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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의 휴식, I의 회복... 당신의 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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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스웨덴 홈 퍼니싱 기업 이케아는 ‘집에서의 생활’을 테마로 한 전시 <이케아+>를 열었다. 이 전시를 통해 이케아는 집이란 온전히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임을 다시금 이야기한다. 미래에 다가올 우리 집은 어떤 모습일까?

 

 

회복 공간으로서의 집

신경인류학자 존 S. 앨런은 신경과학과 고인류학의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내며 집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했다. 저서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에서 “집은 세상에서 지친 우리를 다시 회복하게 하는 데 아주 탁월한 공간이다. 따라서 집의 느낌은 우리가 관계를 맺고 휴식하고 회복하면서 경험하는 느낌들에서 나온다”고 기술했다.

 

최근 집은 우리에게 회복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데 아쉬움이 있다. 스웨덴 홈 퍼니싱 기업 이케아가 발표한 ‘2023 라이프 앳 홈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인은 집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집에서의 생활 중 가장 큰 즐거움이고, 집에서 자녀를 키우거나 함께 사는 식구들과 웃고 지내는 시간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문항에서 세계 최하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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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포토그래퍼 애니 리버비츠가 <이케아+> 전시에 선보인 인물 사진 컬렉션. 일본 후쿠오카에 거주하는 도예가의 집 안 풍경을 담았다. ©IKEA

 

 

일반적으로 우리가 집을 이야기할 때는 주택을 의미하지 않는다. 집이라고 하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 쉴 곳을 의미하며, 나를 따뜻하게 받아줄 사람이 있는 곳을 일컫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집은 밤이 되면 자고, 해가 떠 아침이 되면 다시 하루 일과를 위해 나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즉 집은 소유가 아닌 회복의 의미가 더 크다.

 

 

 

항상성 유지와 회복의 중요성

생물체가 외부 환경과 내부 환경이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서도 생리적 상태를 항상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기능을 ‘항상성’이라고 한다. 회복한다는 것은 우리의 상태를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놓는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말과 같다. 생물학적 측면에서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말, 즉 사람이 회복한다는 말은 육체적으로 노동과 고난으로부터 벗어나 정신적으로 뇌의 긴장 상태를 완화한다는 의미다. 즉 긴장을 내려놓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휴식을 가짐으로써 회복에 접어드는 것이다.

 

일과 쉼, 긴장과 완화, 에너지의 사용과 충전 간의 균형을 잃으면 건강을 해친다. 삶의 균형과 회복에는 신체적 측면 외에도 다른 사람의 관계 측면도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행복학자들의 의견을 모은 연구 ‘더 큰 행복을 위한 방법’에서는 개인 차원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전략으로 가족, 친구와 함께하는 삶인 ‘사회적 연결’을 우선으로 꼽았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언급하는 이 시대에 안락함, 소속감, 성취감, 기쁨 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집’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정서적 안정과 공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느낌이 줄어들 때 이를 다시 회복시켜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회복의 다양한 방식

사람은 저마다 특성이 있어 개인별로 균형을 맞추고 회복하는 방식이 동일하지 않다. 사람은 그 성향에 따라 크게 내향적 성격의 사람과 외향적 성격의 사람으로 구별한다. 외향적인Extrovert 사람은 관심과 에너지가 외부를 향해 있고, 내향적인Introvert 사람은 관심과 에너지가 내부를 향한다. 외향성과 내향성 그리고 높은 사회성과 낮은 사회성을 자주 혼동하는데, 성향과 사회성은 관계가 적다. 즉 내향적이면서 높은 사회성을 가진 사람도 많고, 외향적이면서 사회적 관계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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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어도 친구나 손님을 초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밖에 나가서 혼자 산책을 즐기면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집의 의미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Imageclick

 

 

외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교류와 만남을 통해 회복을 얻는다. 이러한 이유로 내향적인 사람보다는 밖에 나가는 경우가 더 많고 외부 활동도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집에 있더라도 친구나 손님을 자주 집으로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외향적인 사람에게는 집이 교류의 장이 되어줄 때 그 집은 그 사람의회복을 돕는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도 밖에 나가서 휴식을 취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다만 다른 사람과 교류하기 보다는 산책 같은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낼 개연성이 크다. 내향적인 사람에게 집이 혼자 있는 시간을 제공해준다면그 집은 그 사람의 회복을 도울 것이다. 외로움Loneliness과 홀로 있기Aloneness는 다른 개념이다. 외로움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은데 함께 있지 못하는 결핍의 상태이지만, 홀로 있기는 다른 사람과 떨어져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 있는 충족의 상태다.

 

 

 

사람의 특성과 집의 불일치

개개인의 성향과 선호는 다양하지만 살아가는 집은 획일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성과 집의 환경 간 불일치가 많아지고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불일치는 집이 긴장을 완화하고 휴식을 취하는 곳이 아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곳이 된다. 따라서 사람은 회복할 휴식처를 잃게 된다.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 갖는 첫걸음은 다양한 개인의 성향과 선호에 맞는 다양한 집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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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지극히 개인적인 힐링 공간으로 바뀌면서 플랜테리어처럼 콘셉추얼한 소품에 대한 인기도 늘고 있다. ©IKEA

 

 

오늘날 대규모의 획일적 고층 집합 주택 중심에서 벗어나 소규모의 다양한 저층 집을 짓는 방향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 다른 사람의 집이 왠지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또는나에게 맞는 집을 가꾸는 것이다. 집이 각자의 개성과 필요 그리고 여건에 따라 서로 상이한 모습이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외형이 아닌, 나와 내 가족이 일과에서벗어나 회복할 수 있는 집 본연의 모습인 휴식처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곳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은 더욱 아니다.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이 서로 다른 모습의 집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회복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하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는 공산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에 맞는 맞춤형 집을 가꿔 나를 위한 회복의 장소를 만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이야말로 우리의 집이 본연의 회복처로 제 위치를 다시 찾도록 만드는 작고 간단한 해법이다.

 

 

글. 강명구(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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