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에 1인 창업자도 기업 가치 10억달러의 유니콘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OpenAi의 창업자 샘 알트먼의 말입니다. 그가 세계지식포럼 강연에서 1인 유니콘의 가능성을 화두로 던지면서 실리콘밸리는 뜨거워졌습니다. Ai가 제공하는 압도적 생산성은 개인을 거인으로 만들 준비를 마쳤습니다. 격랑속에 놓여 무엇하나 쉽사리 예측이 어려우나 이것 하나 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바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입니다.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그 변화의 시나리오를 추론하여 가야할 방향을 설정해보려고 합니다.
1. 대퇴사와 1인 크리에이터의 시대
Ai가 기업의 업무 곳곳을 대체하면서 자진 퇴사하거나 정리해고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의 '구조 조정'이 매섭습니다. 지난해 1만 2000여 명을 해고한데 이어 올 2월 한 달간 1000여 명이 훌쩍 넘는 구글 소속 직원들이 짐을 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3억 개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어요. 이와 관련한 국내외 기사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큰 흐름을 바꿀수는 없으니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야죠.
“퇴직금으로 치킨집”은 대한민국 퇴직자의 공식 출구 전략이었습니다. 그만큼 치킨 수요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독자생존법을 모른 채 정글에 나온 화이트 칼라에게는 별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목돈만 넣으면 치킨집이 뚝딱 나오는 신속정확 프렌차이즈 모델은, 치킨 주문 만큼이나 간단해서 매력적인 선택지였죠.
SNS가 대안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피드를 올려보세요. 인스타그램이 소통의 도구에서 비즈니스 빌드업의 장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올 2월 META가 알고리즘을 개편하면서 영향력 재분배가 일어났고 단기간에 많은 “벼락 인플루언서”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를 기회로 삼은 많은 직장인들은 퇴사 전, 사이드 허슬하며 1인 크리에이터 독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외없이 모든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을 원하고 세상은 절대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 이것이 큰 흐름이고 대세입니다.
2. 콘텐츠 드리븐 비즈니스의 시작
이 흐름 위에 올려진 주재료는 단연 “콘텐츠”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평균 콘텐츠 소비 시간은 4시간 32분입니다. 만약 하루에 잠을 4시간 정도밖에 못자고 있다면 가장 많은 시간을 콘텐츠 소비에 할애하고 있는 것입니다. 잠이 줄어든 이유도 쇼츠와 넷플릭스 콘텐츠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 or 콘텐츠 프로바이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살 것이라고 합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이길 방도가 없는 99.9%는 크리에이터를 선택합니다.
Ai와 SNS가 겉잡을수 없이 삶을 파고드는 지금, 비즈니스는 제품이 아니라 콘텐츠가 주도(Content Driven Business)합니다. 최근 한 뷰티 브랜드의 컨설팅을 시작했는데요. 제품을 만든 뒤에 마케팅/브랜딩을 하는 제품 주도의 비즈니스 대신 콘텐츠를 만들어 SNS에서 잠재고객을 먼저 모으고 이들이 필요하다는 제품을 오퍼하는 방식의 콘텐츠 주도의 사업을 설계하고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만들고 파는 것이 아니라 살 사람을 모아두고 그들이 필요하다는 걸 만듭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예측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 사라집니다. 재고가 없습니다. LTV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수익률 높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됩니다.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가 SNS와 콘텐츠입니다.
이제 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철지난 통계자료, 편집된 기사, 탁상공론 보고서를 토대로 시제품(MVP)만들고 있다면, 멈추고 콘텐츠를 배포하길 권합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고객의 마음(데이터) 수십 억개가 날 것으로 SNS에 흐르고 있으며 이들의 마음을 떠볼 콘텐츠가 바로 내 비즈니스의 MVP입니다.(Follower Fit Prduct 방법론)
3. 메인 스트림에 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2023년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키워드 중 하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였습니다. 칸 라이언즈 랩업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수상작 중에서 크리에이터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나온 작품이 가장 많았으며 내년에는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내의 상황을 보면, 1인 크리에이터가 시장에 진입하면 개인기로 돌파해 나가거나 6개월정도 앞선 사람을 따라 모방해 나가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곧 규격화된 교육 커리큘럼과 성장 공식이 등장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이 그랬고 로컬크리에이터가 그랬습니다. 창업진흥원에서 “청년 크리에이터 사관학교”는 안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죠. 2000년 초반의 “벤처”붐이나 15년 전 처음 등장한 “스타트업”도 이런 트랙을 따라서 성장해왔고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 되었습니다.
4.핵비지니스와 콘텐츠의 두 축
핵개인화 시대, 비즈니스도 핵비지니스화 되어갑니다. 잘게 쪼개지니까 다양성이 높아질것 같지만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이 꿈인 개인은 Ai를 적극 활용해서 콘텐츠 생산을 자동화하는 성공 방식을 선택할 것이 자명합니다. 그렇다면 콘텐츠의 다양성은 외려 줄어듭니다. Ai로 간단히 만든 앱에 해외 유명 유튜브 영상의 URL만 넣으면 롱폼 뉴스레터 한편이 나옵니다. 이걸 다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숏폼 5개가 뚝딱 나옵니다. “자동화”, 콘텐츠의 한 축이고요.
2023년 구글은 새로운 검색 품질 평가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E-A-T의 개념을 E-E-A-T(Experience, Expertise, Authoritativeness, Trustworthiness)로 확장했어요. '경험Experience' 요소를 추가한 것인데요. 경험에 기반한 독창적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를 더 높은 품질로 평가하고 검색 상위에 노출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META의 알고리즘 개편도 궤를 같이 합니다. “오리지널리티”, 이게 또 다른 한 축입니다.
전자만 취한다면 지속가능하지 않고 후자만 취한다면 성장이 요원합니다. 이 두 개 축의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잘 버무린(자동화로 영향력 가속화, 오리지널리티로 전문성/고유성/진정성 빌딩) 크리에이터가 빠르게 기반을 잡을 것이고 종국에는 오리지널리티 콘텐츠의 힘으로 탑티어가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다룰 정도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현장에서 수 백만의 데이터를 관찰하며 찾은 Pain Point이자 가설입니다.
5.뇌관이 될 크리에이터의 불안
이 시나리오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은 ‘개인의 불안’입니다. 역사적으로도 불안은 비즈니스의 연료이자 혁신의 단초가 되어왔지만 지금 더 부각되는 이유는 재화를 제공하는 기업, 즉 크리에이터도 개인이라는 것입니다. 1인 기업은 의사결정 체계가 없습니다. 살아온 마인드셋 바탕에 그날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 됩니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오늘은 뭘 올려야 반응이 좋을지, 팔로워는 왜 안늘어나는지 노심초사하고 가뭄에 콩나듯 달린 악플 하나에 씩씩거리며 하루를 날리기도 합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데이터를 마주하며 극도의 불안 상태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기분은 태도가 되고 태도는 결정이 되고 결정이 쌓인 결괏값이 수익입니다. 1인 크리에이터는 기분이 수익율을 결정하는 리스크 높은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6.이를 해결하는 3가지 비즈니스 기회
따라서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크리에이터의 멘탈”입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에서 핵심 플레이어인 이들의 Pain Point를 해결한다면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세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커뮤니티, 마음챙김, 엑셀러레이터입니다.
1.커뮤니티
1세대, 온보딩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전체를 대상으로 한 “어서와 정글은 처음이지”형 커뮤니티입니다. 시장 초기, 온보딩이라는 공통의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결집이 빠릅니다. 아마 크리에이터의 불안을 해결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커뮤니티가 이미 어딘가에서 작동하고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가 그렇듯 유인책은 ‘물질적’이고 비책은 ‘정서적’이기 때문입니다. 트레바리가 독서토론을 하지만 외로움을 해소하는 것이 그 예시입니다.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을 돕는 코호트 프로그램을 통해 손에 잡히는 베네핏을 제공하고 오픈카톡방, 슬랙, 오프모임의 느슨한 연대를 통해 정서적 베네핏을 제공합니다.
2세대, 플랫폼 커뮤니티
크리에이터를 위한 EO같은 플랫폼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규모 커뮤니티가 이미 노션이나 가벼운 랜딩페이지에서 다량의 정보를 쌓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증폭되어 대규모 정보와 사람이 유통되는 플랫폼이 되는 시점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 모델은 크리에이터의 Pain Point를 본질적으로 해결한다기 보다는 대규모 장을 열어줌으로써 마이크로 커뮤니티 조직이 자생적으로 나타날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3세대, 버티컬 커뮤니티
점차 산업 분야별로 분화된 커뮤니티가 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법률 콘텐츠, 웰니스 콘텐츠, 커리어 콘텐츠, 도서 콘텐츠, 디자이너, 피트니스 업계 종사자등 전통적 산업과 직업 분류에 따른 버티컬 커뮤니티가 조직될 것입니다. 예측이 아니라 관찰한 것으로 이미 SNS에서는 커뮤니티의 전조 단계인 일회성 오프라인 모임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같은 분야 사람들과 정보 및 공감의 밀도를 높이려는 기능적 니즈도 있지만 본능적으로 끼리끼리 문화가 작동합니다. 소위말해 총대매는 사람이 나와서 모임을 만들고 계속하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로 진화할 것입니다.
4세대, 탑티어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시장이 성숙해지면 SNS 100K, 뉴스레터 10K와 같이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력에 도달한 크리에이터끼리 조직된 커뮤니티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니즈는 분명합니다. 이너서클을 만들어 서로의 영향력을 레버리지하면서 수익 극대화를 도모합니다.
2.마음챙김
지금도 명상, 요가, 마음챙김과 같은 멘탈 케어 시장의 성장세는 큽니다만 앞으로는 크리에이터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센터로 나오세요”는 귀찮고 “유튜브 보고 따라하세요.”는 빼먹기 일쑤입니다. 전자는 직장인을 위한 제품이고 후자는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시절 무르익은 제품입니다. 재택근무와 주체적 시간 활용이 가능한 크리에이터에게는 그 사이 어드매에서 마음 탁 건드린 제품이 선택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커뮤니티에 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일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온라인 플랫폼이 되거나 커뮤니티로 진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3.엑셀러레이터
얼마전 “콘텐츠 엑셀러레이터”라고 규정한 계정을 발견했습니다. 강의나 VOD처럼 일회성 정보 제공이 크리에이터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물론 계속 팔릴 것입니다만. 이러한 강의나 플레이북을 학습한 뒤 벼락 인플루언서가 된 사람들이 몇 개월새 부쩍 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 밀어주기를 잘 레버리지한 분들입니다. 이들은 트래픽 모으는 콘텐츠 제작법을 깨닫고 팔로워는 바짝 모았으나 so what? 수익화로의 전환에 애를 먹으며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오도가도 못한다고 표현한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로 버는 MRR(월간반복수익)이 직장에서 받는 급여에 대략 70%는 근접해야 퇴사하고 올인할텐데 수익화는 안되고 이상하리만치 팔로워는 계속 늘어나니 돌아 ‘오도’ 못합니다.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채 양적 성장이 일어났고 그 결과, 콘텐츠 제작/배포 사이드에서 너무 많은 노동력을 투입합니다. 이 마저도 직장과 병행하면서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있다보니 더 ‘가도’ 못합니다. 팔로워는 느는데 돈은 못버는 진퇴양난입니다.
이때 체계화된 성장 프로세스를 가진 엑셀러레이터는 이들의 Pain Point를 해결함과 동시에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기 때문에 크리에이터의 불안도 해소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간단한 불안 치료법은 빠르게 연봉수준의 MRR을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돕는 검증된 시스템과 진정성을 겸비한 엑셀러레이터는 시장의 환영을 받을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제24회 세계지식포럼 인공지능 강연, 샘 알트먼 오픈AI 공동창업자(오른쪽) 미네르바스쿨 설립자인 벤 넬슨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에 1인 창업자도 기업가치 10억달러의 유니콘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작게 돈버는 다수의 회사가 만드는 경제가 아닙니다. 적게 일하고 스타트업처럼 버는, 거인이된 개인의 시대를 일컫습니다.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SF 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말을 조금 바꿔야겠습니다.
“미래는 이미 와있고 받아들인 사람과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