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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이제 셀러까지 로켓으로 잡나요?

기묘한

2024.11.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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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4년 11월 2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로켓그로스 요금제를 바꿉니다
쿠팡이 내년 1월부터 3자 물류 서비스인 '로켓그로스' 요금제를 개편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3월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첫 번째 개편이라 더 주목받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 변화를 본격적인 수익화로 가는 신호로 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셀러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파격적인 프로모션 혜택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번 개편의 초점이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데 있긴 합니다. 기존 Small, Medium, Large로 나뉘었던 사이즈 구간을 더 세분화해 극소형, 소형, 중형, 대형1, 대형2, 특대형 등 6개로 변경하면서, 중형 이상 상품의 요금을 인상했죠. 이는 중대형 제품 배송에서 발생하던 손실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료였던 반품 회수와 재입고 비용도 이제 판매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반품률이 높은 쿠팡의 특성상, 이 조치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요.

비중이 높은 소형과 극소형은 지키고, 중형 이상의 수익은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오히려 소형 이하 제품에 대해서는 기존 요금을 유지하거나 소폭 인하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2027년 1월까지 입출고와 배송 비용의 35~40%를 할인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까지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 할인가라면 어떤 셀러라도 관심을 가질 만한 수준이죠. 특히 소형 이하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에게는 정상가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망설일 이유가 없을 것 같고요. 현재 전체 상품의 80%를 극소형 상품이 차지하고 있기에, 결국 이는 추가적인 성장 또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이 모습은 마치 쿠팡이 초창기 로켓배송을 빠르게 정착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던 때를 떠오르게 합니다. 로켓배송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와우 멤버십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도 쿠팡을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요. 셀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저렴한 가격으로 로켓그로스를 경험하고, 이후의 판매가 보장된다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한번 이 구조에 익숙해지면, 쿠팡을 쉽게 벗어나기 어려워질 겁니다.


난감한 건 역시나 네이버입니다
이번 쿠팡의 파격적인 프로모션 소식에 가장 당황한 쪽은 네이버일 겁니다. 불과 일주일 전, 네이버는 '도착보장'을 '네이버 배송'으로 리브랜딩 하면서 새롭게 출발한다고 선언했는데요. 당시 네이버가 내세운 전략은 직접 물류 업체와 계약해 실질적인 배송비를 낮춰 셀러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쿠팡이 먼저 선수를 친 셈이 된 거죠.

네이버가 브랜드 이름까지 바꿔가며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빠르게 물량을 확보해 쿠팡과 경쟁할 만큼의 규모의 경제를 만들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적어도 쿠팡의 프로모션 할인가보다 저렴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네이버의 기대만큼 셀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셀러들은 네이버 배송을 굳이 선택하지 않고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네이버 쇼핑을 기존과 마찬가지로 수익을 보전하는 채널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고요.

그렇다고 네이버가 쿠팡에 맞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관련된 이해 관계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바로 이 지점에서 네이버가 말한 '모두가 함께 돌리는 생태계 플라이휠'의 허점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생태계에 속한 모든 구성원에게 수익을 배분해야 하는 모델에서는 극단적인 할인 정책을 도입하기가 어렵습니다. 할인에 대한 부담 또한 나눠져야 하는데, 누군가는 불만족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다고 네이버가 그 모든 부담을 혼자서 감당하기에도 한계가 있겠죠.



프로모션 이후와 패션은 문제
다만 이번 쿠팡의 전략 역시 계획대로 순탄히 흘러가지는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파격적인 조건의 프로모션에도 불구하고, 이번 로켓그로스 요금제 개편에 대해 셀러 커뮤니티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특히 중형 이상 제품의 요금이 인상된 점과, 반품 관련 비용을 셀러에게 전가한 부분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프로모션 요금보다는 정상 요금 기준으로 손익을 계산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요.

따라서 적어도 내후년 초까지는 프로모션 혜택 덕분에 셀러 이탈이 극심하지는 않겠지만, 아니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요. 그 이후에는 셀러들이 대규모로 쿠팡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특히 네이버가 최소한의 대안 채널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쿠팡이 자주 그랬듯이 거래액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연장하는 방법도 있을 테지만, 결국 수익성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 자체는 실현이 어려워질 겁니다.

그리고 쿠팡이 늘 진출하기 원하던 패션 카테고리에는 특히 이번 개편이 치명적입니다. 패션의 경우 다른 카테고리보다 반품이나 교환율이 높은데요. 이번 요금제 변경으로 인하여, 패션 셀러들은 아무래도 쿠팡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고와 배송 비용은 프로모션으로 저렴하더라도 반품 비용 부담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패션 상품이 많이 팔리는 쿠팡에서, 이는 더욱 치명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를 감수할만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이미지 때문에 쿠팡을 이미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직매입이 아니라면 패션 확장 속도는 오히려 더뎌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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