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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 없지만 '취미=LP 수집'… 소유하는 음악에 매료되다

샐러던트리포트

2023.11.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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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 없지만 '취미=LP 수집'… 소유하는 음악에 매료되다

 

 

아이유의 '꽃갈피'와 잔나비의 '전설'은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대표적인 희귀 바이닐이다.

 

지난 8월, 가수 아이유가 자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의 한정판 바이닐(LP)을 정가보다 비싸게 판매한 일부 팬클럽 회원의 영구 제명을 발표했다. 해당 LP는 지난 2014년 발매되어 아이유 팬클럽 회원에게 한정 판매된 제품이다. 그 수량이 적어 희귀 LP로 화제를 모았는데, 아이유의 친필 사인을 받은 미개봉 제품은 정가(4만 4천원)보다 100배 이상 비싼 500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에 소속사가 ‘프리미엄 거래’에 칼을 빼 든 것이다. 

 

꽃갈피 LP 대란은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유의 음반이기에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LP 수집가들은 중고 LP 가격이 정가의 10배 이상 오르는 일이 매우 공공연하다고 설명한다. 2023년 10월 기준, 유재하 1집 ‘사랑하기 때문에’의 리셀가는 120~150만원이다. 밴드 잔나비 2집 앨범 ‘전설’의 미개봉 판은 40~50만원에, 검정치마 3집 part 1 ‘팀 베이비’는 15~2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올라온 물건은 눈 깜짝할 새 ‘판매 완료’ 된다. 

 

◆ 국내 LP 판매량 3년 연속 증가세, 미국에선 CD보다 잘 팔려

 

LP 열풍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음반 시장의 화두다. 예스24의 음반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LP 판매량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2022년 LP 구매자 중 2030의 비율이 36.3%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LP에 대한 추억이 없는 젊은 세대가 새로운 취미로 LP 수집을 선택하고 있다. 

 

국외 음반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는 ‘음악 산업 수익 보고서’를 통해 “2022년 미국 바이닐(LP) 판매량이 약 4100만 장으로 CD 판매량(3300만 장)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라고 밝혔다. 1987년 이후 처음 발생한 일이다. 

 

이쯤이면 의아해진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다. 음향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치 눈앞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듯 생생한 음향을 쉽게 누릴 수 있다. 그런데도 번거롭고 오래된 방식의 LP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방문자들이 LP를 청취하고 있다(사진=샐러던트리포트).

 

그 답을 찾기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위치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 방문했다.

 

현대카드가 지난 2015년 개관한 뮤직라이브러리는 다양한 LP를 자유롭게 청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대카드 이용 고객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주말이면 30분씩 대기해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이곳에서 LP의 매력을 파헤쳐 보기로 했다. 

 

뮤직라이브러리에 입장하자 관계자가 다가와 턴테이블 사용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지 물었다. LP 청취 자체가 처음이기에 설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렇게 배운 턴테이블 사용법은 꽤나 조심스럽고 번거로운 과정이었다. 

 

먼저 청취를 희망하는 음반을 선택해 비닐을 벗기고 원판을 꺼냈다. 30X30cm, 제법 큼직한 크기였다. 원판을 턴테이블에 올려 두고 바늘의 위치를 조정한 뒤 레버를 내렸다. 잠시 기다리자, 특유의 잡음과 함께 첫 번째 트랙이 재생됐다. MP3나 스마트폰 음악 재생과 가장 다른 점은 ‘다음 곡 재생’ 버튼이 없다는 점이다. 바늘 위치를 옮겨 재생하는 곡을 바꿔야 하는데 정확히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음질 또한 생각보다 평범했다. 이따금 원판과 바늘이 부딪치며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가 퍽 마음에 들었지만 음질 자체를 두고 보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편이 훨씬 뛰어났다. 왜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자처하는지 더욱 의아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에디터는 노라 존스의 음반을 LP로 청취했다(사진=샐러던트리포트).

 

 

◆ 2030 세대 新 취미로 떠오른 LP 수집, “음악 자체 소유”

 

LP 구매와 청취를 취미로 삼고 있는 LP 수집가들은 “바이닐을 모으는 행위는 음악 자체를 소장한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현대인들은 디지털 음원조차 잘 구매하지 않게 됐다. 대신 월정액으로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호하는 음악은 반복적으로 듣는다. 하지만 LP는 다르다. 마치 굿즈처럼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소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턴테이블 등 음향 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LP를 구매해 미개봉 상태로 보관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미국 음악 데이터 집계 회사 루미네이터는 “2022년 바이닐(LP) 구매자 중 절반가량이 턴테이블을 갖고 있지 않다”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LP 소장은 물론 청취까지 즐기는 이들은 “MP3나 스마트폰으로 들을 때와는 달리 오롯이 음악에 심취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비닐에서 원판을 꺼내고, 조심스레 바늘을 내려놓고, 한 면의 재생이 끝나면 판을 뒤집는 모든 과정이 온전히 음악을 즐기는 시간으로 느껴져 가치 있다는 이야기다. 듣고 싶은 곡만 골라 듣는 디지털 음원과 달리 앨범의 전 수록곡을 하나하나 듣게 되는 점도 매력적이다.

 

아티클 원문 : 샐러던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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