI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AI에 대한 언급이 없던 애플도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과 제품 탑재형(온디바이스) AI 구축에 주력하는 등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 애플은 ‘에이잭스Ajax’라는 LLM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챗GPT와 유사한 대화형 챗봇 ‘애플 GPT’를 시험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산업에서 활약하는 생성형 AI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와 MS, 액세스파트너십이 함께 발간한 보고서 ‘생성형 AI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생성형 AI 기술이 금융·보험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거나 복잡한 작업이 필요한 산업에서 큰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진단했다.
금융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디지털 전환DX 전략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투자자문·대출 심사·고객 관리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활용 폭의 확대가 다른 분야보다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월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별 맞춤 자산 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챗GPT가 고객의 개별 투자 스타일·정보·선호도 등을 바탕으로 문장 형태의 투자 조언을 생성해 지점의 담당 자산 관리 전문가Wealth Manager, WM에게 제공하면 WM이 이를 참고로 고객 맞춤형 자산 관리에 나서는 형태다.
교육 분야에서는 맞춤형 학습 콘텐츠, 인공지능 튜터, 교육용 게임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학생에게 개인별 맞춤형 학습과 피드백을 지원해준다는 강점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성형 AI 기술로 완전히 정확한 정보를 생성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보호자의 관리 및 지원이 필요하다. 유통 분야에서는 생성형 AI가 상품 추천, 고객 서비스, 마케팅 등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이미지, 사운드 모션 등의 멀티모달로 진화한 생성형 AI가 다양한 물류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미 국내의 쿠팡이나 네이버는 생성형 AI를 도입해 상품 추천 및 고객 서비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 분야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선보인 자율주행 및 IoT 기술이 생성형 AI 기술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제조 분야에서는 제품설계, 3D 모델링, 시뮬레이션, 품질관리 등에 생성형 AI를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기존의 제품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제품 디자인을 생성하고,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을 감지해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또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조 공정의 효율화, 이상 검출 및 고장 예측과 수명 예측 등 활용 영역도 점차 넓어지는 중이다. 이와 같이 기존 제조업의 혁신을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루고자 하는 많은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생성형 AI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들기 위해
생성형 AI는 분명히 인류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혁신적 기술의 이면에는 정보 유출 및 저작권 분쟁 등 다양한 이슈도 자리한다. 이는 윤리적 사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기대와 함께 두려움과 우려가 뒤따른다. 생성형 AI는 특히 학습한 데이터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특성 때문에 더욱 윤리적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50년 전에 등장한 인공지능 기술은 챗GPT가 대표하는 생성형 AI에 이르러 그 기술적 파급력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될 것이 분명하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운영 체계OS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제약 회사가 신약을 출시할 때 엄격한 안전 검사를 하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보는 글과 영상 또는 이미지를 AI가 만들었는지, 인간이 만들었는지를 식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해졌다.
생성형 AI의 현재 발전 상태와 잠재력을 고려하면 기술의 미래는 아직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거나 활용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개인화와 맞춤화의 시대에서 생성형 AI는 개개인의 요구와 취향에 맞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연구 및 개발 분야뿐 아니라 문화와 경제 영역까지 더 복잡하고 정교한 모델을 생성하며, 더 많은 발견과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과 기대 속에서 생성형 AI의 이슈에 잘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술의 미래는 아직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거나 활용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 장민(뉴럴웍스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