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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4년 10월 2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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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중간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리테일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해 다양한 실험 매장을 선보이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눈길을 끄는 사례들이 있었는데요. 국내에서는 세븐일레븐이 본사 건물 1층에 미래형 매장 '뉴웨이브 오리진'을 오픈했고,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아마존 그로서리'와 '홀푸드 데일리 숍'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완전히 다른 지역에서 시작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매장이 비슷한 점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첫째, 대규모 상권이 아닌 근거리, 특히 주변 지역의 고객을 목표로 한 초밀착형 매장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째, 모두 식료품(그로서리)을 핵심 카테고리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들 매장을 특정한 업태로 분류하기에 애매하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편의점이라고 하기엔 크고, 기존 슈퍼마켓보다는 작은, 중간 규모의 매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세븐일레븐의 '뉴웨이브 오리진'은 기존 평균 16평 규모의 매장보다 두 배 이상 커진 35평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아마존 그로서리'는 '아마존 고'보다는 크지만 '아마존 프레시'보다는 작은, 약 100평 정도로 설계되었습니다. '홀푸드 데일리 숍'은 셋 중 가장 큰 250평 규모이지만, 기존 홀푸드 매장의 약 1/4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세븐일레븐은 매장을 키우고, 아마존은 매장을 줄이면서 서로 출발점은 달랐지만 결국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는 모습입니다.
가까이는 다가가되, 더 다양하게
기존처럼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둘 중 하나로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이러한 중간 형태의 매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오프라인 유통 트렌드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대형 몰링 공간이거나, 슬리퍼 신고도 갈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뛰어난 매장만이 이커머스 시대에서 살아남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접근성만 강조해 편의점 형태로 운영하기에는 상품 구색에 한계가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죠. 반대로 기존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는 너무 커서,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50~100평 규모의 중간 크기 매장이 이러한 양극단을 균형 있게 이어 줄 최적의 해답으로 떠오르게 된 겁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올리브영과 다이소입니다. 올리브영의 평균 매장 크기는 약 50평, 다이소는 약 100평으로, 두 브랜드 모두 각각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접근성과 상품 구색을 모두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이소는 과거 70평 정도였던 매장을 100평으로 확장하면서 식품,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추가해 더 큰 성장을 이루고 있기도 하죠.
사실 세븐일레븐의 '뉴웨이브 오리진' 역시 이와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확장된 매장에는 푸드코트와 신선 특화 존을 추가하고, 패션과 뷰티 상품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상품 구색을 다양화했습니다. 여기에 다이소처럼 제조사와 협력한 단독 상품으로 매장을 채우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과 아마존은 모두 접근성은 강화하고, 동시에 상품 경험도 향상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홀푸드 데일리 숍'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매장의 1/4 크기로 줄였지만, 기존 품목의 75%를 유지해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욕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맞춰 치즈와 같은 주민들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군은 오히려 강화했습니다. 이처럼 접근성과 상품 다양성 간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 새로운 매장 실험의 최종 목적이라 할 수 있고요.
새로운 전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많은 기업들이 중간형 매장을 실험하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을 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생활용품의 다이소나 화장품의 올리브영처럼 중간형 매장을 선점한 기업이 결국 장보기 시장 전체를 장악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요. 최근 들어 이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올리브영의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경쟁사보다 발 빠르게 확장하여, 1,0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장 먼저 확보하면서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습니다. 이러한 선점 효과는 바잉 파워 강화와 좋은 입지 확보로 이어졌고, 후발 주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많은 경쟁사들은 올리브영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었죠.
그런 면에서 현재 이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GS더프레시입니다. GS더프레시는 매장 크기를 줄여 접근성을 높이고, 직영점 대신 가맹점 방식으로 빠르게 매장을 늘리며 올해 7월에는 500호점을 개장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슈퍼마켓들이 몸을 사린 동안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려온 것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경쟁에서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전국적으로 1만 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편의점 체인들도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븐일레븐은 앞서 언급한 '뉴웨이브 오리진'과 같은 새로운 매장을 통해 장보기 시장 진입을 시험하고 있으며, CU 역시 장보기에 특화된 편의점을 운영하거나 컬리와 협력해 테스트 매장을 선보이는 등 경쟁에 뛰어든 지 오래입니다. 이들 간의 경쟁은 당분간 매우 뜨거워질 전망인데요. 과연 누가 이 중간형 매장 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될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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