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마케터의 시선

우티에서 우버로 바꿔 싸울만해진걸까?

이은영

2024.07.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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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타다, 우버의 경험  


2018년 10월에 ‘타다’라는 서비스가 나왔을 때 꽤 자주 즐겁게 이용했습니다.  

저는 이동을 할 때 보통 대중교통(지하철, 버스)를 많이 활용하지만 새벽에 업무차 나갈 때 혹은 야간에 피로도가 넘칠 때 택시를 타곤 합니다. 


택시만 있던 한국에서 2013년 즈음부터 모빌리티 분야의 재미있는 서비스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택시 서비스 시장에 택시만이 있다가 우버가 등장했고, 타다가 등장했습니다. 물론 우버는 2013년에 등장했다가 2015년에 사라졌고, 타다도 2018년에 등장했다가, 얼마 못가 잠시 서비스를 접었죠. 이러한 서비스들이 나왔을 때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출처: 캔바) 


저는 택시에 대해 정말 좋은 경험 50%, 그저 그럼 경험 30%, 아주 나쁜 경험 20%를 가지고 있습니다. 택시 기사님이 유쾌할 때에는 택시 안에서 피로가 그렇게 풀리고 에너지를 받지만, 대화를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데에도 계속 정치 이야기를 하거나 본인의 관심사를 이야기하면 택시 안에서 호응을 안할 수도 없고 괴로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나쁜 경험으로는 가끔 여성 비하 발언을 하는 기사님을 만날 때입니다. 몇 년 전의 일이지만, 새벽 5시에 이동을 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기사님이 “아침부터 첫손님이 재수없게 여자야”라고 무심코 툭 던진 말 한마디가 그렇게 상처가 되기도 했죠. 


그래서 ‘타다’ 가 나왔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좋은 경험, 그저그럼 경험, 나쁜 경험 없이 그냥 타다 서비스는 매뉴얼 대로 움직이고 표준화가 되었거든요. 탑승을 하면 안전벨트 착용하고 네비대로 갈까요? 라는 말에 ‘네’ 한마디면 그야말로 고요함 속에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조용한 쉼이 있는 타다를 꽤 자주 즐겨 탔습니다. 주변에 추천도 많이 했을 정도고요. 


그런데 타다도 어찌어찌하여 논란에 휩싸여 한번 사업을 접었다가 재개하면서 서비스를 사용하기 애매해졌고, 이제는 카카오T가 완벽한 압승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카카오T는 국내 택시 호출 플랫폼으로 무려 시장 점유율이 90%나 됩니다. 나머지 10%는  우버택시, 아이엠택시, 타다가 차지하고 있죠. 


사실 카카오T는 국민 메신저라 부르는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성공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몇 천만명의 잠재 승객을 보유하고 출발했습니다. 게다가 서비스 초기부터 카카오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했고, 차량을 탑승했을 때 친구에게 ‘카카오로 승차 정보 공유하기’를 도입하면서 꽤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출처: 카카오T, 연합뉴스)


저 역시도 안전 귀가를 위해 택시에 타면 카카오로 승차 공유하기를 누르는데, 그 버튼을 누르는 것에 상당한 안심이 되더라고요. 상대방이 실시간으로 제가 어디에 있는지 그대로 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카카오톡과의 연계성을 높여가면서 카카오 모빌리티의 서비스인 카카오T는 명실공히 국내 1위 차량 호출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T는 서비스를 (1)국내에서 해외 나가는 고객 (2)해외에서 국내에 오는 고객 (3)해외에서 현지 해외 고객을 위해 3가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출처: 카카오 모빌리티) 

 

국내에서 해외에 나가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아웃바운드 서비스라 하는데요.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를 위해 글로벌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인 스플리트(Splyt)와 손잡고 카카오T 해외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인이 대만에 갔을 때도 카카오T로 택시 호출을 하는 구조이죠. 현재 전세계 37개국에서 이 서비스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출처: 카카오 모빌리티)  


그리고 해외에서 국내에 오는 고객들의 경우 올해 6월 케이라이드(K-ride)를 오픈했는데요. 한국, 미국,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14개국에서 앱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올해까지 30개국으로 확대할 것이라 하는데, 일단 해당 언어로 사용하고, 결제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서비스이다보니까, 해외에서 국내로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공략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해외 직접 진출을 위해서 미국 괌의 최대 택시 브랜드인 미키 택시 서비스와 손을 잡기도 했고요. 


이렇게 카카오T는 국내 1위 택시 호출 플랫폼으로서 경쟁 기업들이 추격하지 못하게 아예 저 멀리로 뛰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우버’는 어떨까요? 

 



 

우버와 우티, 다시 우버로  


(출처: 우버)


우버(UBER)는 글로벌 승차공유 플랫폼으로 이미 전세계 70개국의 1만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는 서비스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주요 플랫폼인 그랩의 지분 27%를 보유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우버는 글로벌에서는 정말 잘 나가는 기업인데요. 국내에서는 몇 번 고전했습니다. 

2013년 8월에 우버 엑스라는 서비스를 국내에 출시했는데요. 이 서비스는 리무진과 같은 고급 차량 중개 서비스, 일반 택시 중개 서비스, 카풀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주력이었던 카풀 서비스가 논란에 부딪히면서 CEO를 호출하네 기소하네 여러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2015년 3월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면서 철수했었죠. 


그리고 8년 뒤인 2021년 4월에 다시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SK 그룹 계열사인 티맵 모빌리티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인 ‘우티’를 출시한 겁니다. 지분은 우버 51%, 티맵 모빌리티 49%로 출발했습니다. 


(출처: 우티)


근데 문제는 지속적인 적자였어요.  

2022년부터 2년 연속 매출이 마이너스였고, 홍보를 위하여 마케팅 비용은 꽤 썼지만, 카카오T의 장벽이 지나치게 높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내 차량 호출 플랫폼의 시장점유율 90%를 카카오T가 우티, 아임웹, 타다가 합쳐서 10%이다보니 상당히 터프한 상황에서 경쟁을 해야 했죠. 


지난 6월 기준 월간활성사용자를 비교해보면 카카오T는 1,322만명, 우버택시는 69만명으로 19배나 차이가 납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티맵 모빌리티가 우티 유한회사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루머도 돌았습니다. 왜나하면 올해 2월 갑자기 우티라는 브랜드명이 ‘우버’로 변경이 되기도 했고, 최근 SK가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리밸런싱한다고 난리였거든요. SK계열사 정리를 하는 와중에 우티가 구조조정 명단에 오르다보니, 사업 재편을 위해 누적 적자를 털고 지분을 팔것인가 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겁니다.  


참고로 SK 스퀘어라고 하는 SK 산하의 투자형 지주회사는 출범한 후 계열사 포트폴리오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기업의 가치를 올려 파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했었는데요. 최근 상황을 뜯어보니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포트폴리오가 죄다 수술대에 올라설 정도로 수익률이 저조했습니다. 현재 SK스퀘어가 보유한 기업 중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적자내는 수십 개의 회사가 대부분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 같은데요. 이 구조조정 명단에는 11번가, 콘텐츠 웨이브가 포함돼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 두 기업은 작년 당기순손실이 1천억원이 넘습니다. SK는 재계 1위인 삼성(계열사63개)보다 약 3.5배나 많은 219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이 참에 정리하고 AI 등 성장 유망 분야 외에 정리하자는 것이 SK스퀘어 내부의 기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티도 지분을 매각하려나보다 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습니다. 


(출처: 송진우 우버택시 CEO, 기자간담회, 경향신문)  


그런데 최근 우버 택시 대표의 기자간담회를 보면 지분 매각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우티라는 브랜드가 인지도가 워낙 낮아서 외국인들에게도 마케팅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니 글로벌 브랜드 ‘우버’로 가는게 맞겠다 결정해 브랜드명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우티에서 우버로 변경하고 나면 ‘외국인’이 가장 큰 타깃 고객이 될 듯 합니다. 기자간담회에서 대표가 이야기하길, 우버 택시로 브랜드명을 변경했더니 지난 몇 개월간  외국인 고객이 2-3배가 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수치가 얼마나 지속되고 성장하는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데이터가 사실일 경우, 브랜드 인지도가 우티보다 우버가 확실히 존재감이 있고, 국내에 방문한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버는, 우티에서 우버택시로 브랜드명을 변경하면서 여러가지 마케팅 방법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버블랙의 경우 고급세단, SUV, 대형 리무진을 활용하고 차량 안에는 손소독제, 방향제를 비치하고 내부 프리미엄 서비스를 위해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거죠. 이 부분은 사실 기존 타다 플랫폼에서 제공했던 서비스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프리미엄 서비스라고 해서 차량 내부에 키트를 비치하고 교육을 하는 것만으로는 사실 서비스의 퀄리티가 즉각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공간 내에서 고객과의 응대를 표준화, 매뉴얼화 하여 어떠한 우버 택시에 탑승을 하게 되더라도 고객 경험이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 외 별도 호출료가 없는 ‘사전 확정 요금제’를 적용하거나 복잡한 공간에서 승객에게 택시의 탑승 위치를 추천하는 ‘승차 위치 지정 서비스’와 두곳 이상 목적지를 갈 경우 ‘경유지 추가 ‘기능 등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 서비스 역시 카카오T에서도 대체로 적용하는 거 같은데요. 결국 포인트는 이러한 마케팅 활동으로 인해 결국 고객의 선택으로 이어지느냐? 입니다. 


(출처: 우버택시)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이야기해보면 우버라는 브랜드 관점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우티 라는 브랜드가 우버로 변경한 이유는 2년 동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이미 강력하게 쌓여있는 ‘우버’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와서 플레이를 하겠다는 것인데요. 물론 외국인 타깃으로 ‘우버’라는 서비스는 익숙할 것 같지만 결국 국내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국내 승객을 선택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국내에서 고전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중에는 코스트코 하나 남고 월마트 등의 대기업들이 철수했던 사례에서부터, 검색엔진 광고 시장에 한 때 야후, 구글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음에도 한동안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을 뛰어넘지 못하고 야후는 철수하게 되었죠. 


이러한 흐름이 국내 소비자들이 애국심이 강해서는 아닐 겁니다. 다만 습관화된 행동, 익숙하게 선택하는 것들을 포기하고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들기 위해 기업이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까 라는 관점에서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이러한 것이 기회 비용 측면에서도 고민이 되어야 하고, 브랜딩의 관점에서도 고객이 단순히 ‘글로벌 브랜드’이라는 것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업은 인지해야 할 겁니다. 

 



 

(출처: 우버블랙, 아시아경제)  


최근에는 ‘리퀴드 소비문화’로 인해 오랫동안 익숙하게 써온 브랜드들도 특정 이유들에 의해 다시 찾지 않는 고객들도 많아졌습니다. 전반적으로 브랜드 시프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건데요. 오랫동안 몰입해서  관계가 끈끈해진 브랜드, 고객과의 관계가 코로나 시점 이후로 끊어진 경우는 참 많았습니다. 제가 최근에 쓴 책 <데이터로 말한다, CRM 마케팅>에서도 해당 데이터 설문 결과를 쓰긴 했는데요. 소비자의 변덕, 합리적 선택 등 어떠한 판단에서든 고객이 브랜드를 옮겼다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버가 국내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통해 초기 시장에서 매출을 만들어내겠지만, 결국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인바운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1차 타깃 영업에서 확장되어, 국내 소비자가 우버를 소비하고 재구매하고, 반복구매를 통해 로열티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우버에게 얻는 무언가가 있어야 선택을 할 것입니다. 


그 무언가는 물질적인 혜택일 수도 있고 정서적인 혜택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새롭게 리브랜딩을 하려는 우버라는 브랜드는 고객을 어떠한 관점을 바라보고,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고객들이 공감하게 만들어 나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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