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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3년 12월 1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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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잠겼던 빗장이 풀립니다
네이버가 쿠팡·무신사·에이블리 등 제휴 입점사에 “내년 1월 1일부터 앱 전환 ‘딥 링크’(웹사이트에서 URL을 클릭했을 때 앱을 실행시키는 행위)를 허용한다”라고 통지했다고 합니다. 그간 네이버는 네이버 쇼핑에서 '자사몰 앱 유입 및 다운로드 행위'를 철저히 금지해 왔었는데요. 고객이 웹에서 앱으로 넘어가면, 거래가 발생했을 때 네이버가 수취하던 '매출 연동 수수료'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는 동시에 '쇼핑 관문'으로써의 네이버가 가지는 위상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결정이 내려질 거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고요.
물론 최근 이러한 네이버 제휴몰 거래액 성장이 정체 혹은 심지어 감소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커머스 쇼핑의 중심축이 PC웹에서 모바일웹으로, 그리고 다시 앱으로 이동하면서 쇼핑 관문 네이버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쿠팡 앱의 경우 매일 천만 명 이상이 방문하기 때문에, 과거의 G마켓이나 11번가가 그러했듯이 네이버에게 휘둘리지 않을 체급을 이미 확보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네이버의 앱 전환 허용은 분명 일정 부분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 뻔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네이버는 왜 갑자기 이렇게 전향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일까요? 오늘은 네이버 앱 전환 허용 이후 달라질 변화들에 대해, 제 상상을 조금 섞어서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위기는 곧 기회인 법
우선 추정해 볼 수 있는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대외 리스크 절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이버 쇼핑은 과거에 스마트스토어를 검색 알고리즘 내에서 우대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는데요. 네이버 쇼핑은 검색 점유율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기에, 끊임없이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앱 전환 허용 금지 역시,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고요. 따라서 어차피 제휴몰 거래액도 정체된 마당에, 역으로 먼저 이를 허용하는 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공정 거래 이슈를 미리 차단하는 좋은 예방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조치로 네이버 매출 연동 수수료는 일부 감소하겠지만, 역으로 네이버 쇼핑 광고 매출은 상승하는 계기가 될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자사 앱 유입을 가장 최우선시합니다. 그렇기에 마케팅 예산 중 상당 비중을 앱 광고에 할당하곤 하는데요. 비록 이번 허용이 이미 기존에 앱을 이용하던 고객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과거보다 제휴사가 광고비를 더 쓸 명분은 충분해집니다. 앱을 지속적으로 접속해야, 삭제하지 않게 되고요. 일단 앱으로 들어오면 구매 전환 효율도 올라가니 말입니다. 네이버 쇼핑의 사업 모델은 원래부터 수수료보다는 광고 중심이기도 했기에, 분명 어느 정도는 광고 매출 상승 분으로 수수료 감소를 상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상상의 영역으로 들어가서요. 아예 앱 다운로드 유도까지 완전히 허용된 경우에, 최근 공개된 네이버 AI 검색 서비스 '큐'가 붙는 걸 가정한다면 전혀 새로운 시너지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특정 상품을 구매할 때, 앱 전용 혜택까지 더하여 가격이나 혜택을 비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AI기술 기반으로, 보다 발전된 '가격 비교'가 가능해질 거고요. 이렇게 되면 쇼핑을 할 때 앱으로 들어가던 고객들을 다시 네이버로 데려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광고 매출을 올리는 것은 물론, 과거의 쇼핑 관문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거고요.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앱 퍼스트'는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공유하는 핵심 전략 중 하나였습니다. 일단 앱으로 고객을 유입시키면, 추가적인 마케팅 지출 없이도 고정적인 트래픽을 모을 수 있고, 이들이 충성 고객으로 전환될 확률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해본 상상처럼, AI의 등장 이후의 이커머스 시장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모바일 혁명으로 앱의 시대가 열렸듯이 말입니다. 물론 AI 기반 검색 서비스가, 앱의 설치 및 이용을 결정하는 시기가 바로 찾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아예 안 올 수도 있고요. 그러나 확실한 건,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선, AI 시대가 되면 이커머스 시장의 기본 원칙들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당장 내년부터 빗장이 열릴 네이버 쇼핑 앱 전환 허용을 가장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는 곳이 어디가 될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앞으로 관심 가지고 지켜보다가 새로운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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