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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3년 11월 22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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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의 이벤트였는데요...
LG트윈스가 무려 29년 만의 감격의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인 만큼 그 파급력도 정말 엄청났는데요. 연일 화제가 끊이지 않으며, LG그룹은 정말 엄청난 브랜딩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우승 기념 할인으로 쏠리기 시작했는데요. 아마도 작년 챔피언인 SSG랜더스의 모기업 신세계 그룹이 진행했던 쓱세일의 영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할인폭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19개 계열사가 총출동하여 정말 요란하게 진행되었거든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LG그룹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내부 논의를 거쳐 파격적인 세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LG전자는 15개 품목을 500대 한정으로 정상가 대비 29%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11월 21일에 진행하였고, 이는 100분 만에 완판 될 정도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LG트윈스의 우승은 29년 만의 이벤트였기 때문에 사업적으로도 정말 특별한 기회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한 행사들이 홍보나 매출 성장의 기회로 활용되었다기보다는 정말 단순히 감사의 의미로 진행한 시혜적 성격이 강했다는 점은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렇다면 LG그룹이 놓친 포인트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통합 스피커와 통합 채널의 부재
이번 이벤트 진행 과정에서 가장 뼈아팠던 점은 그룹 통합 스피커의 부재였습니다. 그래서 우승 기념 할인의 전개 과정은 대부분 언론 기사를 통해 공개되고 알려졌는데요. 심지어 개별 계열사의 할인 소식 안내도 상당히 불친절했습니다. 일례로 LG전자의 공식 쇼핑몰 '엘지이닷컴'은 물론,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서 사전 안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거든요. 행사 전날인 20일이 되어서야, 행사 페이지가 겨우 공개되었습니다. 반면에 작년 쓱세일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의 SNS 계정이라는 확실한 통합 스피커를 통해 널리 홍보되었습니다. 물론 경영자의 SNS 활동이 항상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빅이벤트가 있을 때는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정용진 부회장뿐 아니라,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역시 애플페이 론칭 과정에서 이를 본인의 SNS로 활발히 알리며 이슈를 더 극대화시키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만약 LG그룹이 통합적인 스피커를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렸다면, 혹은 개별 계열사 단위라도 친절하게 소통했다면 분명 더 큰 홍보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꼭 CEO가 SNS 활동을 활발히 하진 않더라도, 통합 스피커 역할을 할 무언가는 꼭 필요합니다
또한 D2C 판매 채널이 빈약했다는 점도, 이번 이슈의 활용 효과를 극대화시키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입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29%가 아닌 이를 뒤집어 71% 할인하는 것으로 더 큰 이슈 몰이를 하기도 했는데요. 다만 통합 플랫폼이 부재하다 보니, 14개 브랜드 직영몰에서 행사가 각각 진행되게 되어 화력이 분산되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나 11번가, SSG닷컴 등 기타 온라인 채널에서도 특가 행사를 진행하였는데요. 이 또한 자사몰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전략적인 미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트래픽을 한곳에 집중시키지 못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이번 우승 이벤트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건, LG그룹은 물론 개별 계열사들 자체가 직접 판매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이고요.
왜 미리 예견하지 못한 걸까요?
그런데 이번 LG그룹의 행보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사실 따로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우승이 높은 확률로 예견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된 것이 전무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실제 내부적으로 어땠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요. 공개된 기사에 따르면, 이번 이벤트 자체가 우승 후 할인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급조된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정말 남달랐습니다. 이미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 정규 시즌 우승 소식을 담은 스포츠 신문이 일종의 굿즈로 품절 대란이 일어났을 정도니까요. 미리 신문사와 협의하여 우승 시 특별판 제작이라도 해서, LG그룹의 유통 채널에서 사은품으로 증정했다면, 마케팅 효과가 엄청나지 않았을까요? 물론 미래를 알 순 없으니, 기업들이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도준이 월드컵 마케팅에 올인했듯이, 과감하게 베팅을 하는 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LG전자 29% 할인에 맞대응하여, 30% 할인을 그것도 하루 전에 진행한 삼성전자처럼 기민하게 움직일 수는 있지 않을까요? 만약 혹시나 내년에도 LG트윈스가 우승에 성공한다면, 조금 더 인상적인 이벤트가 준비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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