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일타강사

쿠팡플레이가 펼치는 ‘경쟁전략’의 비밀

생각

2024.04.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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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의 여정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닮았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괴테의 파우스트일지 모르고, 오징어 게임은 현실에 펼쳐진 단테의 지옥이다. OTT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창조했다. 누군가에는 멋진 신세계지만 누군가에게는 실낙원인 이곳. 이 경계의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 작품, 브랜드를 약 20주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매주 2편의 신작과 명작 추천은 별책부록이다. 부디 이 책이 플랫폼의 타율을 올리고, 제작사의 구종을 늘리고, 창작자의 구위를 높이는 작업이 되기를. 그리고 모든 시청자에게 시간의 자유가 함께 하기를.

*댓글로 리뷰를 올려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넷플릭스 '삼체 토크살롱' 초대권을 드립니다.
프롤로그
고루한 듯 일사불란한 쿠팡의 경쟁전략  
IT 출신이 이끄는 미디어 리더십  
패스트 팔로어? 딥파켓.. 미들 포켓!  
안나, 편집권을 잡아먹는 식인 관습  
쿠플의 동조자, 맥스 그리고 박찬욱  
에필로그  
 


프롤로그
눈앞에 나타난 위험보다 만 배는 더 무서운 게 바로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다. 로빈슨 크루소 中
소설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 이하 크루소)’는  1719년 ‘대니얼 디포’가 발표한 작품으로, 당시 60세의 무명작가였던 디포를 순식간에 유명하게 만들어주었고, 지금까지도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 무인도 생존 이야기의 원조다. 또한 최초의 영국소설 중 하나로 언급되는 작품이다. 

출간 당시의 제목은 “조난을 당해 모든 선원이 사망하고 자신은 아메리카 대륙 오리노코 강 하구 근처 무인도 해변에 표류해 스물 하고도 여덟 해 동안 홀로 살다가 마침내 기적적으로 해적선에 구출된 요크 출신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가 들려주는 자신의 생애와 기이하고도 놀라운 모험 이야기”였다.
 
제목이 줄거리처럼(?) 길어진 이유는 크루소가 통속 소설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치면, 웹소설이나 라이트 노벨이 치열한 선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극적이고 긴 제목을 짓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크루소는 생존 이야기의 원조이자 장르소설의 조상 격이다. 

쿠팡플레이(이하 쿠플)는 대한민국 1등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운영하는 OTT 서비스다. 2020년 12월 24일에 출시되었고, 현재 국내 2위 OTT 플랫폼이다. 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의 숫자는 가장 적다.

쿠플은 번들 멤버십으로 별도의 가입비가 없다. 쿠팡 로켓와우 회원이면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쿠플의 출시에는 세계 최대 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이 2006년 출시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현재 세계 2위 OTT 서비스가 됐다. 

쿠팡은 2024년 4월 13일부터 와우 멤버십 월정액을 7890원으로 5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1년 12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한 후 2년 4개월 만의 인상이다. 쿠팡플레이는 여전히 무료지만 3년 동안 구독비용은 약 3배 증가한 셈이다.

쿠팡의 최대 주주는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다.
 

고루한 듯 일사불란한 쿠팡의 경쟁전략
쿠플은 쿠팡의 자회사다. 모회사 쿠팡은 2010년 소셜 커머스로 시작한 한국의 이커머스 기업이었다. 현재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거래액 약 21조 원, 고용인원 63,000명의 대기업이다. 쿠팡의 최대주주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고, 창업주이자 이사회 의장은 ‘범킴(Bom Kim, 김범석)’이다.

쿠팡은 불과 11년 만에 대한민국 이커머스 시장의 절대강자가 되었다. 창립 당시 쿠팡은 티몬, 위메프 등의 소셜 커머스 업체들과 경쟁했다. 치열한 소셜커머스 경쟁은 2014년 쿠팡이 ‘로켓배송’을 도입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로켓배송은 다른 배송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 배송하는 익일 배송 서비스로 쿠팡이 최초였다.

쿠팡은 2015년 6월, 손정의 회장의 10억 달러 투자로 기업가치가 이마트의 시가총액에 근접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국내 최대의 유통그룹이었던 신세계 이마트는 2019년, 창립 26년 만에 적자가 발생, 13개 점포의 건물을 매각하며 쿠팡과의 이커머스 경쟁에서 패배한다. 2023년 이마트의 연결 순손실은 약 1천8백억 원이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경쟁전략의 대가다. 그는 ‘본원적 경쟁전략 (Generic competitive strategy)’이라는 이론을 통해 기업의 경쟁전략을 크게 원가우위, 차별화, 집중화 전략으로 구분했다. 기업의 경쟁우위는 결국 이 세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원가우위 전략은 넓은 시장에서 낮은 비용을 경쟁우위로 하는 전략이다. 월마트가 대표사례로 가격에 민감한 구매자가 많은 시장에서 효과적인 경쟁방법이다. 둘째, 차별화 전략은 비교적 넓은 시장에서 독특하다고 인식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높은 가격(Premium Price)으로 경쟁하는 방법이다. 벤츠, 롤렉스, 3M 등이 대표적이다.

셋째, 집중화 전략은 크게 원가 집중화 전략과 집중 차별화 전략으로 구분된다. 원가 집중화는 특정 구매자 그룹이나 지역적으로 특수한 곳 등의 틈새시장만을 낮은 원가로 공략하는 전략이다. 집중 차별화는 특정 구매자 그룹, 제품라인, 지역시장 등에 집중하면서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쿠팡은 원가우위 전략의 교과서다. 특히 2018년 출시한 와우 멤버십은 높은 가성비로 고객들의 큰 호평을 받으며 현재 1,400만 명의 회원을 유지하고 있다. 쿠플 또한 와우 멤버십의 혜택 중 하나로 설계되었다. 
 

아마존? 경쟁은 두렵지 않다. 고객의 실망이 두렵다. 김범석 대표 인터뷰 中
 
김성한 쿠팡플레이 대표는 PO 출신이다.
 


IT 출신이 이끄는 미디어 리더십
쿠플의 대표는 김성한으로 쿠팡의 ‘프로덕트 오너(PO)’ 출신이다. ‘PO’는 '제품의 주인'으로 번역되지만, IT 분야에서 담당 제품에 대한 오너십을 가지고 제품을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끄는 작은 대표(Mini-CEO)를 뜻한다. 김성한 대표는 1987년 서울 출생으로 미국 ‘필립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프랑스, 중국, 영국 등에서 공부했다.

김성한 대표는 쿠팡에 재직 중이던 2017년,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아시아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되었고, 이후 넥슨의 지주회사 ‘NXC’가 인수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의 프로덕트 디렉터로 영입된 후, 사장으로 승진했다. 다시 쿠팡으로 복귀한 그는 데이터 사이언스 담당 PO로 일하다가 쿠플의 총괄 디렉터가 되었다. 
 

아마존 프라임, 넷플릭스 추천 로직, 타다 차량 호출 서비스, CGV 영화 예매, 카카오 페이 결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프로덕트다. 이 프로덕트를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개발, 출시, 분석까지 모두 책임지는 것이 프로덕트 오너(PO)다. 프로덕트 오너(김성한 저, 2020) 中
 
김성한 대표는 IT 업계 출신이다. 넷플릭스의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또한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출신이다. 현재 대한민국 OTT 산업을 주도하는 넷플릭스와 쿠플 모두 인터넷 기술 기반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경쟁사인 티빙과 디즈니+가 미디어 콘텐츠 기반인 것과 대조적이다.


풍부한 데이터 속에서는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추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정보로 훌륭한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PO는 자신의 눈을 전적으로 믿지 말아야 한다. 데이터를 뜯어보고 또 보고, 데이터가 축적되는 방식까지도 검증하도록 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확인한 데이터더라도, 그게 진정으로 진실을 대변하는지 주기적으로 의문을 가지자. 데이터의 신뢰도를 실험하고, 노이즈를 파악하며,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면 PO는 더더욱 진실에 가까운 위치에서 프로덕트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프로덕트 오너(김성한 저, 2020) 中

김성한 대표의 리더십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데이터와 통계에 근거한 투자. 둘째, 테스트를 통한 빠른 선회. 셋째,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는 집요함이다. 스포츠 중계로 경쟁우위를 가져가고, 오리지널 치킨 게임에 매몰되지 않고, 모회사 쿠팡의 성장에 집중하는 전략은 기존 미디어에서 볼 수 없었던 리더십이다.
 

SNL 코리아는 제2의 전성기다.
 


패스트 팔로어? 딥파켓.. 미들 포켓!
포터 교수의 전통적 경쟁전략 이외에도 새로운 경쟁 이론은 많다. 특히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은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김위찬 교수와 러네이 모본 교수가 창안한 이론으로 ‘태양의 서커스' 사례를 통해 전 세계 경영전략의 모범이 되었다. 

대한민국 삼성전자로 상징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은 후발주자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추격 전략으로 주로 개발도상국이 선진국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채택한다. 반대 전략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또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다.

쿠플은 블루오션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2020년 당시 레드오션이 예상되던 OTT 산업에 뛰어들었다. 쿠플은 패스트 팔로어처럼 보이지만, 번들 OTT의 퍼스트 무버이기도 하다. 

‘깊은 주머니(Deep Pocket)’란 선발주자가 동원 가능한 모든 강점을 활용, 후발주자를 견제하는 경쟁전략이다. 딥파켓은 소비자 선호도, 가격 경쟁력, 특허 등의 경쟁 우위 요소를 적절한 시점에 시장에 출시해서 패스트 팔로어의 추격을 무력화하는 경영 행위다. 쿠플은 오리지널 제작에서 이 전략도 적절히 차용했다.

쿠플은 국내 OTT 스포츠 중계의 트렌드 세터로 출발했다. 쿠플 이용자들은 방송사 못지않은 높은 품질의 다양한 대형 스포츠 중계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쿠플의 최근 아시안컵(AFC) 중계의 경우, 폭주하는 동시 접속에도 버퍼링을 최소화하면서 그 기술력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쿠플의 대표 예능이 된 ‘SNL 코리아’는 ‘tvN’에서 2011년부터 방영했던 생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쿠플은 2021년 SNL을 리부트 하면서 독점점 오리지널의 영역을 개척했다. 쿠플의 SNL의 제작비는 기존의 12배로 전형적인 딥파켓 전략이다. 현재 SNL은 고유의 정치풍자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쿠플은 영화 ‘비상선언'과 ‘한산: 용의 출현' 등을 독점 공개하면서 넷플릭스의 ‘승리호’와 유사한 패스트 팔로어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특히 ‘한산'의 경우 개봉 34일 차에 독점 공개되었는데, 이는 쿠플이 약 150억 원을 들여 선공개 권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산'은 감독판으로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다. 

쿠플은 콘텐츠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과학적 분석으로 이루어지고, 경쟁전략도 이에 근건해서 수립되고 실행된다. 쿠플의 경쟁전략은 기존 미디어 관점에서 보면 한 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 굳이 설명하자면, 패스트 팔로어, 트렌드 세터, 딥파켓을 모두 구사하는 ‘데이터 기반 미디어 미들 포켓(Data based Media Middle Pocket)’ 전략의 창시자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기쁠 때 약속하지 말고, 슬플 때 결정하지 마라! 로빈슨 크루소 中
 
안나는 편집권 논란을 일으켰다.
 


안나, 편집권을 잡아먹는 식인 관습
안나는 2022년 공개된 쿠플의 오리지널 드라마다. 영화 ‘싱글라이더'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의 차기작으로, 배우 ‘수지'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안나는 총 6화 304분짜리 시리즈와 총 8화 429분짜리 감독판 2가지 버전으로 쿠플에서 제공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부터 비롯된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되며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일부를 잃어버린 여자 '유미'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안나는 감독과 플랫폼의 편집권 다툼으로 논란이 된 작품이다. 2022년 8월, 이주영 감독은 쿠플이 일방적인 편집으로 작품을 훼손하고 감독을 모독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초 대본의 승인 시 8부작으로 기획되었고, 최종 편집본 역시 8회였지만 이후 쿠플이 일방적으로 6회로 축소 편집했다는 주장이었다. 

다음 날, 쿠플은 “감독의 편집 방향이 사전에 협의된 방향과 많이 달랐고, 수정 요청을 전달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에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 계약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해서 원래의 제작의도에 맞도록 재편집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주영 감독은 “수정 요구는 단 한 번뿐이었고, 감독 편집본은 시나리오 최종고와 동일하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주영 감독을 지지하는 제작진들의 입장문이 나왔고, 일주일 후에 한국영화감독협회가 이주영 감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지 성명 다음 날, 쿠플은 무단 편집되지 않은 본래 8부작을 감독판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감독판 공개 9일 후, 이주영 감독 측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중재로 쿠플이 총괄책임자의 사과와 6부작에서 이주영 감독 및 스태프 6인의 이름 삭제 등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날, 쿠플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이주영 감독 측에서 허위 사실을 발표한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4년 2월, 이주영 감독은 본인의 허락 없이 작품을 편집한 쿠플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사실 안나의 편집권 논란은 OTT 뿐만이 아닌 기존 미디어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이 문제는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봉준호 감독과 성추문 파동으로 유명한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갈등에서도 드러나는 잔인한 관습이다. 
 

항상 그랬어요. 난 마음먹은 건 다 해요. 안나 中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다.
 


쿠플의 동조자, 맥스 그리고 박찬욱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플의 지난 3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779만 8292명으로 토종 OTT 2위 티빙의 690만 9226명보다 크다. 순 사용자수에서도 넷플릭스 1237만 명(39%)에 이어 805만 명(25%)으로 2위다. 이런 성장세는 쿠플의 오리지널 경쟁전략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쿠플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를 국내 독점 공개한다고 밝혔다. 동조자는 박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연출하는 HBO 오리지널 시리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트남 보트피플을 다룬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
 
동조자의 해외 OTT 플랫폼은 ‘MAX’다. 맥스는 2020년 5월, ‘HBO MAX’라는 이름으로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출시한 OTT 스트리밍 서비스다. 맥스의 모태가 되는 ‘HBO’는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산하의 미국 유료 케이블 네트워크로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1,400만 명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HBO는 한국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 비평과 흥행 모두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소프라노스’를 필두로 역사상 최고의 인기 시트콤인 ‘프렌즈’와 ‘섹스 앤 더 시티’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이 마니아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2011년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왕좌의 게임’으로 HBO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라스트 오브 어스’ 등 맥스의 대표작들은 국내에서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OTT 초기에 왓챠에서 일부 드라마가 공개된 후, 2021년 7월부터 웨이브에서 HBO의 작품이 독점 공개되었지만, 왕좌의 게임 등 일부 작품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동조자가 쿠플을 찾아온다. 

동조자의 쿠플 독점 공개는 크게 2가지 경쟁전략을 시사한다. 첫째, 넷플릭스발 오리지널 제작비 상승을 비켜가는 ‘오리지널 콜라보레이션’ 전략이다. 지금까지는 오리지널에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독점 콘텐츠를 HBO와 맥스로 대체하자는 것.

둘째, 박찬욱 감독으로 상징되는 한국 영화계와의 새로운 관계 모색이다. 쿠플의 오리지널 대표작인 ‘어느 날' ‘소년시대' 등은 모두 드라마 업계 출신들의 작품이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과 쿠플의 공조는 K-콘텐츠와 K-OTT가 글로벌 시장을 지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가보능겨~

소년시대 中
 

쿠팡플레이 경쟁전략의 시작과 끝은 쿠팡이다.
 


에필로그
쿠팡은 와우 멤버십 요금을 단숨에 58.1%(2900원)나 인상했다. 쿠팡은 요금 인상의 이유가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서비스와 쿠팡플레이 등 멤버십 혜택이 그동안 계속 확대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최근 불거진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파상 공세에 대응하는 전략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쿠플은 여전히 무료다.

 

쿠팡 와우 멤버십을 유지하는 시청자들에게 쿠플은 여전히 무료다. 다만 쿠플을 신규로 선택하는 회원들은 앞으로 월 7890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상이 중국과의 출혈경쟁 비용을 이용자에게 전가했다고 비판하지만, 어쩌면 이번 인상은 쿠플만의 실사용자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쿠플의 기준은 오직 가성비다.



쿠팡의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쿠플은 여전히 가성비 높은 OTT 서비스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보다 이용료가 훨씬 저렴하고, 스포츠 중계와 예능 등으로 ‘킬링타임’에 최적이다. 쿠플은 넷플릭스나 애플tv+ 처럼 칸이나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한 작품을 제작하지 않는다. 쿠플의 콘텐츠 선택 기준은 오직 가성비다.

쿠플은 레거시의 미꾸라지다.

 

쿠플의 최신영화 독점 공개권 시행은 레거시 미디어에 큰 충격이었다. 쿠플은 영화 ‘비공식작전'을 극장 개봉 한 달 만에 무료로 서비스했고, 연이어 '존윅4' '비상선언' '한산:용의 출현'을 개봉 두 달 만에 독점 공개했다. 이로 인해 한 편의 영화로 극장, VOD, OTT, 지상파 모두가 이익을 보는 오랜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


쿠플은 메가 이벤트에 목마르다. 



쿠플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온라인 단독 중계권을 확보하려 했지만, 보편적 시청권 훼손 논란으로 협상을 철회했다. 이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쿠팡이 올림픽 중계를 위해 준비한 비용은 수백억 원이 넘는다. 쿠플은 KBO 야구 중계권을 티빙에 빼앗겼지만 여전히 입찰 경쟁자다. 


쿠플의 재무제표는 아리송하다.



쿠플은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회계구조가 공개되지 않는다. 당연히 법인세도 납부하지 않는다. 국회 박원주 의원은 "쿠팡플레이는 사업자가 아닌,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추가 요금 없이 제공되는 부가 서비스의 형태로 있다 보니 티빙 웨이브와는 달리 법인세 납부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쿠플의 태생은 쿠팡의 성장이다. 



쿠플은 모회사 쿠팡의 성장을 위해 태어난 서비스다. 와우 멤버십의 혜택으로 시작되었고, 그 본질에서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 쿠팡의 요금 인상에도 쿠플은 크게 일조했다. 쿠플의 경쟁전략도 쿠팡의 그것에서 탄생했다. 쿠플의 본질은 쿠팡의 상황에 맞추어 변하는 묶음(Bundle) 서비스다.


쿠플의 시작과 끝은 쿠팡이다.

 

내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보아라! 내가 불을 만들었노라! 내가! 불을! 만들었노라! 캐스트 어웨이 中
  

 



[마감예정] '삼체' 토크 살롱 (4/30)

4월 삼체 토크 살롱이 열립니다. 콘텐츠문화학회 부회장 임동욱 교수와 김우정 클럽장이 진행하는 넷플릭스 '삼체' 해체하기가 진행됩니다. 현장 참가비용은 1만 5천 원이고, 온라인은 2천5백 원입니다. 오프라인은 식사와 음료가 제공됩니다. 곧 마감예정입니다. 신청링크
넷플릭스 '삼체'에서 배우는 인사이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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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할 결심ㅣ★★★★

동조자ㅣ2024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지ㅣ★★★☆


안나: 감독판ㅣ2022
 
 

작가 김우정은 20년간 기획자로 활동했으며, 2018년 통찰력 상담소 '생각식당'을 개업하고, <기획자의 생각식당>을 출간하며 교보문고 오늘의 책에 선정되었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춘사국제영화제 총감독으로 일했고, 현재 글로벌 PR그룹 한국지사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최근 통찰을 배우고 영감을 나누는 커뮤니티, 인사이트 클럽을 시작했다. 인사이트 클럽은 커넥트 살롱으로 함께 통찰력을 키우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는 휴리스틱 프롬프팅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직관의 힘과 영감을 활용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행동경제학과 연결되어 있으며,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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