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찐팬을 만드는 마케팅에 대한 원고를 넘겼다. 책을 쓰면서 팬을 만든 다양한 브랜드들의 사례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 필자가 일했던 방법들에 대해서 또 많은 브랜드가 만들어낸 것들을 다시 한번 회고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간추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분명 구매나 경험에서 출발한 고객들이 특정 브랜드의 팬으로 이어지는 길은 단순한 길은 아니다. 구매 횟수는 기업에서 바라보는 단골의 조건은 되지만, 구매라는 행위 자체가 그 브랜드의 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팬이 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MZ세대들이 열광하는 티셔츠 ‘김씨네과일’은 다마스를 몰고 종이상자에 ‘산지직송, 무농약’, ‘힙합의 기본 라임’, ‘정신체리’ 등의 문구를 쓱쓱 무심히 끄적인 듯한 종이박스 표시판을 두고, 빨간 바구니에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이는 것은 영락없는 과일 판매상인데 실제는 과일이 그려진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
이 티셔츠는 온라인 매장도 오프라인 매장도 없이 요즘 힙스팟으로 자리잡은 성수동 한복판에서 과일바구니에 티셔츠를 넣어서 판 것으로 출발했는데, 이 사진을 보고 인스타그램 팔로어들의 주문 쇄도로 본격적인 김씨네과일이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출처. 김씨네과일 인스타그램 @kimsfruits)
김씨네과일의 김도영 대표는 김씨네과일을 하기 전 이미 힙합 팬들 사이에서 유니크한 팬 굿즈 형태의 티셔츠를 만들어 그 세계에서는 컨셉 있는 티셔츠 제작으로 유명했다. 김 대표는 티셔츠를 편하게 찍어내는 옷의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예술의 영역으로 활용했다.
김 대표에게 티셔츠는 재미와 예술의 영역이었는데 이런 가치가 20대 들에게는 잘 맞아 떨어졌고, 그 덕에 두터운 팬층이 생기가 되었다.
☑ 우리만의 서사는 무엇인가?
뉴진스를 기획하고 성공시킨 민희진 대표가 유퀴즈에 나와서 이런 얘기를 했다.
“’이 친구들이 어떤 그룹으로 보여지는 게 장기적으로 좋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아티스트의 단기적인 방향보다는 첫 번째 음반은 이랬으면 좋겠고, 두 번째 음반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장기적인 내러티브 구축’이 필요함을 느끼고 그들의 최종 목표까지의 일관성 있는 구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유퀴즈온더블럭 133화 중)
단순하게 하나의 음반, 그룹의 컨셉이 아니라 걸그룹의 장기적인 내러티브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그 기획 안에 녹아 들게 한다는 것이다.
김씨네과일은 티셔츠를 예술과 표현으로 승화시켰고 거기다 독특하고 희소한 판매 방식으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그 안에는 티셔츠에 대한 독특한 생각과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독특하게 담아낸 기획자의 계획이 담겨 있었다.
결국 우리가 아무리 작은 브랜드, 작은 회사라고 해도 우리만의 서사가 있는지가 중요하고 팬이 만들어지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를 엮어서 펼치는 곳은 온라인이 될 수도 있고, 오프라인 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서사안에 모든 것이 하나의 맥으로 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부분 작은 브랜드의 시작은 창업자 본인의 이야기가 서사의 시작인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창업자가 자신의 경험에서 가졌던 문제들을 가지고 비즈니스의 실마리를 생각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랬을 때 그 문제 해결에 대한 진심을 가지고 브랜드에 그 가치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창업자 한 사람이 아니라 창업을 함께 한 초기 창업 멤버들이 공동으로 하나의 페인포인트를 향해서 진심을 가진 서사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배달의민족은 20대 막대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그림을 그려 나갔고, 당근마켓은 지역 연결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서사를 그려 나갔다.
작은 브랜드라도 우리만의 서사가 있어야 팬이 만들어진다.
☑ 커뮤니티를 통해서 소통
어떤 한 브랜드에 대한 경험이 있는 고객들은 그 브랜드를 경험한 다른 고객들과 연결돼 그 브랜드에 얘기하는 것을 즐겨한다. 특별히 자동차 구매 고객들은 자신이 차를 구매하기 전부터 시작해서 그 브랜드를 선택하는 순간,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구매 후 그 브랜드만의 다양한 이야기들과 자동차 검진이나 수리 센터에 대한 이야기까지 자동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커뮤니티 안에서 펼쳐 나간다.
커뮤니티라고 하면 이처럼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온라인 오프라인 모임을 의미하는데, 최근에 기업들의 마케팅에서 브랜드 팬을 구축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 브랜드에 관심이 있거나 또 경험이 있는 고객들이 함께 모여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고, 브랜드에 대한 진심을 나누는 공간.
기업들은 이제 더 많은 잠재 고객을 향한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핏을 잘 이해하는 팬심을 가진 찐팬을 구축하기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이 아니라 브랜드와 함께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 가면서 브랜드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가고 참여하는 것이 커뮤니티의 기능이다.
(블랙야크의 BAC 사이트)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BAC(BlackYak Alpine Club)는 산악인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커뮤니티다. BAC는 산을 정말 좋아하는 고객들과 호흡하고자 2013년에 만들어진 커뮤니티다. ‘명산40’이라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져서 이듬해 명산100으로 확대 개편하고 10년만에 회원 수가 40만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아웃도어 커뮤니티가 되었다.
블랙야크가 BAC를 통해서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커뮤니티를 통해서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등산을 즐기는 이들을 BAC를 통해서 만나고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블랙야크와 연결되고 고객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커뮤니티의 목적이 매출이 아니었다고 해도 이미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블랙야크에 대한 호감이 증가했을 것은 분명하다. 이 커뮤니티의 30% 이상이 20~30대 층이다. 그리고 브랜드 호감은 자연스레 매출과도 연결이 되면서 매출의 15%가 커뮤니티를 통해서 발생하고 있다.
작은 기업들이 블랙야크처럼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 MZ세대들은 ‘느슨한 연대’를 즐기는 만큼 다양한 채널과 방법으로 우리와 고객들을 연결해 보는 과정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커뮤니티를 만들 때,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만드는 고객이 주도하는 형태도 있겠지만 기업이 이처럼 주도해서 브랜드가 가진 색과 가치,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며 고객들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는 것이 과제이다.
☑ 오픈 채팅방과 슬랙을 통한 느슨한 커뮤니티
최근에는 오픈채팅방이나 슬랙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협업 도구를 통해서 고객들과의 느슨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법을 많은 기업들이 시도해 보기도 한다.
커뮤니티를 운영할 때는 고객들과 주기적으로 소통하는 이벤트를 만들거나 게시물에 대해서 댓글을 다는 등 운영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커뮤니티 안에서 브랜드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객들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하는 찐팬 중심으로 다양한 리워드를 제공할 방법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은 이전부터 있어 왔지만 찐팬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요즘에 더 주목받고 있다.
찐팬을 만드는 최종적인 무기는 우리의 브랜드 서사를 잘 구축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