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의 영감노트

맛을 보여줄 수 없는 흑백요리사는 어떻게 대박났을까?

브루스

2024.10.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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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최종 에피소드 2편 공개를 끝으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막을 내렸다. 언론에서는 예능판 '오징어 게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한국 갤럽이 선정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 영상 프로그램' 부문에서 9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흑백요리사'의 본질은 요리다. 그런데 요리 예능은 다른 예능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 바로 시청자가 시각 정보 외에 요리에 대해서는 가질 수 있는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최대한 생생하게 요리의 맛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흑백요리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시청자들이 요리의 맛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1. 익숙한 맥락의 맛을 활용하기

 


'흑백요리사'는 전체 시리즈 동안 끊임없이 요리 대결이 펼쳐진다. '마스터셰프 코리아'처럼 재야의 고수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모여 오직 요리로만 평가받는 곳이다. 시청자들에게 이들의 요리를 납득시키기 위해 제작진이 선택한 방법은 대중들이 맛을 알고 있는 익숙한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흑백요리사'의 각 미션을 살펴보면, 익숙한 메인 식재료를 활용한 대결이 많았다. 요리 재료를 랜덤으로 골랐던 흑백 요리 대전이나, 육류, 어류 팀으로 나뉘었던 팀전, 편의점 음식을 활용한 패자 부활전, 그리고 준결승전의 두부 대결까지,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했다. 즉, 익숙한 재료의 맛을 기준으로 시청자들이 심사위원이나 요리사의 설명을 듣고 맛을 상상하기 더 쉽게 만든 것이다.

 

2. 검증된 참가자들로 맛에 대한 의문을 지우기

 


‘흑백요리사’의 컨셉은 국내 대표 요리사 100명을 가지고 벌이는 요리 대결이다 보니,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이미 이름 있는 업장을 운영 중이었다. 방송 후 소셜미디어 반응을 보면, 이름이 노출된 백 요리사뿐만 아니라 흑 요리사들이 운영하는 업장의 단골들이 남긴 후기를 찾아볼 수 있다.

 

편집을 통해서도 요리사들의 실력에 대한 의심을 지우려 했다. 1화 첫 장면에서 흑요리사 80명이 모였을 때 '오늘 서울 유명 레스토랑은 문 닫은 거냐'라는 대사를 편집으로 살린 것이나, 흑요리사들을 설명할 때 그들의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 배경을 소개한 점 등이 그 예다. 짧게 말해, 흑백요리사는 객관적으로 맛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들만 모여 경연을 펼쳤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의 요리에 대한 의심을 덜고 몰입도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었다.

 

3. 절대적 권위자들의 평가로 공정성 확보

 


맛은 우리 삶에서 취향이 가장 주관적인 부분이다. 그만큼 개개인의 평가 기준이 다양하다. 자라온 환경이나 타고난 생체 구조의 영향을 받아 절대적인 맛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흑백요리사'처럼 고수들만 모인 대전에서는 맛과 같은 객관적인 기준의 평가는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흑백요리사'는 압도적 권위를 가진 심사위원들로 공정성을 확보했다.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인 백종원과 안성재는 누구도 그 권위를 의심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백종원은 국내 요식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프랜차이즈 사업가이며, 안성재는 미슐랭 3스타 출신의 파인다이닝 셰프다. 상업적인 맛과 예술적인 맛을 모두 아는 이 두 심사위원을 배치해 어떤 음식에서도 논란이 없도록 했다. 방송 과정에서 두 심사위원은 예민한 혀를 바탕으로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맛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방송의 가장 큰 흥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에서 중요한 것은 기획자가 재밌어하고 궁금해하거나 감동받은 부분을 소비자도 똑같이 느끼느냐이다. 개개인이 느끼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기획자는 사람들의 반응을 의도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내 콘텐츠가 충분히 흥미로운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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