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여행 트렌드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절해고도에 갇힌 죄목이 기억나시는지. ‘인생을 낭비한 죄’다. 당신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길. 부지런히 떠나야 할 때다.‘푸른 용’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여행 심리 회복 가속화는 올해도 이어진다. 지난해 주요 여행사 연간 해외 여행 송출객 수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투어는 259만 명, 모두투어는 131만 명으로 전년대비 각각 385%, 327%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3년간의 데이터 분석과 국내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 여행 트렌드로 ‘루트(R.O.U.T.E.)’를 발표했다. 2024년, 놓치지 말아야 할 5개 여행 테마를 소개한다.
진정한 쉼을 찾는 여행
Relax and empty your mind
진정한 휴식과 쉼을 위한 여행 수요가 증가한다. 인공지능(AI)으로 뒤덮일 세상의 지상 과제는 ‘웰니스’가 됐다. 스마트폰으로 집과 회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디지털 과부하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국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WI)는 2020년 세계 웰니스 관광 시장 규모를 4,357억 달러(약 570조 원)로 집계하며, 연평균 20%씩 성장해 2025년엔 1조 1,276억 달러(약 1,5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여행은 한방, 자연숲 방문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사람들은 일상에선 행하기 힘든 온전한 쉼의 해답을 여행에서 찾고 있었다. 웰니스 대표 키워드로는 ‘명상’ ‘온천’ ‘숙면’이 꼽혔다. 여행지에서 ‘명상’은 생각을 정리하며 ‘마음’을 쉬는 행위, ‘온천’은 예쁜 곳에서 인증을 남기며 쉬는 장소, ‘숙면’은 피곤함을 해소하며 쉬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한 가지에 집중한 원포인트 여행
One point travel
다양한 활동보단 주요 관심사를 테마로 잡고 떠나는 여행이 늘어난다. 취미 활동에 깊이 파고들고 스스로 가치를 부여한 것을 향유하는 ‘디깅(Digging) 소비’와도 맞닿아 있다.
여행 성숙도가 높아져가면서 박물관·전시·건축물 탐방과 빵지순례 등 목적을 갖고 떠나는 경향성이 짙었다. 배움이 목적이 되는 여행을 원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자녀 교육이나 지식 쌓기를 위해 먼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도슨트 활동 등을 추가하며 단순히 보는 것만이 아니라 경험도 축적하고 간다. 국내 여행은 당일치기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원포인트 국내 여행 희망 기간은 당일과 숙박 비율이 1:1로 나타났다.
가치소비 지향 소비자 ‘체리슈머(Cherry-sumer)’의 등장으로 효율적인 지출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조건 아끼는 알뜰 소비와 달리 만족도가 높으면 과감히 투자하는 추세다. ‘경험의 럭셔리’를 추구하며 여행, 숙박, 크루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여행이 다시 살아나면서 경험에 대한 지출이 역대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라며 “소비자들은 경험을 추구한다”라고 덧붙였다. 맥킨지는 올해 글로벌 명품 시장 성장률은 3~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패션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소비자들은 휴가 모드에 돌입하며 여행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밝히며 “브랜드와 유통업계는 새로운 현실을 반영해 전략을 바꿔야한다”라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것은 ‘크루즈’의 부상이다. 코로나19로 자취를 감추며 극심한 침체를 겪은 산업이지만 크루즈는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다. 크루즈는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닌, 거대한 배 안에 자리한 바다 위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로, 특급 호텔 저리 가라 하는 즐길거리가 널려있다. 독보적인 뷰, 수영장, 스파와 같이 힐링 트렌드에 부합하는 요소들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다.
팬데믹의 벽을 넘으니 세계 곳곳 ‘전쟁’ 악재가 불거지고 있다. 해외 여행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과 맞물려 장거리보단 단·중거리 관광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나만 아는 명소
Undiscovered Place
유명 관광지보단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곳을 찾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숨겨진 장소를 원하는 이유로는 휴식, 휴양, 한적한 여행 환경에 대한 선호도 때문으로, 연령대가 높고 여행 횟수가 많을수록 보다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여기서 말하는 ‘숨은 여행지’는 천혜의 자연을 품은 분위기가 좋거나 새로운 영감을 자극하는 곳이다.
사람들은 여유를 위해서도, 실력을 높이기 위한 연습을 위해서도 한적한 장소를 찾고 있다.
물놀이도 점점 사람이 없는 덜 알려진 곳을 찾아간다. 서핑, 스노쿨링, 다이빙은 지난 3년간 꾸준히 상승한 키워드다. 해양 스포츠 목적지를 정할 때 사람들은 여유와 연습을 위해 한적한 장소를 더욱 찾아 나선다.
캠핑 또한 대중적이지 않은 장소를 찾고 싶어 하는 니즈가 있는 영역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야영장 수는 역대 최대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2367개)보다 51.7%(3591개) 증가했다.
시골로 떠나는 일명 ‘촌캉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촌캉스는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주된 매력으로, 자연 속에서 멍 때리며 단절을 통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스마트 기술 기반 여행
Travel Tech
첨단 기술이 가속화하며 여행에 기술을 접목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보통신(IT)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 습득은 물론 여행 경험 기록, 예약 등에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행 관련 온라인 콘텐츠 시청은 연령대가 낮고 여행 횟수가 많을수록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SNS 중에서도 이미지보다 생동감을 담아내고 소비가 쉬운 숏폼 콘텐츠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각 개인의 기록은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정보’가 되기도 한다.
트래블테크 분야는 크게 ‘정보수집’ ‘기록’ ‘예약(효율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기록과 예약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행에 있어 모바일 앱을 적극 활용 중이다. 이는 맛집 예약과 빠른 입장, 가격 할인을 위해서다. 여행지에서 웨이팅을 해도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효율적으로 즐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 기록도 남긴다. 주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며, 브이로그나 쇼츠 등 영상 형태로 제작하고 있는데, 유튜브 숏폼 콘텐츠인 ‘쇼츠’를 선호하는 추세다. 쇼츠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행지에 대한 학습이 가능하고 여행 중 직접 만들며 추억을 남기기 용이하다.
모두에게 열린 여행
Easy access for everyone
관광취약계층에 속하는 장애인, 고령자,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에 대한 인식과 환경 변화를 바탕으로 이들의 여행 수요와 경험이 증가하고 있다. 관광취약계층은 우리나라 인구의 29%를 차지한다.
팬데믹 기간 중 여행을 자제하던 영유아와 외국인이 늘어나고 여행 대상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이 동반자로 크게 증가 추세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국의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 인구 수로 따지면 1,262만 명에 달해 이미 천만 시대를 돌파했다.
반려동물 동반 시, 고려 사항은 주로 숙박과 편의시설 등 물리적 환경 요소다. 호텔과 항공업계도 ‘펫 프렌들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딥클리닝 비용 25만 원을 내면 반려견과 함께 묵을 수 있다. 객실 내 미끄럼 방지 식기 그릇, 애견 숙면 쿠션, 밥그릇과 물그릇, 배변패드 등이 기본 어매니티로 제공된다. 제주항공은 기내 동반 탑승 가능 반려동물 무게 기준을 7kg로, 편당 최대 탑승 가능 반려동물 수도 기존 3마리에서 6마리로 늘렸다.
한편 ‘A세대’가 강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A세대는 높은 구매력을 가진 만 45~64세 중장년층을 말한다. 트렌드는 MZ가 이끌어가지만 실제 관광산업에선 시니어층이 주요 고객이다.
50대 이상 여행객에게 여행은 간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권효정
BC카드가 지난해 60대 이상 고객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결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여행 분야였다. 여행 업종에서 60대 이상 평균 결제액은 40만 4,000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우리나라 고령친화산업 시장규모는 2010년 33조 2,241억 원에서 2020년 124조 9,825억 원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14.2%다. 경제력을 기반으로 즐기는 시니어가 증가하며 카드 지출 구매력은 우상향하는 추세다.
글. 권효정(여행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