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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컨셉 제친 29CM, 에이블리와 3강 구도 형성

이재훈

2024.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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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무신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티메프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 한 가지를 얻었습니다. 가격 경쟁에만 의존하는 플랫폼은 결국 성장에 한계가 있으며, 차별화를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해야만 지속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29CM'의 가파른 성장은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시켜주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I. 여성 플랫폼 경쟁 구도의 변화

지난 몇 년 간 여성 패션 플랫폼은 '2강 1중 1약'의 경쟁 구도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동대문 여성 쇼핑몰 기반 플랫폼인 에이블리와 지그재그가 각각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하며 '2강'의 위치를 차지했고, 그 뒤를 W컨셉이 연간 거래액 5천억 원대 수준으로 '1중'을 맡았으며, 브랜드 패션 플랫폼 29CM가 '1약'으로 자리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을 기점으로 W컨셉과 29CM의 위치가 바뀌었고 그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생성 : ChatGPT (편집 : 이재훈)

 
컨셉이 올해 상반기 거래액 약 2,66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에 그친 반면, 29CM는 올해 3분기에 거래액만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2,5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29CM는 여성 패션 플랫폼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연간 거래액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 이제는 에이블리/지그재그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29CM의 성장 속도만 놓고 본다면 에이블리보다 다소 느린 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플랫폼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속사정이 있습니다. 에이블리는 동대문 기반 사입 플랫폼으로 시작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외형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반면, 29CM는 셀렉트샵을 모태로 성장하면서 플랫폼의 외형적인 확장보다는 각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는데요. 이 차이점은 성장 속도의 격차를 만들었지만, 그 사이 29CM의 탄탄한 기초 체력(브랜딩)과 강력한 동력(고객 충성도)을 갖추며 이제는 더욱 빠르게 성장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II. 브랜드의, 브랜드에 의한, 브랜드를 위한

29CM의 강점은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순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패션 플랫폼이 상품과 가격에 집중하는 반면, 29CM는 마치 매거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브랜드의 가치관과 메시지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상품보다 브랜드에 더 집중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와의 유대감이 강화되고 높은 충성도를 갖추는 계기가 됩니다. 

출처 : 29CM

 
29CM는 단순히 브랜드를 조명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의 강점인 스토리텔링 능력을 십분 발휘해 '브랜드텔러'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입점 브랜드의 스토리를 담아 브랜딩을 지원하고 각 브랜드의 강점을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유대감을 강화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팬덤을 형성하고자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높은 선호를 받으며, 29CM가 입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략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세일즈 전략에서도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일 행사는 가격 경쟁이나 할인 혜택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만, 29CM는 브랜드와 상품의 콘텐츠를 앞세우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과 브랜드 모두가 세일 행사를 기다리게 만들어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29CM

 
- 이굿위크 : ‘최애 브랜드의 최대 할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캠페인으로 연간 두 차례 진행했는데요. 올해 6월에 10일 간 진행한 이굿위크는 누적 거래액 660억 원을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 수요입점회 : 새로 입점한 브랜드를 29CM만의 시선으로 스토리텔링하여 제안하는 기획전으로 고객으로 하여금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트리밍버드’는 수요입점회 24시간 만에 12억 원이 넘는 거래액을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5년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해 온 덕분에 이 행사만을 기다리는 고객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 이구라이브 : 브랜드의 컨셉과 상품에 대한 스토리를 라이브로 전하면서 고객과 브랜드 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세일즈입니다. 2023년 기준 100여 개의 브랜드가 참여했으며 입점 브랜드의 일 거래액을 평균 12배 증가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르 저널’, ‘어라운드 쇼룸’, ‘브랜드 코멘터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양한 브랜드의 스토리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세일즈 브랜딩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III. 29CM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두 가지 이유

29CM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존 여성 패션 플랫폼에서 발전한 두 가지 전략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첫 번째 전략은 '압도적인 객단가'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상품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구매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주로 저렴한 상품이 판매되어 객단가가 낮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29CM는 뛰어난 품질과 정체성이 분명한 브랜드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펼쳐 신뢰도를 높였고, 그 결과 구매력이 높은 고객을 끌어들였습니다. 이를 통해 최근 29CM의 월평균 객단가는 18만 원을 넘어섰으며, 경쟁사들의 객단가가 10만 원 미만대로 형성되어 있는 것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출처 : 29CM

 
두 번째 전략은 '오프라인 확장'입니다. 앞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신뢰도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언급해 드렸는데요. 29CM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이 입점 브랜드의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22년 9월에 문을 연 큐레이션 쇼룸 '이구성수(29CM SEONGSU)'는 1년 간 25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와 함께 더현대서울과 더현대대구에서 운영 중인 '이구갤러리 서울', '이구갤러리 대구'와 같은 차별화된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오프라인 쇼룸이 없거나 고객과의 접점이 적은 브랜드에게 새로운 판로를 제공하며 브랜드와 플랫폼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두 매장은 올해 7월 기준으로 누적 방문객 수가 200만 명을 돌파할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9월 새롭게 오픈한 ‘이구갤러리 판교’는 감도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엄선한 셀렉숍으로 입소문을 타며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3만 6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29CM는 자신들만의 명확한 정체성을 세일즈와 공간 기획 전략에도 투영시키며, 일반적인 온라인 플랫폼과 차별화된 길을 걷고 있는데요. 이는 곧 29CM만의 경쟁력으로 발휘되고 있습니다.

 

IV. 기대되는 올 겨울 패션업계

물론 29CM의 빠른 추격 속에서 에이블리와 지그재그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두 플랫폼 모두 상반기 기준으로 여성 패션 플랫폼 카테고리에서 연 거래액 1조 원을 달성했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1020 세대를 타깃으로 뷰티, 푸드, 라이프 등 비패션 카테고리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출처 : 29CM


이처럼 여성 패션 플랫폼 3강 구도가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올 겨울 시즌은 더욱 뜨거운 경쟁이 예상됩니다. 기본적으로 패션 업계에서는 상품의 단가가 높아지는 겨울을 성수기로 보고 있으며, 마침 올해 겨울은 역대급 한파가 예고되어 패션 업계 모두가 일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세일즈와 브랜딩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9CM에서는 11월 초에 ‘이굿위크’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연 거래액 1조 클럽에 빠르게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 겨울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제대로 칼을 갈고 있는 29CM가 재편된 여성 패션 플랫폼 3강 구도 속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기대가 됩니다. 


   

*위 글은 'Tech잇슈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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