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 주가 폭락을 경험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가 한 통의 전화를 걸어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전화를 받은 세계적인 경영 구루 짐 콜린스는 아마존을 방문해 ‘플라이휠’이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제프 베이조스는 이 개념을 바로 경영에 적용했고, 지금의 아마존을 만들어냈죠.
저는 플라이휠이라는 개념을 좋아합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한 방'을 찾느라 기웃거리는 얕은 태도를 멀리하게 해 주거든요. 플라이휠의 개념을 이해하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갖추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사업뿐 아니라 인생을 경영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죠.
오늘은 이 플라이휠 개념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매번 ‘한 방’에 성과가 날 마케팅을 찾아 헤매는 데 지치셨거나
- 이제 막 마케팅을 시작해야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시거나
- 다른 기업이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만들고 싶은 분이라면
이번 글이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마케팅 플라이휠을 만드는 4단계]
1. 마케팅 아이디어 구상
2. 작은 성공 경험
3. 선순환을 위한 구조화
4. 반복과 개선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1. 마케팅 아이디어 구상
일단 우리 플라이휠의 기반이 될 몇 가지 마케팅 아이디어들이 필요합니다. 이미 어떤 마케팅을 통해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면 그 마케팅 아이디어를 포함해도 좋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거나 아직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해 봐야죠.
백지상태에서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도구를 하나 만들어볼까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어떤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 후 그걸 유형화해 리스트로 나열해 보는 겁니다.
저도 간단하게 해 봤는데 약 20개 정도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지나치게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들은 제외했습니다. 더 떠오르는 게 있다면 자유롭게 추가하셔도 됩니다.)
- 콘텐츠 마케팅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에서 콘텐츠를 통한 가치 제공)
- 커뮤니티 활용 (오픈채팅, 네이버 카페, 뉴스레터 운영 등)
- SEO (키워드 검색 의도에 맞는 가치 제공)
- 바이럴 (압도적인 고객 경험을 통한 입소문, 논쟁을 유도하는 콘텐츠, 브랜드 캠페인 등)
- 추천 프로그램 설계 (기존 고객에게 보상을 제공해 바이럴을 유도)
- 무료 도구 마케팅 (제품의 경쟁력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무료 제품 출시)
- 세일즈 (콜드메일, 콜드콜, DM, 방문, 우편 등)
- 강연/피칭 (코워킹스페이스, 대학교, 행사 등 타깃 청중이 있는 곳에 연사로 참여)
- 박람회 참여 (명확한 목적을 지닌 타깃 청중과의 대면 세일즈)
- 온/오프라인 이벤트 개최 (잠재 고객이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 혹은 재밌는 경험 제공)
- 인플루언서 마케팅 (판매 성과와 별개로 일정 보상을 지급하는 형태 )
- 제휴 마케팅 (판매 성과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형태)
- 언론 PR (국내, 해외 기자들을 직접 컨택한 후 직접 기사를 작성해서 전달)
- 출판 (잠재 고객이 관심을 가질만한 실물 책, 전자책 등을 출판해 다양하게 활용)
- 판매 채널 확장 (각 채널 특성에 맞는 기획을 거쳐 입점, 출시, 채널별 프로모션 진행 등)
- 검색 광고 (네이버, 구글 등 검색 엔진에서 키워드 기반 광고 집행)
- SNS / 디스플레이 광고 (인스타그램, 틱톡, 카카오모먼트, GFA 등의 광고 집행)
- 오프라인 광고 (옥외, 지하철, 버스, 전단지, 야외 부스 등)
- 전략적 상품 구성 (기존 제품의 새로운 버전, 기존 제품을 보완하는 서브 제품, 번들 제품 출시)
- 콜라보 (비슷한 타깃 고객을 공유하는 브랜드와의 콜라보 행사 등)
모든 유형에 대한 우리만의 아이디어를 구상해 봅니다. 우리가 콘텐츠 마케팅을 한다면 어떤 채널에서 어떤 콘셉트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청중을 모을 수 있을지, 우리가 세일즈를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대상을 선정해 어떤 특별함을 담은 제안을 던져야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아이디어들이 정리되면 다음 기준에 따라 가장 좋은 2~3가지 아이디어를 고릅니다.
1) 우리의 타깃 고객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날 수 있는가
2)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가
3)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당장 실행할 수 있는가
한 번에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면 각각의 업무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을 고려해 충분히 몰두할 수 있는 3가지 이내의 아이디어만 남기고 나머지는 잠시 보관해 둡니다.
2. 작은 성공 경험
위에서 고른 아이디어들을 실행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의 목표는 각각의 실행 목적에 맞는 작은 성과를 달성해 보는 겁니다. 모든 마케팅의 목적이 매출은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결과물이 어떤 맥락에서 고객을 만나냐에 따라 성과의 기준도 달라집니다.
예시)
학원 선생님들의 수업 준비 부담을 덜어주는 AI 기반 서비스 스타트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이들은 내부 회의를 거쳐 다음 3가지 마케팅 아이디어를 먼저 실행해 보기로 합니다.
- 커뮤니티 : 학원 선생님들에게 양질의 무료 자료를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을 열어 운영해 보자 (비용 : 0원)
- 세일즈 : 학생 규모가 100명 이내인 학원들의 주소 리스트를 만들어 우리 서비스에 대한 우편물을 제작해 보내보자. 독특한 디자인과 약간의 개인화 메시지를 표지에 적용하면 이메일보다 오픈율이 더 높지 않을까? (비용 : 우편물 디자인 및 출력비, 발송비)
- 온라인 세미나 :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세미나를 열어 우리 서비스를 200%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자 (비용 : 세미나 홍보비)
여기서 각각의 성과는 이렇게 측정해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적 목표는 투자되는 시간, 비용에 따라 내부에서 협의를 통해 정합니다.
- 커뮤니티 : 매월 늘어나는 커뮤니티 참여자 수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 세일즈 : 우편물을 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랜딩페이지를 만들어 문의 수를 측정해 볼 수 있습니다.
- 세미나 : 세미나에 참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프로모션 혜택을 주어 결제율을 측정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개월 이상은 지속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나의 아이디어 안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야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그거 해봤는데 별로더라’하며 접으면 그 어떤 성공 경험도 만들 수 없습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시 이전 단계로 돌아갑니다. 보류해 뒀던 아이디어를 꺼내거나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해 실행에 옮깁니다. 처음부터 과한 비용을 투자하기보다는 소액 테스트를 거치면서 '경험치를 누적해 성과를 내겠다'는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실패를 해도 부담 없이 아이디어 단계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지속가능성이 보이는 2~3가지 마케팅 업무들을 발굴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3. 선순환을 위한 구조화
작은 기업의 마케팅 플라이휠은 그 자체로도 시너지가 나면서 동시에 '제품 개선'과도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마케팅은 마케팅대로, 제품 개선은 제품 개선대로 각각 해야 한다면 소수의 팀원들로 모든 업무들을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서로 간의 의견이 충돌하면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고요.
다시 위의 예를 가져와볼까요? 다행히 위에서 실행한 세 가지가 모두 작은 성과를 냈다고 해보죠. 그럼 이들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구조화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1. 제품 개선과의 시너지
- 세일즈 : 매월 최소 50부 이상은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이번부터는 랜딩페이지에 무료체험 기능을 일부 넣어보면 어떨까? 매월 다른 기능을 넣어두면 결제 전환으로 이어지는 핵심 기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커뮤니티 : 최소 1주일에 두 번은 회원들에게 고품질 무료 자료를 제공해야 참여율이 유지되는 것 같아. 이제부터는 우리의 AI 서비스를 활용해 무료 자료를 만들어 제공한 후에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추가해 보자. 우리가 직접 사용해 보고, 자료의 퀄리티를 검수받으면 제품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온라인 세미나 : 웨비나는 한 달에 한 번이 적합할 것 같아. 대신 콘셉트를 조금 더 날카롭게 가져갈 필요가 있겠어. 매월 특정 과목 선생님들의 구체적인 페인포인트를 한 가지씩 발굴해 우리 제품으로 1:1 맞춤 솔루션을 해주는 시리즈로 만들면 어떨까? 솔루션 과정에서 제품 고도화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2. 마케팅 업무들 사이의 시너지 (=마케팅 플라이휠)
- 세일즈 :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링크를 함께 넣어 커뮤니티 회원수 증가 → 커뮤니티 : 양질의 콘텐츠 제공과 피드백을 통한 세미나 주제 발굴 + 세미나 홍보 → 온라인 세미나 : 영상 녹화 후 세일즈에 활용 + 커뮤니티에 다시보기 단독 제공
마케팅에서 더 큰 성과를 만들기 위해 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제품을 개선하는 일(=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 구조를 끈끈하게 엮을수록 더 강력한 마케팅 플라이휠이 만들어집니다.
4. 반복과 개선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제품 개선과 맞물려 돌아가는 마케팅 플라이휠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만들어진 마케팅 플라이휠을 100바퀴, 1000바퀴, 계속 돌리면 됩니다.
돌리는 과정에서 플라이휠은 점점 더 팀원들의 일상 업무에 녹아듭니다. 매주, 매월 해야 할 업무들이 루틴화됩니다.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면 업무의 퀄리티 역시 높아집니다. 각각의 마케팅 업무들에 창의적인 디테일들이 계속 추가되면서 플라이휠은 점점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죠.
위에서 예시로 든 가상의 AI 스타트업이 커뮤니티, 세미나, 세일즈로 구성된 플라이휠을 5년 간 돌린다면 어떤 경쟁력을 가지게 될까요? 그 기업의 커뮤니티 회원수, 세미나의 퀄리티, 세일즈의 퀄리티를 경쟁사가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누적을 통해 만들어진 강력한 경쟁우위는 후발 주자에 의해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전체 플라이휠의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는 일부 후발주자들은 그들의 성공 사례를 보며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죠.
- ‘저곳의 성공 요인은 세미나야. 우리가 더 뛰어난 세미나를 열어서 따라잡아보자.’
실제로 많은 분들이 벤치마킹하는 성공한 기업들의 마케팅은 그들만의 탄탄한 플라이휠 안에서 돌아가는 마케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만 똑 떼어내 실행에 옮긴다고 그들과 비슷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죠.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성공은 '누적'의 힘에서 나옵니다. 누적의 효과가 없는 산발적인 마케팅만 지속하고 계시다면, 오늘부터라도 우리 기업만의 마케팅 플라이휠을 만들어 굴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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