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출판 업계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11일 당일 주요 서점의 판매사이트가 마비되었고, 아직까지도 한강작가의 책은 온라인에서 예약구매로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인덱스(IGWA Works)가 10월 23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의 일간사용자수는 최대 30만 명 이상을 기록했고, 교보문고의 10월 11일 카드 결제 금액은 25억 원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9억 원이나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출판업계에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출판사들과 서점들은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한강 작가의 책을 다양한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 판매하며 매출 증대에 힘을 쏟고 있다.
출판업계가 들어온 물에 노를 열심히 젓고 있는 지금, 뜻밖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국내 대형서점 1위인 교보문고다. 교보문고는 지난 21일 광화문 교보문고에 현판을 설치해 한강 작가 책의 판매를 11월 1일까지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직접 판매뿐 아니라 국내 타 서점들에 책을 공급하는 공급업체의 역할도 하고 있는 교보문고는 최근 지역 서점들이 한강 작가의 책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교보문고 매장에서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교보문고의 이례적 판매 중단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보문고 브랜드의 스토리를 이해해야 한다.
교보문고는 교보생명 창업자 신영호 회장의 뜻으로 설립된 서점이다. 1981년 광화문에 교보생명 사옥이 들어설 때 신 회장이 임원진의 반대를 물리치고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표하는 대형 서점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보문고를 만들었다.
교보문고를 설립하고 나서 신영호 회장은 다음과 같은 경영지침을 내렸다.
1.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2.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 것
3. 책을 이것저것 빼보기만 하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4.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5. 책을 훔쳐 가더라도 도둑 취급하며 절대 망신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 좋은 말로 타이를 것
5번의 경우는 수많은 도난 사고로 인해 도난 방지 장치를 가동하고 있지만, 아직도 강남이나 광화문 교보문고를 가면 책을 구매하지 않고도 눈치 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들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교보문고의 브랜드 스토리를 이해하고 나면 이번 한강 작가의 책 판매 일시 중단 결정 역시 교보문고 다운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중들 역시 그동안 교보문고가 쌓아온 브랜드 스토리를 이해하며 교보문고를 칭찬하는 미담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위에 소개한 YTN 뉴스 기사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위에 소개한 교보문구의 브랜드 스토리들을 언급하며 교보문고에 대한 칭찬을 대중들이 댓글로 남기고 있다. 교보문고는 판매 일시 중단 조치로 매출을 손해 봤을지 몰라도 브랜드 헤리티지를 유지하며 수억 원 대의 광고도 하지 못한 브랜드 광고 효과를 보는 데 성공했다.
기업에서 하는 모든 활동은 기본적으로 반드시 매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브랜드가 영속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단기 매출보다 장기적인 기업 이미지 구축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장사꾼이 되기보단 친구로 남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